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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상영작

[EIDF2016 스케치] <아웃 런> Talk with Guest


 2016년 8월 24일(수), 오후 7시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아웃 런Out Run>의 TG(Talk with Guest) 행사가 진행되었다.

 

- 감독, 배우 인사

 

TG 행사에는 S. 레오 치앙S. Leo CHIANG, 조니 시먼스Johnny SYMONS 두 명의 감독과 래드래드 당LADLAD Party의 전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레이몬드 씨가 참여했다.

 

(레이몬드) : 영화를 보러 와줘서 감사하다. 래드래드당은 영화에서 소개된 선거 이후에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지만, 대신 올해 5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초로 트랜스젠더 여성 국회의원인 제럴딘 로먼Geraldine Roman이 당선되었다. 제럴딘은 내 고등학교 친구이기도 한데, 성소수자들의 오랜 운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래에 더 많은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합쳐서 부르는 단어)의 당선을 기대한다.

지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웃 런Out Run>의 상영이 진행중인데, 이렇게 상영하는 자체가 또 다른 차원에서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갖게 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

 

(레오) :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해 주셔서 EIDF와 EBS에 감사하다. 영화에 출연했던 레이몬드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영화에 대한 관객 여러분의 좋은 질문들이 기대된다.

 

(조니) : EIDF에 감사를 전하고, 한국에 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방문하게 되어서 즐겁다. 여러분이 한국에서 관심을 가진 이야기들에 대해, 그리고 한국에서는 LGBT 운동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Q. 한국도 LGBT 운동이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활발히 활동하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소개된 것처럼 정당을 조직하는 수준은 아니다. 단순한 운동 차원의 활동에 그친 것이 아니라, 어떤 계기로 정치적인 정당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는가.

 (레이몬드) : LGBT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분명히 가시적visible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비가시적invisible이다. 아무도 우리들의 권리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우선 사회적 참여에 여러 제한이 있고, 법적인 측면이나 사회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국가의 일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LGBT도 인간이기 때문에 LGBT의 권리도 곧 인간의 권리와 밀접히 관련된다. (영화에서 비춰졌던) 사람들이 미인대회를 통해서 LGBT를 접할때는 즐거워하지만, 우리를 일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필리핀에서 LGBT 사람들을 진지하게 인식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정당을 조직해서 활동하게 되었다.

 

 Q. 이런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면 영화가 어둡거나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아웃 런은 영상 내내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감독님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물들의 낙관적인 성격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연출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관객들의 수용을 특정하게 유도하기 위해 이런 경쾌한 톤을 유지한 것인지 궁금하다.

 (레오) : 우리가 영화에서 하려고 했던 작업은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독립된 인물로 조명하려고 했다. 이들은 어떤 정치적인 투쟁의 과정이 있는 것이지만, 이런 모습 말고도 인간적인 면도 동시에 있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했다. 우리가 몸에 좋은 보약을 먹듯, 봐야 해서 보는 영화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 작품을 관객들이 하나의 흥밋거리로 즐기기를 원했다.

 


Q. 이 영화 제작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구상했는지가 궁금하다. 특히 구체적으로 필리핀의 LGBT들의 상황을 대상으로 설정한 이유나 영화 제작의 전반적인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조니) : 사실 필리핀에서 영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LGBT 권리에 대한 작품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고, 북미나 유럽에 관련 활동이 많기는 하지만 보다 넓은 차원에서, 전세계적인 측면에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실제로 네팔과 케냐의 인권 운동가들을 만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서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촬영을 진행하던 케냐의 게이 인권 운동가의 경우는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필리핀의 래드래드당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들과 연락을을 주고받고 나서 필리핀으로 초대받아 이 영화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Q. 당신의 학교 동창이었던 트랜스젠더 여성 제럴딘이 의회에 진출한 것을 TG 초반에 언급하셨는데, 혹시 이 사건을 영화로 제작할 계획은 없는가.

