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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라이브

Doc 캠퍼스 4번째 시간, 역사다큐멘터리에서 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여전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제 기세가 많이 꺾여진 것 같죠? 아침과 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해진 온도차를 느끼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EBS국제다큐영화제가 3일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늘도 다큐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께서 특별한 강의를 듣기 위해 Doc캠퍼스로 많이 찾아주셨어요. 

 

 

오늘 Doc캠퍼스 4번째 시간에서는 <역사다큐멘터리에서 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역사와 다큐영화의 미학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의해주신 분은 현재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현대사를 전공하신 김은경님인데요, 역사를 전공하고 사회에 다양한 관심을 갖다보니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한 역사의 재현에 관심이 많다고 서두를 열어주셨습니다.

 

 

 

 

오늘 강의에서는 역사다큐의 정치성 윤리성에 대한 논의와 역사다큐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비전을 언급하겠다고 하셨는데요, 먼저 역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셨습니다,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구텐베르크>이후 구전의 역사에서 문자의 역사로 진화한 것과 현재 디지털정보화시대를 맞이해서 영상의 역사로 접어든 시점이라고 합니다.

특히 영상의 역사는 생산자의 텍스트 자체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거의 역사는 역사 사실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기술하는데 그친 반면,

현대의 역사는 나열하기만 하는 역사연표가 아니라 과거 사실에 대한 해석이 바로 역사가 된다는 점을 가장 뚜렷한 변화라고 하셨어요.

사실이 엄연하게 존재하지만 역사는 어떤 투명한 방법으로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 사회나 인문학 패러다임의 변화방향에 따라 발전 진화해왔습니다예컨대, 중세가 신의 시대였다면 근대는 휴머니즘의 시대라고 볼 수 있으며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도 있었고 요즘처럼 공동체의식이 강조되는 시대가 오기도 한다는 거죠.

 

 

특히 영상매체의 등장은 역사기술에 대한 절대기준이 의미 없어지는 계기가 돼서 기록문자=역사=진실이라는 공식이 무너진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기록에 불과하던 진실은 해석된 진실로 나아가면서 진리가 다양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역사가 이렇게 발전& 진화해오는 동안 이미지 해석의 방법 여러 상징과 기호를 심어주고(인코딩) 이를 되돌려서(디코딩) 맥락(콘텍스트) 속에서 해석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미적요소와 주관적 체험으로 인해 해석의 다양성으로 발전해왔어요. 역사영화는 이렇게 변화하고 발전한 역사와 이미지로 대표되는 예술과의 접점을 갖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역사와 예술에 대한 생각이 다양하듯이 영화는 역사를 재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보드리야르 같은 비판론자는 이미지 폭력으로 영화는 역사의 무게를 소거하고 있다고 말하고, 제한적 긍정론자 역사적 사실 검증을 중시하는 점에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반면, 로젠스톤 같은 긍정론자는 문자역사도 문자언어로 된 픽션이라고 제한적 해석을 한 뒤 영화역사는 모방한 과거이자 은유적 현실이라고 말하며 문서의 지배적 해석에 반기를 들고 영상으로서의 가치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참혹한 역사에 대한 미적 양식화 과정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스펙타클하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반미학적 태도를 보이며  시각화를 거부한 클로드 란츠만의 <쇼아>를 예를 들어 이미지 보다는 피해자 가해자의 인터뷰 중심으로 9시간 30분에 이르는 작품을 완성했음에 주목합니다.

이와 다른 입장에 서있는 장 뤽 고다르는 미학적 재현에 치중한 작품 <역사의 역사들>를 통해 영상쇼트를 몽타쥬화 시켜서 이미지 과잉으로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데요, 고다르는 란츠만을 이미지 부재로 이미지 윤리문제 제기했다고 반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참혹한 역사가 즐기는 볼거리가 되어선 곤란하다는 입장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치의 미학화에 대한 논의가 나오지 않을 수 없겠지요?

레니 리펜슈탈의 작품 <의지의 승리>는 극영화의 기법으로 역사적 사실에 영웅주의를 입혀서 극대화시킨 영화입니다. 미학이 정치를 미화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가공할만한 폭력에 가담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역사다큐에서 미학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요,

공론장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해석이 다양한 중층 텍스트 생산,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행적 역사의 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 역사다큐에서 미학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되겠습니다.

관객들도 다큐라는 장르가 사실을 말하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생산자와 수용자 상호작용을 통한 미학적 진리구성을 해서 열린 역사를 가능하게끔 유도하는 역할 역사다큐가 하면 좋겠다는 결론으로 모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은경님은 박경근 감독의 다큐 영화 <청계천메들리>를 추천하셨는데요,

역사적 배경이 되는 자본주의와 산업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기계 이미지와 음악을 매력적으로 적절하게 섞어서 보여주는 내용의 <복합적이면서 중층적인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강의한 내용인 "역사다큐가 미학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추천의 이유를 밝히셨습니다

 

 

 

 

오늘 강의를 다시 한 번 간략하게 간추려본다면,

 

1.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인 구술-문자-영상으로의 매체 진화를 말씀해주셨고

2. 영화는 역사를 재현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으며

3. 참혹한 역사에 대한 미적 양식화 과정에 대한 논의와

4. 정치의 미학화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5. 그렇다면 역사다큐에서 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역사다큐멘터리에서 미학이 할 수 있는 범위는

역사가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처럼

인문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한 (이미지 표현으로 대변되는) 미학적 가치를 지닌 다큐영화가 

<열린 역사>를 가능하게끔 유도하는 것! 이라고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강의를 듣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오늘 이 강의를 들은 관객들은 EBS스페이스에서 역사의 순간을 함께 했구나하는 동지의식이었어요.

더운 여름의 끝 무렵에 모두들 언제 이 무더위의 행진이 멈출까?”, “어떻게 하면 이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부채를 흔들 때, 다른 현편에서 <세상 진지 열매>의 다양한 모양과 맛이 존재하는 다큐영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같은 공간에 모여서 같은 강의를 듣고 다양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특별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 특별한 느낌은 내일 예정된 Doc캠퍼스에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

많이 기대해주세요!!!

 

 

 

글/ EIDF 자원활동가 기록팀 정송희

사진/ EIDF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재승& 임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