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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3/EIDF 2013 현장 스케치

[EIDF행사후기] 건축 다큐 북 콘서트(ABC) <경계의 건축>

<경계의 건축> <Coast Modern>

일시 : 1023() 19:30-22:00

참석자 : 구승회(건축가), 조재원(건축가), 구본준(한겨레 기자)

시놉시스 : LA부터 밴쿠버까지 북미 서부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각종 모더니즘 건축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해안과 육지의 경계에 세워진 아주 독특한 인간의 공간이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 낸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독특한 건축 다큐멘터리.

 

KU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세 번의 건축 다큐 북 콘서트. 올해 EIDF가 특별히 '도시와 건축'이란 섹션을 개설하면서 건축관련 다큐멘터리들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책과 사람을 함께 동원하였습니다. 이름하여 건축 다큐 북 콘서트. 그야말로 건축, 다큐멘터리, 그리고 책이 만나는 자리가 다큐 상영 후 바로 마련되어 건축과들과의 흥미로운 시네마 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건축과들과 건축 관련 책과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자리.


 

 

 

 

23, 건국대학교 시네마테크에서 <경계의 건축> 상영 이후 건축가분들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경계의 건축>모더니즘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을 다루고 있기에 관객들과 패널들이 모더니즘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패널로는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서연의 집을 설계하신 걸로 유명한 구승회 건축가와 건축도시사무소 0_1studio를 운영하고 서울시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재원 건축가,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가 참석하였습니다.

 

패널들과 우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경계의 건축>LA부터 벤쿠버까지 북미 서부 해안에 위치한 입이 딱 벌어질만한 모더니즘 건축물들을 보여주는 형식인데 영화 속 등장하는 건축물과 우리나라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했습니다.

 

  구승회: (동감하며) 우리나라와 북미와는 우선 자연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겨울에 영화 속 등장하는 건물처럼 창문이 그렇게 크고 열어 두면 얼어 죽을 수밖에 없죠(웃음). 사는 지역과 삶의 모습이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자연환경과 인구밀도 등 허락되는 여건들을 두고 건축가들이 항상 고민을 해요.

 

  조재원: 모더니즘 건축이 시도되었던 시기가 지금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요. 서부 해안의 경우에 실험적인 케이스로 고급 주택, 화려한 주택이 아니라 그 시점의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차용한 거거든요. 지금의 우리 같은 경우에 아파트를 탈출해서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에 대한 정의를 생각하는 시점이라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아요.

 

 

  구본준: 모더니즘은 어느 새 100년이 다 돼 가는 고전이 되었는데 사실 한국적 상황에서 모더니즘을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서양은 모더니즘 이전의 맥락이 있고, 포스트모더니즘도 거쳐보고, 다시 복고적으로 돌아가 모더니즘을 복원하는 형태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모더니즘을 그려내기 힘들거든요.

 

  구승회: 사실 저 개인적으로도 반성하는게 학교 교육 안에 있는 동안에 사조, 경향성을 특정한 주관 없이 받아들였다고 생각해요. ‘좋은 것에 대한 고민 없이 정신없는 시간만 보냈던 거죠.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건축이 진정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잡지에서 혹은 선배들로부터 비판적인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거죠.

 구본준: 구승회 선생님 같은 경우에, <건축학개론>의 서연의 집은 깔끔하고 모던한데 정작 선생님 집은 대문을 빨갛게 칠해 놓으셨더라구요.

 구승회: 사실 색다른 걸 해보고 싶었고 어쩌면 다르게 살고 싶다는 건축가의 객기였던 것 같아요(웃음).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주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아파트가 맞는 것같아요. 북적북적하고, 마트 가깝고, 안전하고 제 나름대로는 이 공간이 고향이거든요. 주거 공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파트가 맞다고 생각하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조재원: 사실 클라이언트가 건축 설계를 맡길 때 굉장히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살아왔던 공간은 아파트가 대부분이고 한정된 예산, 한정된 레퍼런스 속에서 추상적인 요구가 나올 수 밖에 없지요. 다시 말하면, 구체적인 기억속의 공간이 없는거죠. 형식을 떠나서 다시 백지에서부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구승회: 기억 속의 공간은 재미있는 주제인 것 같아요. 사실 나이 많으신 분에게 기억 속 공간을 물으면 대부분 한옥을 떠올리시잖아요. 근데 때로는 한옥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한옥이라는게 낙후되고 춥고, 배고픈 기억을 담고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하는 모습이나 공간을 꿈꾸는데 있어서 경험이 중요한 요소가 되죠.

 

 구본준 <경계의 건축>을 어떻게 보고 느끼면 좋을까요?

구승회: 아까도 말했지만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잡지, 영화만 보고 예쁘다고 느끼는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공간, 장소에 대한 경험을 하고 이게 나에게 맞는지, 안맞는지,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경험을 통해 분명하게 아는 게 중요한거죠.

 조재원: <말하는 건축 시티 : >이 이제 곧 개봉을 하는데, 정재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건물에 대한 칭찬을 해 주기보다는 서울 시민이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전달하고 싶다더라구요. 저는 건축가들이 우리 이렇게 삽시다제안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건강한 건축문화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생각과 제안들을 읽어 주십사하는 당부를 드리고 싶네요.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건축에 대해 편안하게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던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