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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3/EIDF 2013 현장 스케치

[EIDF행사후기] 건축 다큐 북 콘서트(ABC) "무에서 영원을 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무에서 영원을 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일시 : 1022() 19:30-22:00

참석자 : 서승모(건축가), 김영진(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시놉시스 : 미니멀리즘의 대가라는 명성을 지닌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 현대적 모더니즘과 일본의 고유한 전통을 결합시킨 그의 작품들은 내로라하는 건축상을 휩쓸었다. 다큐멘터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도의 건물들을 차례로 조명한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안도의 독특한 삶과 건축에 대한 가치관, 영감의 원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KU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세 번의 건축 다큐 북 콘서트. 올해 EIDF가 특별히 '도시와 건축'이란 섹션을 개설하면서 건축관련 다큐멘터리들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책과 사람을 함께 동원하였습니다. 이름하여 건축 다큐 북 콘서트. 건축과들과 자유롭게 건축 관련 책과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자리입니다.

 


<무에서 영원을 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많은 분들의 관심과 호응 속에서 진행된 콘서트!

김영진 평론가(왼쪽)과 서승모 건축가 (오른쪽)

 

  22일 저녁, 건국대학교 시네마테크에서 <무에서 영원을 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상영 이후 두 게스트분 등장! 생각보다 많은 관객분들이 건축 다큐 북 콘서트에 참여해주셨고 대부분이 젊은 학생분들처럼 보이는 젊은 연령대였습니다.

 

끊이지 않는 질문과 함께 훈훈하게 진행된 시네마토크!

김영진 영화 평론가가 진행을 맡고 ‘사무소 효자동소장, 서승모 건축가가 게스트인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서승모 건축가는 특히 일본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일본에서 수학했기에  안도 다다오의 건축뿐 아니라 일본의 문화적인 맥락까지 설명해서 안도의 건축세계 이해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김영진 평론가는 콘서트를 진행하며 본인이 건축에 무지하다고 하면서도 편안한 진행을 이끌었습니다. 건축에 종사하는 관객분들이 많았다 생각했지만 건축에 문외한인 관객이라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무심한(?) 듯 농담을 던지는 진행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서승모 소장은 안도의 건축이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미학이 담겨 있다고 보았습니다. 일본의 장인문화가 건축업에 스며든 결과로 보고 건축이라는 예술적 영역이 극한으로 갔을 때 자연과의 대립에서 벗어나 동화되는 느낌을 준다고 했습니다.

 

안도의 건축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콘크리트가 많이 쓰인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조형적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고 자연을 포용하는 건축이 될 수 있느냐는 평론가님의 반론 아닌 반론도 있었습니다서 소장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예로 들며 일본의 자연과 우리나라의 자연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자연은 어두운 부분도 있고 굉장히 강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영()적인 자연의 느낌이 건축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안도의 사무실을 보면 회의를 할 때 앉지를 못하고 직원들이 종종 서있거나 우왕좌왕하는 듯 사무실 분위기가 독특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굉장히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권위적인 분위기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대해 서 소장 또한 상하 위계관계를 인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필요하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사무실 경우 도제식 분위기가 강합니다. 일본 문화가 전체적으로 상하의 위계관계가 생각보다 강해요. 음대 같은 경우는 문하생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입니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분야는 편안한 문화가 아니라 긴장감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지진을 안고 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다르고, 따라서 긴장감도 필요한 것이지요.”

 

 

일본의 건축 토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서 소장님은 안도 다다오와 같은 대가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힘들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문화 강국이지만, 대체로 혼자서 하는 것을 잘하는 편입니다. 발레, 무용, 미술, 음악 등은 잘 하는 사람들이 배출되지만 건축은 아직 어려워요.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의지와 의식 수준이 높아야하고 시공자와 건축가, 뿐만 아니라 사용자까지 의식 수준이 높아야 합니다. 좋은 것을 경험하고 본 친구들이 많아지고 그런 사람들이 클라이언트가 되는 상황이 되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석자 중에 상당수가 건축을 공부하거나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은만큼 서 소장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남보다 2배 노력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따져서 건축과도 같은 예술 분야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안 맞으면 빨리 다른 길을 찾는게 좋고, 맞다고 생각하면 남보다 2배 더 노력해야 합니다. 대신에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재미있으면 잘 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노력하게 되고, 노력하다 보면 다른 상황은 언제라도 벌어질 겁니다.”

 건축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닙니다. 예술가로서 창작의 고통과 제약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서 소장님은 웃으며 오히려 제약과 어려움을 반긴다고 답했습니다.

만약 아직까지 겪은 건 아니지만, 만약 제가 무한한 신뢰와, 무한한 자본을 받는다면 저는 오히려 더 못할 것 같아요. 창작 행위에서 법과 자본의 제약은 너무나도 당연해요. 그게 오히려 저에게 재미를 주죠. 스트레스를 극단적으로 받으며 술을 마시며 풀기도 하지만(웃음), 때로는 혼자 있으며 좋아하는 풍경을 보거나 그저 멍하게 있는 상태를 즐기기도 해요.”

 서 소장은 건축가를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때로는 클라이언트와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내밀한 비밀을 공유하면서 건축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안타깝게 제한된 시간 탓에 끝을 내고 말았지만 유쾌하게 끝난  두 남자의 시네마(?)토크 탓에 많은 관객분들이 상당수 만족한 표정으로 상영관을 빠져나왔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영화 속 얘기뿐만 아니라 건축가 분의 생각과 철학 또한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IDF 정명훈, 전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