 (레이몬드) : 필리핀의 LGBT 정치에 대한 관심에 감사하다. 사실 이번 선거보다 래드래드 당의 상황은 더 어려웠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국구 선거구에서 당선되어야 했기 때문에 선거 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웠고, 반면 제럴딘은 지역구에서 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만 지지를 얻으면 되었다.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는 해당 지역구의 시장이고, 어머니는 지역구의 의원이었기 때문에 지역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인 기반을 지닌 상태였다. 우리가 래드래드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실질적인 정치력을 활용해서 LGBT를 위해 이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Q. 필리핀 LGBT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하고싶다. 래드래드 당이 LGBT를 구호로 내건 전 세계 유일의 정당일 만큼 아주 특별한 사례인데, 한국의 경우에는 진보 정당의 이내에 정치가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런 식으로 LGBT 이슈에 동의하는 정당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과 별도로 LGBT 정당을 만드는 것 사이에서 고민했을 텐데, 새로 정당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고, 정당을 창당하는 것의 장단점이나 다른 래드래드당과 LGBT 집단과의 관계가 궁금하다.

 (레이몬드) : 전통적인 필리핀의 정당들도 성소수자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정당에 편입해서 운동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 GABRIELA Women's Party 같은 경우에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대편하는 구호를 적극적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래드래드당을 창당한 이런 방식에 한계를 느겼는데, 구체적으로 LGBT들이 정치적으로 입지를 세우기가 어려워서 이들이 정치 사회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아예 정당을 만들게 되었다. 실제로 LGBT가 아닌 정치인들도 이들의 평등을 위한 법을 발의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느 정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지만,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계획했다.

 필리핀 전역에 여러 LGBT 커뮤니티가 있는데, 아마 여러분이 이 양상을 영화에서도 확인했을 것이다. LGBT라는 단어 자체가 분리된 네 집단을 묶어 놓은 것인데, 이 각 집단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게이들은 트랜스젠더들에게, 트랜스젠더들은 레즈비언들의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이들이 뭉치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겠지만 그게 쉽지 않았고, 이들이 연합해서 활동하는 것의 구심점이 되기를 지향했다.

 

Q. 여기에 참석한 레이몬드의 경우만 하더라도 변호사이고, 올해에 선출되었다는 선출된 트랜스젠더 여성 의원 제럴딘도 정치적인 엘리트 가정에서 출신이다. 반면 래드래드 당이 선거운동을 하는 주 대상은 헤어디자이너나 노동자 등의 하층민들이다. 어느 국가에서나 유권자와 정치인 간의 계급적 괴리는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괴리감을 유권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래드래드 당의 전폭적인 지지에 얻는 것에 제약이 되지 않았을까

 (조니) : 사실 래드래드 정당의 신념은 필리핀의 분산된 그룹들의 신념을 하나로 합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이런 슬로건으로 LGBT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 자체가 사회적 계층이 다른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물론 영화에서처럼 유권자들의 계층은 많이 다르고 실제로 그들에게는 우리가 말하는 것과 다른 것들을 우선적으로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래드래드는 정말로 국가 전역에 걸쳐 있는 백만여 명의 LGBT 커뮤니티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연합은 큰 변화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고, 내가 유권자들과 노동계급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하는 것에 아주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을 것이다.

 

