본문 바로가기

EIDF 2013/EIDF 2013 현장 스케치

[EIDF 현장후기]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 피칭

EIDF2013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 피칭 현장

                    EIDF2013 Pitching for EIDF Documentary Fund

 


 

 

일시10월 20일(일) 단편 10:30 / 장편 15:00

장소EBS SPACE

 

<달팽이의 별>, <미쓰 마마> 등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발굴해 낸 EIDF가 2013년 5번째의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를 열었다. EBS SPACE는 다큐멘터리의 제작과 피칭에 관심 있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본선에 진출한 단편 6작품과 장편 3작품의 감독들에게는 단편 30분, 장편 40분의 피칭 시간이 각각 주어졌다. 피칭은 트레일러 상영 이후 감독들의 프레젠테이션과 심사위원들의 질의응답 순으로 이뤄졌다. 긴장감과 절실함을 담은 감독들의 발표와 날카로운 질문과 섬세한 조언으로 이어진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 피칭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EIDF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는 EBS국제다큐영화제와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공동 주최한다.

 

심사위원으로는 단편 피칭에 에바 웨버(다큐멘터리 감독), 김광호(EBS PD), 오정훈(다큐멘터리 감독), 장편 피칭에 대니얼 크로스(다큐 제작사 EyeSteelFilm 대표), 로라 튜렉(다큐 배급사 Films Trasit 세일즈 매니저), 김유열(EBS 편성기획부장), 이승준(다큐멘터리 감독), 오정훈(다큐멘터리 감독)이 참가했다. 진행은 박성웅 PD가 맡아 원활한 진행을 도왔다.  

 


 

(프레젠테이션 내용과 질의 사항을 일부 편집하여 올렸음을 알려 드립니다.)

 

 첫 번째 단편 피칭#1  신상훈 감독의 <무연 無緣> Isolation

*시놉시스

1인 가구가 늘면서 연락할 가족이나 친구 없이 홀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장례식도 조문객도 없다. 그들의 마지막 여정과 잿더미가 되어가는 것을 묵묵히 바라본다.

사람이 살아갈 때 가장 필요한 게 인연입니다. 인연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도 하고 관계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남는 것은 아마 가족일 것입니다. 이것은 잊혀진 누군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구에는 고독사를 하는 사람은 보통 경찰에 의해 발견되어 구청으로 넘어가서 일괄적으로 화장됩니다. 장례식 없이 화장되는 그들이 안타까워 봉사활동을 하는 강봉희 단장이 있습니다. 봉사단은 18년 동안 봉사해 와서 고독사는 그들에게 있어 일상이 될 정도입니다. 그들의 담담한 시선으로 대도시 대구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죽음들을 담아낸다면, 영상을 본 이후에 관객들은 인생에 대해 곱씹어 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Q&A

Q: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이 영화가 죽음에 대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 것인지,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A: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완벽한 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촬영을 시작하며 대구시에서 벌어지는 고독사를, 실제로 일어나는 죽음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감정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집 앞에 벌어진 죽음에 대한 영상을 찍으려고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결국 찍지는 못했는데 지하철 역 공익근무 요원이 바뀌고, 던킨 도너츠 매장 이야기가 닫는 것을 보고 다시금 잊힌 계획을 자각했습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것도 그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통해서 1인 가족이나 자기 가족을 생각하며, 죽음에 대해 다시금 자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단편 피칭#2  인철 감독의 <강원상회> Gangwonstore

*시놉시스

강원상회의 주인인 구두쇠 할머니와 그녀의 까칠한 백수 손자. 둘은 매일같이 투닥거린다. 내보내려 하는 데도 10년째 버티고 있는 손자에 할머니는 걱정이 크다. 가게는 어려워지고 몸은 아파 오는데 손자는 아직도 철이 없다. 강원상회를 지킬 것이냐, 할머니의 바람대로 이곳을 떠날 것이냐, 손자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강원상회의 주인 82살 이순희 할머니는 10년 전 가장 큰 애물단지 용섭이를 키우게 됩니다. 그는 하나뿐인 친손자였으며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조부모의 기대와 달리 그는 방랑한 유년기를 보내고, 지금까지 가게문을 열고 닫는 일 외에 할 일이 없는 백수 신세입니다. 그는 자존심이 세고 고집 세지만 그만큼 의리도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같이 톰과 제리처럼 전쟁 중입니다. 손자를 내보내려는 할머니, 10년 째 버티고 있는 손자. 그런 이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Q&A

Q: <강원상회>는 등장인물 단 두 명입니다. 이를 제안서에 쓰신 대로 30회씩이나 촬영해서 관찰식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 가지고 다양한 사건을 담을 수 있을까요. 일부러 감독이 만들면 자의적, 관찰에서 밝혀내기엔 공간과 인물이 한정되어있는 것 같은 우려가 듭니다.

