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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상영작

[EIDF2016 스케치] <아버지와 벌과 나> Talk with Guest


823일 오후 7 30,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웡 디에디에감독의 <아버지와 벌과 나>가 상영되었습니다.

영화는 각각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던 두 부자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도시의 직장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아들, ‘마오푸와 시골에서 전통 양봉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아들은 가족이 사는 중국의 작은 시골 마을로 돌아오고, 양봉업을 하는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전통 양봉 기술을 가르쳐 함께 생활해나가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부자 사이에는 긴장과 갈등이 생겨나고, 소통의 부재는 깊어만 갑니다.

영화는 전통과 현대 그 가운데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비단 이 일이 중국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전세계 다수의 가정에서 겪고 있는 세대 간의 갈등임을 암시해 더 큰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상영 현장에선 관객들이 아버지 혹은 아들에게 감정이입하며 영화관 내의 몰입도를 높여갔습니다. 관객들은 아들인 마오푸가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낼 때는 아버지와 함께 한숨짓기도 하고, 마치 소 귀에 경읽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들과 같이 답답해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 영화 속 숨겨진 신스틸러인 거위와 개의 투닥거림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 영화관의 분위기를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바로 이어진 TG(Talk with Guest)에는 웡 디에디에 감독이 직접 자리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중 몇 가지 Q&A를 공유할까 합니다.

 


-사회자와 감독의 대담

 

Q. EIDF에 온 기분이 어떠신지요?


A. 이렇게 극장에서 영사기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를 보는데 정말 새로웠습니다. 함께 자리한 관객분들께도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간 중국 다큐멘터리가 사회의 빈부격차나 도시와 농촌 간의 문제를 다루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며 처음에는 여느 다큐멘터리처럼 중국의 농촌문제를 다루는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우리 집의 이야기인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한정된 문제가 아닌, 세대가 겪고 있는 보편적 문제(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는데요, 어떻게 이 영화를 찍게 되었고 어떤 변화를 관찰하셨는지요?


A. 사실 원래 사회 문제나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환경 문제의 결과로 양봉 세계의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여 양봉업자를 찾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갈등 상황 가운데 있는 한 양봉 가족을 마주하며 관계가 얼마나 천천히 변화하고, 진화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화를 만들면서 점점 개인과 사회와의 문제나 인간의 가벼운 관계 문제(가족 간의 소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화 제작의 원동력을 묻는다면 호기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촬영 당시 저에게도 가족 관계의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비롯된 호기심이 영화를 끌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따로 질문을 하진 않았고, 그냥 궁금증에서 계속해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양쪽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15달 동안 궁금증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 과정 속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네요.

 

Q. 과거 영국 유학 시절에, ‘Save the Bee’운동에 참여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중국에서 양봉 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사실 그런 의도에서 시작한 일이 우연히가족게 관심이 간 것도 흥미로웠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우연히포착된 개와 거위의 싸움 장면이 인상니다. 이렇게 우연히마주하는 것에 대해 뒷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A. 사실 처음에는 인물들에게서 거위를 떼어 놓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자신의 방으로 사용한 동굴 속에서 음악을 틀고 거위와 함께 춤추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마음을 이끄는 거위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연스레 함께 촬영하기로 시작한 것이지요.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은 함께하는 것, 즉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무언가를 연출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경험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되어 더욱 뜻 깊었습니다.

 

 

-관객과의 교감 시간

 



Q. 과거 EIDF2010 출품작인 집으로 가는 기차에서 부녀 간의 난투극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아들이 속마음을 숨긴 채, 가족들 앞에서는 헌신적인 아들인 냥 행동하는데요, 영화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실제로 아들이 폭발하거나 사고를 낸 일이 있는지?


A. 폭발하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엔, 그 긴장감 속에서 묻어나는 갈등 상황이 더욱 위태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둘이서 대화를 하지 않거나 서로 불안감 속에 살고 있는 것, 몸은 가까이 있지만 마음은 멀리 있어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등 두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관계의 미묘함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Q. 영화를 보며 관찰력 있게 가족의 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심지어 키우는 강아지나 거위까지 캐릭터화 되어 영화를 더 길게 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결말은 무엇인가요? 더 영화를 찍을 수도 있었지만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이 특별히 있었다면 어디였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촬영을 언제 끝낼지 스스로도 고민스러웠습니다. 실제 촬영기간은 2011 7월부터 찍어서 2012 5월에 마쳤는데요, 애초엔 양봉 수확기에 맞추어 2월 혹은 3월에 마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예를 들면 여왕벌이 탄생한다거나 꿀벌들이 벌집을 떠나는 사건) 계속해서 찍어나갔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아버지가 벌들에게 돌아오라고 유혹을 하는 장면까지만 담겨있는데, 생략된 뒷부분에는 떠났던 벌들은 제 발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보고 그만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에서도 아버지가 아들이 돌아올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아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벌과 나>는 감독님의 끝인사를 나누며 TG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끝까지 남아준 관객에게 감사 인사 말씀을 드립니다. 아시아 내의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처음이었는데요, 보다 보니 영화관 내에 젊은 관객이 많아서 좀 신기하기도 했고 그분들과 의미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기회가 저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자원활동가 기록팀 최다미 /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민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