 (레이몬드)필리핀 역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부유한 엘리트 계급이 오랫동안 국가를 지배해 왔다. 그러다가 1986년에 독재가 마르코스 몰아내는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 실현했고, 이때 만든 새 헌법에 전체 국회 의석수의 20%는 전통적인 엘리트 그룹이 아니라 비 엘리트 그룹에 배분해줘야 한다는 법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농민, 어부, 여자, 아동, 등을 의미하는데, 이들은 소위 권력을 가진 전통적인 계층이 아니다. 우리는 LGBT도 이 20%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변호사이지만 실제 게이이고 그렇기에 나도 충분히 이런 문제에 논의할 자격이 있다. 내가 중산층이어서 사회적인 여러 혜택을 받기는 했지만, 그래서 실제로 내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이야기할 때 어떤 사람들은 내가 가식을 떤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그들을 대변할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다양성 있는 사회를 확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Q. 아시아의 성소수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성소수자가 정치적인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커밍아웃한 연예인 홍석천 씨가 2018년에 용산구청장으로 출마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여러분들은 외국에서 왔으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레오) : 우리를 위해 돈을 지원해 줄 수 있는가?(웃음)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당신의 말처럼 우리는 한국에서의 LGBT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복잡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점 역시 잘 알고 있다. 그 홍석천 씨에 대해서도 기회가 된다면 더 알아보겠다. 그러나 한국의 LGBT에 대한 내용은 한국인 감독이 다루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외부인이기 때문에 또 오히려 치우칠 수도 있고, 또 물론 당신의 생각처럼 우리가 다른 외국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Q. 영화 속에 정확히 묘사되지는 않지만, 후반부 판세가 어려울 때 세 후보 간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언뜻 보기에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게 주로 어떤 이슈였고, 내부적으로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레오) : 우리는 감독이었기 때문에 그저 관찰자적 입장에서 봤던 것을 말씀드리겠다. 선거운동 기간 당시 절대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렸는데, 심지어 판세도 어려웠다. 지지와 관심이 적고 재정적으로도 열악하기에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세 후보의 정치적인 입장이 갈렸던 것 같다. 벤과 벤톤은 레이몬드에 비해 정치적인 경험이 많았고, 정치는 이래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 전통적인 인식을 지닌 인물이었다. 반면 레이몬드는 좀 더 이상주의적이고, 또 중산층의 유권자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계층에 속하는 자시들을 대표해주기를 원했던 점이 함께 후보로 나섰던 벤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했다.

 

 (조니) : 레오가 말했던 것처럼, 캠페인 예산이 매우매우 부족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TV 광고가 아주 중요한데, 이들은 예산 부족으로 광고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브로슈어나 포스터도 모자랐고, 정당의 특성상 선거 운동을 위한 봉사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체계적인 선거 운동 전략을 세울 수도 없었다. 또 이들이 전국구 선거에 나선 것이기 때문에, 필리핀의 7100개의 섬에 살고, 120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에게 모두 홍보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런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처하면서 후보들 사이에서도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 마무리 인사


 진행자 : 앞서서 어떤 관객분이 향후 벌어졌던 것들에 대해 영화를 추가로 기획하고 싶은지 여쭤봤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포함해서 마무리 인사 부탁드린다.

 (조니) : 사실 우리가 필리핀으로 돌아가서 관련된 작품을 제작할 계획은 없다. LGBT의 정치 활동은 필리핀 말고 다른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이런 상황들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아웃 런Out Run>이 이런 정치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로 제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 영화를 앞으로 다른 세계의 LGBT 커뮤니티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참고해서 그들이 다각적으로 활동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한국에서 이 영화를 보여주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LGBT 이슈와 관련된 활동을 구체적으로 할 지의 여부와 무관하게, 상영관을 나가는 순간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다양한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우리는 영화제를 주요 타겟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실제로 10월에 유럽에서 열리는 여러 영화제에도 참여해서 이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TV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영화를 선보이고 싶다.

 

 (레오) : 필리핀에서의 LGBT의 정치적인 투쟁을 담기 위해 필리핀의 정치 상황 전반을 다루었는데, 이 작업을 하는 것은 나에게 아주 즐거운 기회였다. 나는 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 아시아의 많은 LGBT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 상황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레이몬드) : 상영의 기회를 주신 EBS와 영화제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함께 참석해 준 두 감독에게 매우 감사하다. 우리의 이야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영화로 만들어 줬고, 결국 멋진 영화로 남겨졌다. 나는 이번 영화 촬영 전까지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다큐 장르의 매력을 느꼈다. 실제로 많이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있고, 내가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영광이었다.

 특히 우리 래드래드 당이 겪은 역사적 사건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작업이라 매우 감사하다. 왜냐하면 누가 우리에 대한 책을 쓰지 않는 이상 우리의 투쟁을 남긴 기록은 이 영상이 유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에는 폭력이나 전쟁 등 우리의 이목을 끄는 많은 자극적인 소재가 있기 때문에, LGBT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에 대한 관심은 영화라는 큰 매체를 통해서만 불러일으켜질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 얼굴이 큰 스크린에 비춰지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글: 자원활동가 기록팀 최지혁 /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민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