A두 인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곳에 얹혀사는 딸도 있습니다. 관계성에 대해서 새롭게 주목할 수 있는 일은 추석이나 생일, 성탄절 기념일. 그때 가족들이 많이 모이니까 새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가족끼리 얼마나 말이 많겠습니까. 오히려 30회라고 했는데 더 촬영해야할 거 같습니다. 촬영 할 때 작의적인 연출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툭툭 던져 나오는 것들을 담을 생각입니다. 정작 카메라 들면 안 해주고, 좋은 그림이 날아가기 십상이니까요. 그래서 카메라 들고 계속 그러고 있을 것입니다. 참, 주인공으로 고양이 친구가 새 식구로 들어왔습니다. 처음 기획할 시점에, 40분은 무리이지 않나, 단편으로 15분이 좋지 않겠느냐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전답사를 통해 재밌는 얘깃거리가 풍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가는 집안에서 아버지는 도박 빚에 빠지고, 손자는 10년째 게임 중이며, 여동생은 어느 날 갑자기 어느 남자랑 혼인신고서 작성해서 돌아왔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할머니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며 주변의 인물들이 사고치는 것은 상상 초월할 지경입니다.

 


 세 번째 단편 피칭#3  해수 감독의 <학교: 부서지는 사람들> Inside of Schools

*시놉시스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한다. 그 결과, 누군가는 가장 높은 자리에 누군가는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다만 언제 코너에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다양한 시도들만이 있을 뿐. 주먹을 휘두르거나 신고하거나 혹은 그냥 잊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 그들 각자의 이야기.

감독인 저는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보냈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끔찍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냐면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학교를 다녀서입니다. 애들의 숙제를 해주기도 하고, 빵이나 우유를 사다주는 심부름 같은 것도 하는 끔찍한 기억들이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탓인지 지금에 와서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을 학교 폭력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고 그런 경험들이 본인의 가슴 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그리고 가해자라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어떤 시간들을 보내는지, 저를 그렇게 괴롭혔던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았던 그들이 과연 행복했는지.

학교를 다니면서 관객 여러분들은 부서졌는지 어쨌는지 저는 묻고 싶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거에 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고 피해자로서의 경험들이 가슴 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기억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자, 두렵기까지 합니다. 작업을 하면서 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거에 이런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다큐가 학교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좀 더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Q&A

Q: 인터뷰에는 가해자들이 포함되는가? 인터뷰를 하게 되면 수많은 질문들이 있을텐데, 그것들을 골라낼 때 감독의 관점이 불가피하게 섞일 것이다. 감독이 앞서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혔는데, 가해자들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A가해자로써 경험이 없지만, 함께 작업하는 진영 작가가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진영 작가의 말) 저는 11년 차 교사이자 청소년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가해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될지도 모르겠고, 연출자에 대한 걱정도 앞섰습니다. ‘재수없어서 때렸다’라는 말에 작업하는 우리가 감정적으로 괜찮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취지의 말을 들었을 때 화가 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용서되지도 않았습니다. 저들도 저렇게 학교를 살아냈구나 라는 생각이 맴돌 뿐이었죠. 가해자들 역시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지 않고, 버티기 위해 선택한 것이 폭력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구요. 영화는 단순히 가해자가 잘못했다기보다는 그 사람의 선택이 폭력이 되었던 과정을 추적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어떤 동력에 의해서 일어나는지 메커니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렌즈가 될 것입니다. 가해자에 대해서 왜 그랬는가,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중점적으로 묻고자 합니다.

 

 


 네번째 단편 피칭#4  박일동 감독의 <디스코텍> Discotheque

*시놉시스

매일 밤 도시는 거대한 디스코텍으로 변한다. 눈부신 조명과 화려한 음악으로 흐느적거리는 메트로폴리스의 밤을 책임지는 클럽의 꽃은 DJ다. 벨기에 출신 DJ Yoo의 한국 클럽 생존기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클럽 DJ의 삶을 바라본다.

