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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3/EIDF 2013 현장 스케치

[EIDF행사후기]EIDF 아카데미 독 캠퍼스 이창재 교수의 '다큐멘터리 대상 선정과 방식'

 

EIDF 아카데미 캠퍼스 이창재 교수  '다큐멘터리 대상 선정과 방식'  

 

 

올해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는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와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국내 다큐멘터리의 해외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제작자를 위한 실무 교육으로 EIDF 아카데미 독 캠퍼스를 진행했습니다. 여전히 열띤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24일 목요일, 오전 9시 반부터 진행되었던 이창재 교수의 강의에 EIDF 홍보팀이 깜짝 방문했습니다!

참고로 이창재 교수는 지난 5월 23일 개봉하여 18주 연속 상영을 이어가 관람객 5만 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길 위에서’를 제작한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하죠!

                                                  


 

 

(이창재 교수의 ‘다큐멘터리의 대상 선정과 방식’의 강의를 일부 편집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기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말처럼 수없이 난립하는 미디어 매체들이 다루지 않는 소재는 없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면, 예술성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에게는 여전히 가능성이 존재한다. 바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같은 소재이더라도 해석에 따라, 예술적이며 미학적인 선택에 따라 다큐멘터리가 설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무엇이 궁금한가’ 라는 질문부터 시작하라. 처음에는 투자자나 관객의 관심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호기심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타인의 관심을 좇다 보면 주문자 생산방식과 같을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한 관심은 점점 확장되어 갈 수 있게 잘 키워나가야 한다. 어쨌든 시작점은 ‘나’라는 것이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으면 친구조차도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예술가에게 가장 무서운 적인 회의를 만났을 때, 자신과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그 자체로 영상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다큐를 제작하며 흐르는 시간은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며 그 자체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다큐멘터리 이외에 그 어느 매체에서 자기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여러분과 같은 20대에는 한 글귀에, 단편 다큐 한 편에 영혼이 뒤흔들리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순수한 시기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나이대가 되면 의식의 형질이 두터워져 자신의 사상을 흔들만한 것들을 쉽사리 받아들이려 하지 않게 된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고 한다’ 라는 카이사르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는 망원경이자 현미경으로 나이든 사람들의 의식을 점령하고 변화시키는, 무감각한 의식의 형질을 뚫고 일종의 떨림을 전달하는 매력적인 장치이다.

 


 

 

 

 

 "다큐 기획의 원칙"

 

1.인지도  

당신은 이슈나 소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사적인 소재라도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그것부터 시작하라. 사적인 이야기라면 당신에게 인지도가 클 테니까. 그것부터 시작해서 가족, 지인 순으로 인지도를 점점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2. 욕구

내가 이것을 얼마나 하고 싶은가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즐겁게 하는 것이다. 당위성만 좇다보면 금방 지칠 것이다. 당위성은 이슈나 소재를 정면에서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즐겁게 하는 과정에서, 다큐멘터리는 ‘이면’에서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3. 흥미

 흥미야말로 자기 자신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딱딱한 소재라도 자꾸 만지면 원하는 형태의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4. 시각성

 다큐멘터리는 영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시각적 측면이 강하면 이야기가 약해도 충분히 작품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곤욕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관객은 시각성보다 이야기를 좇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5. 차별성

말 그대로 something new이다. 예를 들자면, 100살이 넘도록 금슬을 자랑하는 한 노부부가 있었다. 이미 5번이나 TV 다큐로 다뤄진 소재인데, 그것을 소재로 한 새로운 다큐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였다. 할아버지가 임종이 다가오면서 할머니에게 심술궂게 구는 둥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둘의 사랑의 완결에 대해 관객들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6. 가치

자기 확신이 중요하다. 하다보면 무언가 나오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실패를 부르기 쉽다. 참고로 윤리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것을 대체하는 탄탄한 논리와 상상력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다큐에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7. 현실성

처음 다큐멘터리를 시작하는 사람은 항상 ‘현실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작업실에 붙여놓고 지내야 한다. 하지만 작업이 끝날 때는 지워도 좋다. 작업이 너무 힘들면 나중에는 다큐멘터리 자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작은 성취부터, 자신을 살살 달래가며 작업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Q: <길 위에서>에서 인상적으로 남은 대사는, 상욱 스님이 감독에게 ‘속세와 인연을 끊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에게, 감독님은 왜 또 인연을 맺으려고 하십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감독은 비구니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그들에게 어떠한 혼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A: <길 위에서>를 찍기 위해 스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6개월이 걸렸다. 그 지점은 나 역시 무척이나 고민했던 것이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비구니들이 모여 사는 절에 한쪽 담이 무너졌다. 그래서 포크레인이 와서 스님들이 수행을 하건 말건 큰 소음을 일으키며 공사를 했다. 내가 촬영을 하겠다고 하자 큰스님이 모든 스님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말했다. 담을 보수하는 것처럼 잠시 시끄러울 수 있지만 이후에 큰 혜택이 오는 것처럼,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비구니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불교에 대한 불심, 그리고 자기 자신이 수행하는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 등 그것으로 오는 도움이 더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러한 큰스님의 말씀처럼 나 역시도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창재 교수는 무엇보다도 인생의 전환점, 터닝 포인트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도는 다양한 연령대 수강생들 모두에게 오늘의 강의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바란다는 말로 강의를 끝맺었습니다. 오후 4시 10분에는 전문가 코스와 일반 코스 동시에 수료식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이로써 국내외로 명성을 날리는 뛰어난 강사진과 다큐 제작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모여 만들어 낸 EIDF 독 캠퍼스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