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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EIDF 2014 현장 스케치

[EIDF 현장 스케치] <Talk with Guest> 조용히 해!(Tishe!)

<조용히해> <Tishe!>

일시 : 8월 29일 (금) 19:00-21:00

참석자 :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 강유정 (영화평론가), 


시놉시스 : 코사코프스키 본인이 ‘코미디’로 분류한 ‘Tishe!’는 역사상 최초의 사진으로 여겨지고 있는 니세포르 니엡스Nicephore Niepce의 <르 그라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일 년 동안 본인의 방 창문을 통해 바라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를 담아낸 감독은, 때로 우리가 바로 코 앞에 있는 것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자신이 목격한 일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러나 때로는 초현실적이자 추상적인 형태로 나열하고 있다.


EIDF 2014의 심사위원장인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의 <조용히 해!>가 29일 저녁 7시부터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되었습니다. 1시간 30분여에 걸친 상영 후에는 감독과 대화를 나눠 볼 수 있는 시간이 준비되었는데요.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독의 유쾌한 답변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관객들의 수준 높은 질문에 감독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국으로 이사 오고 싶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  배경음악이 스튜디오에서 전문적으로 녹음된 것이 아니라 실험적인 것으로 녹음된 것처럼 보이는 데, 그런 음악을 선호하시는지 아니면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이 질문은 꽤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사실 원래는 음악 없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했는데 작곡가 친구 하나가 제시한 곡을 들어보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갔어요. 근데 녹음하는 동안 친구 아들이 불러서 창문을 보게 되었어요. 그 아래에는 경찰들이 몰려있었는데 총을 들고 있어서 친구가 아들이 창밖을 내다보지 못하게 했는데 그 소리가 다 함께 녹음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 음악이 장면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심지어는 악보 넘기는 소리까지 남겨두게 된 것이죠. 스튜디오를 빌려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녹음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제게 오히려 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친구가 집에서 녹음한 곡을 쓰게 된 거예요."



* 영화를 보기 전에 `코미디`장르라고 정의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코미디 장르라고 정하고 촬영을 하신 건지 찍고 나니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해요.

"사실 <조용히 해!>는 내 작품으로는 아주 예외적인 작품이에요. 만들고 나니 코미디가 되었죠. 사실 전에 코미디로 의도하고 만든 작품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람들이 모두 슬퍼했어요. 덧붙이자면 이 영화에는 예술을 이해해야 좀 더 알기 쉬운 부분들이 있어요. 어떤 현실적이고 인상적인 장면마다 마네나 르누와르의 그림을 넣어서 좀 더 예술적인 장면으로 만들도록 의도했었어요."


* 작중에서 창문에 자기 얼굴이 비치는 자기 반영의 장면이 있었는데 그 부분이 의도된 것인지 여쭙고 싶네요.

"나는 작중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단 한 번도 어떻게 움직여 달라고 지시한 적이 없어요. 그저 그들이 움직이는 데로 직접 사진을 찍었고 그 중에 아주 일부에만 내가 비춰있죠. 하지만 그 몇몇에서는 내가 반사되는 것을 알고도 촬영을 했어요. 그 이유는 2차원의 영화를 3차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녀들, 벨라스케스 작>


이것은 다큐멘터리의 요소 중에 하나인데, 예를 들면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작품에서 보시는 건 처럼 중심에 공주의 모습을 그리면서 뒤 쪽에 있는 거울에 왕과 왕비를 비추는 그림은 그림의 중심에 놓여 첫 째로 보이는 2차원의 부분뿐 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공간, 그러니까 왕과 왕비가 서 있는 곳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하면서 3차원의 공간을 상정하죠. 저도 2차원에서 3차원의 `나` 까지 볼 수 있는 요소를 첨가하고 싶어서 그런 장면을 넣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저는 베트남 호치민시를 방문했을 때, 수많은 오토바이를 보고 사진으로는 상상하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놀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영화에서는 계속 창밖의 장면과 소음이 합치돼서 나오는데 사진은 소리를 전달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은 제가 들어본 질문 중에 아주 훌륭한 축에 속하네요. 1년 내내 담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예요. 소리와 영상의 관계는 정말 마법 같습니다. 사진은 소리를 전달 할 수 없죠. 여기서 이 물병을 떨어뜨려봅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떨어뜨리지만 아까보다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주면, 관객들은 소리만으로도 더 깊은 곳에 병이 떨어졌다고 느끼게 되요. 소리만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방식을 전혀 다르게 만들 수 있고, 영상과 소리는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죠. 여기 참석하고 있는 아리아나 감독의 영화 중에 부부가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는 두 부부가 점점 거리를 두면서 소리도 그 거리감을 표현합니다. 그러면서도 분명하게 소리를 들려주죠. 그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그 장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부부의 사적인 문제처럼 전달하고 있어요. 이것처럼 소리는 영상에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어요."



* 감독님께서는 수집가처럼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것들을 영화 속에서 어떤 방식을 가지고 배열하고 있으신가요?

"제가 편집을 할 때에는 머리 속에서 7~8명의 시각을 가지고 화면을 봅니다. 나의 막내아들이 보면, 우리 옆집 아저씨가 보면 어떤 장면이 흥미롭고 재미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영화 전문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일반 관객의 시선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죠. 이 부분이 아주 어려워요. 편집을 할 때는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서 하는 거죠. 사실 영화는 아무나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내일이면 아무도 보지 않을, 죽을 영화는 불필요해요. 이 영화는 사실 10년 전에 촬영된 것이지만 아직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는 살아있는 영화예요. 이런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치 강연과 같이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된 TG는 무려 1시간여의 시간동안이나 진행되었습니다. 그 동안 빅토르 감독은 몇 번이나 날카로운 질문들에 감탄을 표했습니다. 관객들과 감독 모두에게 인상 깊을 시간이 되었을 것 같네요. <조용히 해!>의 내적 요소 뿐 만 아니라 마치 영화 아카데미를 방불케 했습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전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