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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상영작

[EIDF2016 스케치] <세븐 송즈> Talk with Guest

24일 저녁 7,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에이미 하디감독의 <세븐 송즈>가 상영되었습니다. 불치병 환자들의 데이케어를 전문으로 하는 스코틀랜드의 스트라스카론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과 의료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요,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래는 부드럽게 그들만의 이야기들을 엮어갔습니다. 영화는 84분이란 시간 동안 노래와 인터뷰로 채워졌고 과연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또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유쾌하지만 진지한 고민을 불러일으키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석에서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습니다. 대다수의 관객들은 유쾌한 토시할아버지의 농담을 들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담담히 자신의 죽음 이후의 삶을 그려보는 줄리를 보며 눈가를 적시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가는 거야라고 말하는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을 스크린으로나마 마주하며, 왠지 모를 먹먹함을 느끼는 동시에 진지하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엔 그 감동을 출연진에게 전달하듯, 관객들의 박수소리로 극장 안이 가득 메워졌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TG(Talk with Guest)에는 에이미 하디 감독이 직접 자리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 중 몇 가지의 Q&A를 공유합니다

 

-사회자와 감독의 대담

 

Q. 호스피스 병동에는 어떻게 가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촬영을 마음먹게 된 것은 개인적인 일에서부터였습니다. 저의 시어머니가 96살이신데 병을 앓고 있어 오랜 기간 고통스러워 하셨고, 그 모습을 보고 저는 근처의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들은 시어머니는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이를 통해 죽음이란 얼마나 이야기하기에 어려운 것인지 느꼈고, 여기서 착안하여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번 영화 제작을 통해 용기를 내면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쉬워지는지 알게 되었네요.

 

 


Q. 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촬영하기가 어려웠다고 자막에 나오는데요, 어떤 계기로 환자분들의 마음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좋은 질문이네요. 처음 카메라를 들고 병원을 찾아가 같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말하자 그분들은 저보고 나가라며 냉대했습니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무작정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인터뷰를 했는데 한 남자분께 인생에서 가장 좋은 기억이 뭐냐고 묻자, 15살에 노래로 상 받은 기억이라고 답해주셨죠. 그분이 바로 영화 시작 부분에 나오는 토시였어요. 그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자 다른 사람도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노래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촬영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단지 이것을 영화의 형태로 만들었을 뿐, 노래를 요청하지도 않고, 무슨 노래를, 또 언제 부를 건지 요구하지도 않았어요. 환자이기 이전에 사람임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노래가 쉽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이었죠.

 

 

Q. 출연자들이 마치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듯 카메라를 응시하며 노래를 하는데, 이것이 의도된 것이었나요?


A. 저는 중간중간 영상들을 환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찍었습니다. 그분들과 공동의 작업을 이어갔고, 그 와중에 그분들께 이 작품의 주인공의 나라는 의식이 자연스레 생겨난 것 같아요. 그분들이 노래하는 가운데 카메라가 거기 있었을 뿐, 이를 의도하진 않았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Q. 얼마의 기간 동안 영화를 찍었는지, 또 혼자 작업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얼마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매우 긴 시간 동안 찍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3년을 머물렀네요. 그 이유는 출연진을 한 명, 한 명 진정으로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영화는 약 95%는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찍었고, 나머지는 다른 분의 손을 빌리거나 드론으로 촬영했습니다.

 

Q. 편집기간도 상당히 길었다는 것으로 아는데요?


A. 장장 18개월이 걸렸어요. 원래 6개월로 예상했는데 네덜란드에서 받은 투자금을 반환 해야 할 정도로 오래 걸렸죠. 모든 출연진의 이야기가 강렬했기에 어떤 부분을 편집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결국 출연자 2명의 이야기를 관객의 몰입도나 완성도를 위해 편집해야만 했습니다.

 

Q. 영화를 찍으며 가장 기뻤던 순간,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A. ‘니콜라가 고통스러워했을 때 가장 슬펐어요. 사실 호스피스에서는 고통 조절을 유연하게 해서 그런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 쉽진 않은데, 그만큼 힘들었던 그녀의 고통을 함께 지켜보며 저 역시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예상과는 달리 며칠 뒤에 좀 나아져서 노래를 부르겠다고 제게 말했어요. 이때 들은 그녀의 노래가 제가 느낀 가장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강인한 힘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또 고난을 이겨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기에 선물 같은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Q. 평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영화를 보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촬영기간 동안 감독님의 감정이나 삶의 태도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A. 대다수가 아직 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해볼 기회가 없었겠지만, 언젠가 죽음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때가 있을 것입니다.

… 20년 전이라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 그게 전부였겠지만, 현재는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선고 받은 6개월이 5년이, 15년이 될 수도 있잖아요?

한 예로, ‘여기서 누굴 빨리 찍어야 할 것 같냐고 간호사에게 묻자 젊은 엄마 줄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줄리는 영화 막바지엔 아이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영국에서 최초로 임신을 해서 호스피스 병동에서 퇴원한 경우라고 하더라고요.

과학의 발전과 동시에 불확실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50년 전에는 평균 수명이 50정도였지만, 현재는 80세에 육박해요. 만약 60살의 시점에서 남은 20년을 죽어가고 있다고 표현할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과연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중요해졌어요.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과학의 발전 속도와 비례하여 변화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도 자신의 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텐데요, 이를 닥쳐서 결정하기 보다는 그 늘어난 수명의 시간만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Q. 이 자료가 호스피스 병동이나 병원 등에서 교육용으로 잘 쓰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 부탁드립니다.


A. 영화를 만든 후, 가장 보람찼던 일은 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의사들은 영화를 접한 후, 그간 환자를 보던 피상적 태도에서 벗어나 환자 또한 사람으로, 즉 좀더 인간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또 그 의사들이 환자에게 영화를 보여주며 죽음에 대해 더 소프트하게 알려준다고도 들었는데요,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상당히 고무적이었고 보람찼습니다.

 

Q. 영화를 보며 감독님만의 색깔이 드러나 행복했는데요, 혹시 감독님이 기획중인 다른 영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감사합니다. 제가 영화를 찍으며 느낀 하나는 노래가 정말 생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실제 과학적으로도 노래는 건강상의 이점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고요. 이미 스코틀랜드에서는 치료나 건강증진의 목적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합창단에 드는 것을 권유하기도 하는데, 다음 영화는 그 합창단을 따라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님의 마지막 인사

 

  영화 출연진을 대신해 말씀 드리자면, 영화 속의 노래를 기억해주세요. 영화 속에서 ‘dream a little of me’라는 노래에서 니콜라‘of me’‘for me’로 바꿔 부르는 것을 보셨을 거에요. ‘나를 위한노래를 불러달라는 그녀의 진심을 담은 거죠. 영화 속에 나온 노래의 의미를 여러분 모두 기억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자원활동가 기록팀 최다미/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이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