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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EIDF 2014가 만난 사람들

[EIDF가 만난 사람들] EIDF 2014 수석 프로그래머 오정호


EIDF를 만드는 사람들 (2)  : EIDF 2014 수석 프로그래머 오정호 


오정호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와 인연이 깊다. EBS PD로서 그는 <시네마천국>, <단편영화극장>, <독립영화극장>등을 제작 및 기획했고, 여기에서 얻은 경험은 그가 올해까지 3년간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EIDF)를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EIDF 에디터는 오정호 프로그래머를 만나 EIDF 그리고 다큐멘터리, 나아가 다큐멘터리의 역할과 지향점에 대해 물었습니다.


Q. 이 시대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지켜내는 힘이 무엇인가?


A. 이제는 핸드폰이 카메라가 되어버린 시대, 어떤 특별한 상황이 자기 눈앞에서 벌어진다면 사람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든다. 누구나 기록하고 무엇이든지 기록되는 시대. 하지만 정작 무엇이 기록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즐기며 그 속에서 힘을 얻는 까닭은 극영화 등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정성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다큐멘터리만의 힘이기도 하다.

 

Q. EIDF 내 다큐멘터리의 장르가 회를 거듭할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A. EIDF가 장르를 의도적으로 세분화하기보다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제작 추이가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다큐멘터리계에 대중적인 팝 다큐(popular documentary)가 강력한 힘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점점 소형화되지만 고화질을 구현하는 핸드 헬드 카메라의 보급으로 자기 자신을 피사체의 주인공으로 과감하게 설정하는 자기 반영적 작품이 많아지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비단 이러한 경향은 제작자의 제작 트렌드일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소비 경향이기도 하다. 우려되는 것도 있다. 다큐멘터리가 자칫 가벼워지거나 비주얼 위주의 콘텐츠로 흐를 수 있다.  


Q. 올해 EIDF 2014의 슬로건은 "다큐, 희망을 말하다"이다. 올해 상영작 중 희망을 다루는 작품이 있다면?

 

A. 경쟁 부문을 살펴보면 이승준 감독의 <달에 부는 바람>,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박수 소리>, 로라 바리 감독의 <아리엘>, 댄 바세르만 감독의 <사랑을 믿나요?> 등이 주목할만 합니다. 그외 <아들>, <비룽가>,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 등의 작품들도 희망을 기본적인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전쟁, 분쟁 등 큰 화폭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한 지역이나 가족 내 이야기 등 상대적으로 작은 세계에서 펼쳐지는 작품도 있다. 각기 다른 맥락에서 절망과 희망이 존재하는 듯하다. 무의식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절망만큼의 무게로 희망을 언급한다. 다큐멘터리는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포착하는 도구인 동시에 현실을 새롭게 그려나가는 사회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Q. 관객과 EIDF를 연결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 담긴 철학은? 


A. 영화제가 가벼워진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너무 대중의 요구에 영합하는 것은 아닌가. 왜 진지한 다큐멘터리는 라인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가 하는 식이다. 비판과 질책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TV라는 매체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일반인들에게 대중화하고 친숙하게 만든 것은 EIDF만의 힘이기도 하다. 해마다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를 TV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색다른 경험이자 TV 매체의 한계를 뛰어 넘는 매체적 실험이다. 


Q. EIDF 상영작이 TV 방영되면서 한국 TV컨텐츠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용구를 보았다. 이번 D-Box도 그러한 취지에서 기획된 것인가. 


A. D-Box는 몇 가지 단계를 통해 대중화를 시도하려 한다. 첫째, 올해 작품을 중심으로 방송 후 7일간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두 번째 단계로 지난 10여 년간 구축해온 아카이브에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작품들을 선별하여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미국 인터넷 전체 사용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고 하니, 아마도 이런 추세 (온라인으로 통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는 조만간 한국에도 상륙하지 않을까. 다큐멘터리는 강력한 콘텐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