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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수련(Discipline)

EIDF 에디터가 소개할 여섯 번째 한국 다큐멘터리 파노라마 상영작은 수련(Discipline)입니다. 



변변한 직장도 없이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버려진 체육관에서 홀로 수련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난한 무술 사범 김이창. 가난과 외로움의 풍경 뒤로 현재의 그를 가두고 있는 과거의 슬픔이 아주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서 있는 이 영화는 강렬한 이미지와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결합합니다. 



<수련>은 김이창 감독이 주연과 촬영 그리고 편집을 모두 맡아 제작된 영화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이창은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 쪽방에서 홀로 생활을 합니다. 

이창의 나이 37. 그는 계속 일자리를 찾지만 쉽게 구해지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바닥에 고정된 상태로 영화 속 주인공 이창은 바벨을 들고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간 계속되는 그의 수련은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이 쉼없이 계속됩니다.




 

그가 수련하는 체육관은 버려진 건물입니다. 사람 한 명만이 누울 정도의 자리에 누워서 자고, 일어나 일자리를 찾고, 운동을 하고... 이것의 그의 일상입니다.


“처음 이곳에 오던 날 너무도 초라한 내 신세에 당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의 마음은 자유를 꿈꾸지만, 나의 몸은 외로움과 두려움에 점점 지쳐만 간다.

이렇게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누를 때면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해주셨던 유일한사람. 어머니는 삶의 의미와 사물의 가치를 명확하게 알고 계셨다.”



그는 군대 제대 후 2개월 만인 2008년 어머니를 여읩니다. 

그가 외롭고 힘들 때 그는 늘 어머니에 대한 향수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무엇인지를 알지 못할 때, 어떤 길을 걷는지 알 수 없을 때, 마음은 초조해지고 점점 화가 난다.” 


“이러한 걱정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지나치어 생긴다. 나의 관심을 외부에 두지 말고 내면을 향하도록 하자. 잠시 눈을 감고 내 몸이 자연과 함께 있음을 느껴본다.” 


“손끝에 느껴지는 햇살이, 귓가에 맴도는 바람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소리가 나에게 이야기한다. 외부의 허상을 버리고 자연의 소리에 집중하자, 그 속에서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동해 바다는 이창에게 특별한 장소입니다. 수평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그의 고독함을 언제라도 품어줄 것만 같습니다. 





동해에서 돌아온 어느 날 돌연 그의 수련장은 무너져 폐허가 되었고, 그는 갈 곳을 잃습니다.


“믿음이 작아질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두려움이 의심과 거짓의 욕망으로 서서히 자라난다.” 


“그렇게 자라난 두려움은 삶을 황폐하게 하고 강한 고통으로 나를 조종하려한다.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두려움은 아무리 애를 써도 없애 버릴 수가 없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완전한 과거가 나를 두렵게 하고, 외로움과 가난은 나를 두렵게 하지만 두려움 앞에 있는 나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받아들이자.”



이창은 이제 어디로 향해 갈까요. 영화는 특정한 스토리텔링을 하기보다 이창을 담담히 보여줄 뿐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이혜연>


영화 <수련>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8월 29일 7시 30분 (저녁) Talk with Guest로 감독과 관객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D-Box로 놓친 영화 다시보기> - 아래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