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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3/EIDF 2013 현장 스케치

[EIDF행사후기]마스터 클래스2 : 대니얼 크로스–당신이 장편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면

 

EIDF2013 마스터 클래스2 : 대니얼 크로스  '당신이 장편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면'

 

10월 21일 오후 1시 반부터 3시간 동안 EIDF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강연자는 대니얼 크로스로 ‘당신이 장편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면’의 주제로 강좌를 이끌었다. 이날 EBS SPACE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는 08, 09년도 EIDF 사무국장이자 지금은 외국어교육부에서 ‘토목달’과 같은 사업 진행 중인 성기호 PD가 진행을 맡았다.

 


 

 

 

캐나다의 저력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사 EyeSteelFilm을 이끌고 있는 대니얼 크로스!

 

최근 10년 동안 <양쯔 강을 따라서>, <라스트 트레인 홈> 등 뛰어난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발굴해 세계 시장에 알렸다. 이는 그가 작품 20여 편을 통해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서 쌓아온 경험과 맞닿아 있다. 펀딩, 국제공동제작, 해외배급 등 북미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해 대니얼 크로스와 경험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먼저 대니얼 크로스는 참석자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관심사가 있는지 묻는 세심함을 보였다. 이는 참석자의 수준과 관심에 맞게 강의의 속도 조절과 적절한 소재를 선택하여 모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

 

(대니얼 크로스의 강의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인용했다는 점을 밝힙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란?" 

 

다큐멘터리 감독을 한다는 것은 ‘정체성’과도 관련 있는 것이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영화를 시작하는 것부터 당신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한다. 현재 나는 몬트리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너는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답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떤 영화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분명히 생각하여야 한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매우 많지만 백 명 중 한두 명만이 살아남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만 한다.

영화를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도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는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만 시간을 투자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영화계에서는 혼자서는 그렇게 긴 시간을 채울 수 없다. 그러니까 영화 현장에서 반드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복잡한 촬영장비나 복잡한 언어와 기술에 익숙해질 수 있다.

나는 한 때 하키 선수였다. 스포츠와 예술은 다르지만 같은 부분이 있다. 공통점은 둘 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끝없이 정진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하기에 잘 마련된 시설과 환경과는 달리 예술은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 특히 예술을 위한 영화제작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과 협업과 동시에 많은 예산을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절실히 필요하다.

 

 


 

 

 

 "제작 현장에서의 고민" 

 

나 자신이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The Street’, ‘SPIT: Squeegee Punks In Traffic’의 경험담을 들려주겠다. 이것은 사회적인 지원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로 마약 중독과 알콜 중독에 빠져 길거리를 전전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였다. 이것을 촬영하기 위해 7년의 시간을 그들과 함께 했다.

영화를 찍는 도중에 엄청난 고뇌에 직면해야 했다. 영화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끝을 낼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나는 아는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면 지금 상황을 설명해야 할 거 같아서 일부러 피해 다닐 정도였다. 이에 끊임없이 되뇌던 질문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캐릭터들이 죽을 때까지 촬영해야 하나?’, ‘나 자신은 그들을 그저 영화를 위한 소재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이걸 하는 것이 맞는지’란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같은 여러 가지 고민과 위기 상황 속에서, 힘을 되찾기 위해 항상 기본으로 되돌아갔다. 그것이 지금까지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은 여느 강좌와 달랐다. 예를 들면, EIDF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DMZ 영화제 기념가방을 드신 할머니께선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차이에 대해 묻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셨다. 또한 알 자지라 방송국에 근무하며 한국 다큐멘터리를 해외로 소개하는 현장 관계자의 실무적인 질문도 있었다. 더욱이 한 번 입을 열면 2,3분이 넘도록 쉬지 않고 강의를 이끄는 대니얼 크로스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동시통역사의 실력도 칭송이 자자했다. 첫 번째 마스터 클래스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마지막 마스터 클래스는 10월 22일(화)에 EIDF 페스티벌 초이스 심사위원장 레오나르드 감독의 ‘싱글 샷 시네마 2.0’이 오후 1시 반부터 4시 반까지 같은 시간에 EBS SPACE에서 계속 이어진다.

 


 

 

다큐멘터리를 정의하는 말은 수백 개도 넘는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확고하다.

‘우리에게 삶이 있다. 우리 모두의 삶은 가치가 다르지 않고 또 하나의 삶일 뿐이다.’

 

‘What we have is a life, no more or ne less valuable than any other life, what we have is a life.’

-Daniel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