여러분은 DJ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 있으십니까? 클럽에 가면,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음악, 그 가운데 DJ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멋있습니다. 그들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뒷모습은 어떠할까요?

‘디자인’을 하며 <디스코텍>은 만들어질 것입니다. 주인공을 오랜 시간 따라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연출의 방식으로 효율적인 다큐를 만들고자 합니다. 주로 미장셴과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는 DJ의 관련된 주요 장면을 큰 기둥을 세우고, 그들의 인터뷰와 그들과 함께 촬영할 때 생기는 에피소드를 추가할 것입니다. 주인공들을 핵심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을 음악을 다루는 다큐답게 최대한 역동적으로 감각 있는 편집과 다양한 카메라 워크를 가미할 것입니다. 사운드에 신경을 써서 실제 관객들이 클럽에 와 있는 것처럼, 파티에 온 것처럼 사운드 디자인을 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러한 즐거움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Q&A

Q: 사전조사에서 발견한 DJ들의 가치는 무엇인가?

A모든 현상에는 역사나 이유가 있다. DJ 역시 한국만의 DJ 문화라는 것이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뮤지션이 DJ인데, 한국의 DJ는 어떻게 세계적인 트랜드에 발맞추고 발전해 왔나 궁금했다. DJ들은 실력으로 나뉘는데, 박자에 맞춰서 그저 음악을 트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면서 음악을 트는 사람들이다. 어울리는 음악을 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춤추게 하고 문화를 만들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DJ이다.

  

 


 다섯 번째 단편 피칭#5  오민욱 감독의 <초원> Hialeah

*시놉시스

부산시에 반환된 미군 기지 ‘캠프 하야리아’, ‘하야리아’는 인디언 말로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이다. 그곳에 시민 공원을 만들기 위한 ‘초원’을 조성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소멸과 탄생의 과정을 겪고 있는 공간과 그곳 주변 사람들의 드러나지 않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평범한 가장인 서용석 씨는 가족과의 추억이 가득한 집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어려웠던 시기를 잘 이겨왔지만 김기순 씨 역시 삶의 터전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야 했습니다. 그녀의 아들인 공병학 씨가 무너진 삶 앞에서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모습에는 아픔이 절절히 드러납니다. 그들은 왜 떠나야 했고 그들의 삶은 왜 무너져야 했을까요? 그것은 부산시민공원 때문입니다. 하말리야 기지에 세우는 초대형 공원을 세우고자 공원부지에 그들의 집과 터전이 포함되면서 그들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군사시설 때문에 그동안 재산권조차 행사하지 못하다가 또다시 시민공원에 의해 쫓겨나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굴곡진 변화와 시대현실 앞에서, 우리 시대 주변인들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EIDF의 주제인 ‘진실의 힘’이 와 닿았습니다. 저도 진실의 힘을 믿습니다. 세상의 속도 아래 끊임없이 묻혀져 온 진실을 다시 드러내고 싶습니다. 초원 속 그들의 진실에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A

Q: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갖는 어떤 심리 상태를 될 것이라 예상하는가?

A원래는 관객을 놀래키는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 이 곳의 현실, 세계적인 공원조성가를 목표로 공원을 완성하고 이것이 한국의 센트럴 파크라고 자랑만 할 줄 알지 공원 터를 닦으면서 삽질로 인해서 묻혀진, 그 사람들의 처지를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 진실을 다큐멘터리로 대답하고자 한다.

  


 여섯 번째 단편 피칭#6  황혜온 감독의 <검은 소녀> Black girl

*시놉시스

28살의 취업준비생인 ‘나’는 우울증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시간을 갖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알기 위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 밑바닥에는 어머니와의 지우고 싶은 기억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은 감독, 저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우울증을 때문에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낸 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남자친구 연락 기다리는 것뿐일 정도로. 최근에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너 자신을 사랑해서 스스로 온전해지라는 말을 들었습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과거의 기억 속에 항상 어머니가 존재했습니다. 현재 어머니와 보지 않고 연락을 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렇게 사이가 멀어지게 된 2002년 가을,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외도 이유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부모님의 이혼에, 상경하여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왔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왠지 초점이 맞지 않는, 불안정한 눈빛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를 믿고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해서 고등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후에 어머니의 병적인 망상이 결부되었음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어머니가 퇴원을 하고 나서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아버지와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당황도 나고 화도 났습니다. 그 일이 몇 차례 더 반복되자 더 이상 어머니와 말과 행동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저 자신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감과 분노 때문에 더 이상 나는 사람을 믿지 못하고 버릇처럼 어머니와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저 역시 그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검은 소녀>는 또 다른 자신과 화해하는 영화입니다. 어머니에 대해 이해하고 용사하는 방식으로 과거에 기억하는 장소에 가서 그 때의 그 감정을 끌어서 몸으로써 표현하고 싶었고, 그림책을 그려가고, 나를 치유해가는 그런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Q&A

