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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EIDF 2014 현장 스케치

[EIDF 현장 스케치] <건축 토크 콘서트>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단장(The New Rijksmuseum)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단장(The New Rijksmuseum)>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참석자: 정재은(영화 감독), 전숙희(건축가), 김광수(건축가), 배윤경(건축가)

-시놉시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네덜란드 최대의 국립박물관 레이크스 박물관의 장기 보수 공사 프로젝트. 렘브란트의 걸작들을 소장한 이 거대한 구조물은 1895년에 처음 지어진 이후 2003년에 이르러 1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조정을 위한 회의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비용 또한 계속해서 치솟는다. 미술관 관장은 새로운 박물관으로 태어나기까지 큐레이터와 정치가, 시공무원, 디자이너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지난한 일상의 전투를 벌인다. 다행인 것은 전투의 끝에는 영광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보수 공사를 마친 레이크스 박물관은 2013년 4월, 10년만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8월 27일 EIDF 2014 두 번째 건축 다큐 토크 콘서트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저녁 7시 반부터 두 시 반 동안 열렸습니다.


이날 토크 콘서트의 주제가 되는 다큐멘터리는 우카 후겐데이크(Oeke Hoogendijk) 감독이 제작한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단장>이었습니다. 먼저 영화 상영이 있은 후 정재은 감독의 진행을 토대로 전숙희 건축가, 김광수 건축가, 그리고 오늘 특별 출연해 주신 <암스테르담 건축기행>의 저자 배윤경 건축가님이 함께 토크 콘서트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참가자와 관객들은 건축을 하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해결 방법, 건축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주요 이야기로 삼았습니다.




정재은: 어떤 느낌의 어떤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시나요?


김광수: 저는 축약본이 아닌 네 시간 분량의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단장>도 보았었는데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있는 그대로 잘 담아내어 제가 마치 10년이라는 현장 속에 있었던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또한 영화 장면 사이사이에서 보여주는 민병대를 그린 렘브란트의 작품이나 집단 초상화들이 다큐멘터리 속에서 보여진 집단성이 강한 관계자들, 시민들, 자전거 연합회를 표현하고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숙희: 가슴에 압박이 오는,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건축가이다 보니 박물관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하게 된 것도 없지 않아 있고, 모두가 합의하여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각각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보수 공사를 지연시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훌륭한 작품이 세상에 보여지지 못하였던 게 안타깝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정재은: 우리나라에 비해 네덜란드가 이런 박물관의 설립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데요, 왜 이렇게 많은 갈등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시나요? 


배윤경: 네덜란드의 노사관계에 관련된 말 중에 폴더모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폴더모델의 폴더는 간척지를 뜻하는데요, 네덜란드 국토의 1/3은 네덜란드인이 만든 간척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물과의 싸움에서 쟁취한 국토이기에 국민들은 국토에 대한 애착이 큰 것이죠. 그리고 국토는 모두의 땅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의 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념비적인 국토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고, 따라서 이러한 갈등이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광수: 네덜란드의 국민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상인 조합의 모습을 주로 담은 렘브란트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직적 위계감보다는 병렬적인 관계를 형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의 한 유명한 건축가의 작업에도 굉장히 다원적인 유닛들이 조합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개인주의지만 한번 단결을 하면 강한 단결력을 보여주는 힘이 있거든요.



전숙희: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건축을 하다 보면 종종 찬반의견으로 갈리게 됩니다. 패션의 경우, 사람들은 왜 옷 색이 하얀색인지 검은색인지, 길이는 왜 그런지 등을 묻고 따지지 않고 개인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건축은 좀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건물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아오던 관습과 쓰임새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쓰는 방식과 연결되지 못하여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현상설계를 통해 7년을 통해 지어졌는데요, 도서관을 설계할 당시에는 최고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를 하였지만, 완공을 마친 7년 후에는 이미 더 이상 최신 기술은 아니거든요. 그려진 시기와 지어진 시기가 다르다는 건축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이죠.


<대화 내용은 편집 과정을 거쳤음을 알립니다.>


<관객과의 Q&A>


Q) 저는 시각디자이너입니다. 시각디자이너는 되도록이면 많은 대안을 준비해놓고 사업주에게 디자인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건축의 경우에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전숙희: 건축의 경우에도 대안을 미리 만들어 놓습니다. 설계의 첫 작업도 그림을 그리고 작은 모형을 만드는 것이라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기에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때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준수해야 할 프로그램 사항을 인지하고 디자인적인 도전을 하게 되지요. 다만 시각디자인은 첫 감각에 대한 선택이 가장 중요하고 끝까지 이 감각을 살리는 것이 중요해 처음에 많은 대안이 나오는 편이지만, 건축은 첫 설계에서 컨펌을 받더라도 지속적으로 조금씩 부분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해요. 그리고 각 과정을 걸쳐 결정된 대안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초반과 중반, 후반의 균형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광수: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대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대안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 설계들이 갖는 강력한 느낌이 무뎌지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축주도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 대안을 만들긴 합니다. 한 번은 제가 정말 마음에 든 설계 하나와 가장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설계 이 두 개를 가져간 적이 있는데 건축주는 후자를 선택한 적이 있어요. 그런 상황들 속에서 건축가들은 마치 벼랑에서 외줄타기를 하듯이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잘 이끌어 나갈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Q) 건축가나 감독 모두 자신이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숙희: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집착이 가는 부분이 그때그때 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레이크스 박물관의 경우에는 입구였는데, 공들여 설계한 입구가 단지 작다는 문제로 엎어지고 다시 재설계를 해야 하는 사항에 처해지면 굉장히 슬플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비슷한 사례로 건축주와 창의 선택에 대한 갈등이 있었는데요, 포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기에 한달 여 가량을 건축주에게 지극적으로 편지를 써가며 건축주를 설득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네 개의 창 중 세 개를 막기로 결정이 되어 적잖이 실망하였지만, 그곳에 미련을 두지 않고 다른 손보아야 할 부분을 더 열심히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이미 결정이 된 상황에서 그 창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건물을 포기할 순 없거든요. 건물은 설계자의 이름과 남아있게 되기 때문에. 저는 건물이 자식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건물마다 각각의 개성을 갖고 태어나는 거죠. 그리고 건축가들은 더 나은 건물이 탄생할 수 있도록 다듬으려 하는 노력을 하는 거구요.


Q)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단장>에 나오는 자전거 연합회의 반대처럼 가장 당황했거나 거센 항의는 무엇이었나요?


김광수: 건축을 하면서 매번 다양하고 거센 의견들을 받아왔기에 딱히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웃음), 특히나 공공프로젝트를 실시할 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음을 아예 비우게 되거나 아예 건축을 하질 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는 힘든 경험들이 많았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경험을 많이 겪으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어요. 막다른 길에서도 결국에는 더 나아갈 수 있구나. 건축주든 공무원이든 민원이든 어느 누가 어떤 반대 의견을 내놓아도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도전을 하게 되는 것이죠. 반드시 부딪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고 더 나은 건물을 만들어 낼 해법을 찾는 열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적된 경험으로 말미암은 생각이 오픈 마인드적 태도를 가지게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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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드나드는 작은 방 하나에도 여러 건축가들의 세밀한 노고가 들어있었다는 것! 여러분들은 알고 있었나요?^^ 건축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까지 하나하나 담아낸 <레이크스 박물관의 새단장>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참가자와 관객 모두가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었던 건축 다큐토크 콘서트 현장이었습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서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