Q: 객관화된 자기를, 대역배우를 써서 연출하는 것은 상황을 객관화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본인이 보면 느껴지겠지만 관객들이 보면 이입이 잘 안될 수도 있는데 그것에 대한 대비는 무엇입니까?

A영화 내용 자체에 충분히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우랑 가까운 사이이며 비슷한 환경의 분위기를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더욱이 뛰어난 실력을 지닌 배우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장편 피칭#1  김응수 감독의 물속의 도시 The City in the Wate

 

*시놉시스

1년 중 11개월은 물속에 있는‘ 물속의 도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기에 보존되는 아이러니함을 지니고 있다.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이곳을 마주한 뒤 수몰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도시에 남아 있는 이야기와 눈에 보이는 풍경들을 모아 물속의 도시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 물속의 도시를 떠나는 사람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비석이 있다. 또 93세의 노인이 살고 있다. 이 노인은 호수를 바라보지 않는다. 애증이 있어서인지, 고통이 있어서인지, 사람구경이 더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감독인 나에게 늘 의문이었다. 왜 저 할아버지는 호수가 아니라 나를 볼까. 나 같으면 호수를 매일 바라보고 싶은데 말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호수를 응시하는 순간, 어떤 직감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나 동네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호수 아래에는 마을이 있고 댐이 방류되면 그 형체가 드러난다는 것을 들었다. 멀리서 보면 보이지 않고 내려가 보면 그 형체가 천천히 드러난다고. 이 마을은 40년 전에 댐이 생기면서 파괴되고 사라졌다. 댐에 의해서 수몰되었지만 물이 있음으로 인해 그 흔적이 보존되는 것은 역설적이다. 만약 계속 물밖에 나와 있었다면 사람의 욕심이 그곳을 훼손하였을 것이니까.

 

 *Q&A

Q: 감독이 물속의 도시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영화가 완성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은 외로움인지 쓸쓸함인지 혹은 상실감인지. 그런 감정을 어떻게 짧게,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는가?

A: 추억이나 애환은 아닐 것 같다. 유적이다 과거의 흔적이다 하는 것은 흔히 박물관이나 서대문 형무소와 같은 거창한 것들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옆에 있으면서 사소한 것이자 버려진 곳에서도 감흥이나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그런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에겐 분명히 전달 될 것 같다. 폐허를 찍어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하는가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감수해야 할 문제이다.

 

 


 두 번째 장편 피칭#2  김정 감독의 <김 알렉스의 식당: 안산-타시켄트> The Small Restaurant of Kim Alex: Tashkent in Ansan

 

*시놉시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김 알렉스는 스탈린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유라시아 고려인의 후예다. 알렉스와 부인 허스비에따는 고려인들과 이주민이 모여 사는 안산의 땟골 마을에 ‘타시겐트’라는 작은 식당을 열었고, 이곳은 곧 땟골 고려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그 중 김갈리나 씨가 우리의 주목을 끈다. 알렉스와 안산의 이야기는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이주와 이동에 관한 복잡한 역사를 열어 준다.

한국의 다문화 도시인 안산에, 중앙아시아에서 온 알렉스와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다. 김 알렉스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4세로 안산에서 <타시켄트>라는 작은 식당 운영을 운영한다. 알렉스의 식당은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NGO 단체 ‘너머’의 도움으로 식당을 열었고, 24시간 식당을 열며 열심히 일하지만 수익을 내긴 어렵다. 하지만 그는 이주 노동자들 돕는데 발 벗고 나선다. 고려인들은 일제 강점기, 구소련 시대, 우즈베키스탄 시절을 거치며 망명, 추방, 이주의 역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적 평등에 대한 인식이 강하며 자기표현이 아주 강하다. 안산은 열린 도시이자 열린 상처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 있는 절절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메말라가는 공감과 절감의 기술이 어떻게 생존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면서 ‘생기 있는 숨구멍’으로 살아가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Q&A

Q: 혼란스러운 점은 이 다큐멘터리가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 역사적인 접근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데자뷰 시키려는 건지 혹은 알렉스의 한국에서 삶을 휴먼 다큐멘터리로 다룰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서의 이주 노동자의 삶,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써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을 표현하고 싶은 건지, 메인 테마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결국 표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알렉스와 같이 다문화 가정들은 많이 있는 상황에서 알렉스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영화적인 매력이 뭔지 궁금하다.

A: 다문화 가정에 대한 다큐는 이미 많이 만들어졌다. 영화는 같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주제이지만 알렉스와 그의 친구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안산이라는 공간에서 그들의 역사가 불쑥불쑥 끼어들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그들이 직접 와서 얘기를 해준다. 사람들 자체가 역사의 담지자, 스피커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한 공간에서 인물들과 가족들을 통해서 역사가 드러나면서 현재 당면한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는 것처럼 말이다. 말씀하신 것은 영화에 다 들어있지만 핵심은 안산의 알렉스라는 사람을 통해서 나타낼 것이다. 알렉스가 매력적인 이유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알렉스가 동해안 나들이에서 벗은 몸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곳 사람들은 파란 바다를 매우 보고 싶어 한다. 알렉스의 몸은 혹독한 노동에 거칠어진 유라시안적인 신체 특징과 표정을 지니고 있다. 알렉스의 외모는 모히칸 스타일에 장대한 체구라서 처음엔 매우 무서웠다. 원래 동생을 출연시키기 위해 면접하러 갔는데 알렉스가 지니고 있는 친절한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 지나칠 정도로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NGO단체 ‘너머’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정도라고 들었다. 알렉스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언제나 생기 있는 숨구멍 같은 존재였다. 그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다른 캐릭터인 김 갈리나씨도 마찬가지였다. 유머러스하고 당당한 사람이었다. 보통 다른 곳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피해자로만 그려졌지만 그들은 달랐다.

 


 세 번째 장편 피칭#3  이수정 감독의 <우주최강 콜밴> About the Band

 

*시놉시스

이 다큐멘터리는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의 이야기다. 그들은 정리해고 되어 7년째 장기투쟁 중이다. 기타를 만들 줄만 알았지 칠 줄은 몰랐던 중년 노동자들이 어떻게 밴드를 만들게 되었을까? 그들은 이제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의 노래와 연주는 음정도 박자도 불안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콜벤 다큐를 시작한 계기는 2012년 7월 인천 부평 콜트 악기 폐공장에서 이웃집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찾아가는 것 부터였다. 83년도에 지어진 콜트 악기 공장은 지금 기계도 다 빠져나가고, 폐회처럼 되어 있다. 이 공장의 콜벤 노동자들은 아름다운 기타를 만들던 사람들이었다. 세계 기타의 30% 생산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2007년 봄. 잘 나가던 회사가 문을 닫게 되고 그렇게 시작된 정리해고와 공장폐업,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싸움을 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사라지고, 부서지고, 무너진, 자리에서, 꾸준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콜밴이라는 밴드는 아마추어 밴드이고 여전히 서투른 밴드이다. 그리고 이 분들이 콜밴을 만드는 이유도 자신들의 투쟁을 알리기 위한 것이지만, 처음 세웠던 것과 다르게 음악을 연주하면서 그 하나하나 기타를 배우고 매월 하나씩 노래가 자기에게 다가오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치유를 받게 된다. 자기 자신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위로를 주는 노래를 부르는 밴드의 이야기이다.

 

 *Q&A

Q: 그들의 결말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나. 이 피칭을 통해 1년 후에 영화를 상영해야 할텐데 말이다.

A: 콜텍 노동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오랜 기간이 걸릴 테고 올해 안에 특별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편집 마무리 할 생각이다. 그리고 복직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투쟁을 따라가는 스토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한다는 것을 봐줬으면 한다. 마지막 장면은 눈이 쌓인 천막 농성장에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담을 생각이다. 하지만 천막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그들의 처지를 통해 그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싸우고 있습니다 라는 장면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예선 피칭을 통해 엄선된 프로젝트들은 오늘 최종 피칭을 통해서 장편 1편에 3,000만 원, 단편 2편에 각각 500만원씩 총 4,000만원의 제작 후원금을 우수한 독립 다큐멘터리 기획안에 지원하게 된다. 선정된 작품은 내년 EIDF에서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