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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라이브

Doc캠퍼스 8번째 시간, 트린 T. 민하의 마스터클래스

EBS국제다큐영화제가 자랑하는 다큐의, 다큐에 의한, 다큐를 위한 특별한 강의 프로그램, Doc캠퍼스 마지막 날입니다.

다큐로 보는 세상을 주제로 한 영화제답게 중반을 넘어서면서 Doc캠퍼스의 좋은 강의를 들으러 다양한 관객들이 EBS스페이스 공감을 찾아주셨습니다.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다큐영화 관계자 분들은 물론, 평생 다니시던 직장을 퇴직하고 더 늦기 전에 다큐영화 제작의 꿈을 찾기 위해 오신 분도 계셨어요.

스페이스 공감에서 진행된 Doc캠퍼스 강의를 들으신 모든 분들이 꿈을 이루고 지금보다 더 빛나길 바라며 8번째 강의를 전해드립니다.

 

 

 

 

8번째 Doc캠퍼스는 트린 T. 민하님의 <마스터클래스>란 제목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트린 T. 민하님은 이번 EIDF 월드 쇼케이스 부문에 올린 작품<베트남 잊기>의 감독이며 제1EIDF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하셨고, 13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또 한 번 심사위원장으로서 경쟁부문의 심사를 맡게 되셨어요.

 

오늘 강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황미요조님의 진행과 황혜림님의 통역으로 진행됐는데요, 트린 T. 민하님은 <다큐영화 제작의 세 가지 포인트>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강의에 영상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준 점에 대해 기쁘고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건네셨고 기탄없이 질문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영화제작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먼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두 번째,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세 번째,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라고 짚어주셨는데요,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어떻게 만드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셨어요. 누가 말하고 듣고 보고 질문하는가에 집중하며, “가까운곳에서 이야기 하는가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합니다.

또한 언어와 이미지, 소리 등등의 상호관계, 이것과 저것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관계를 맺으며 권력과의 관계, 역학관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다중성이 있어야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관객과의 문제인데요, 다큐영화를 보고 접하는 소비의 순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말합니다. 이 중에서도 다큐영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 보다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다큐란 용어는 있어도 실제로 다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설을 펼치신 트린 T. 민하님은 자신은 8편의 장편을 제작했지만 그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세계를 가진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나 이 또한 괜찮다고 첨언했어요.

다큐영화를 만드는 방식은 외부를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며 픽션은 안으로부터 바깥으로 향하는 방식이라고 보는데 이 둘은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도 한다고 합니다. 다큐영화를 하나의 범주에 묶어놓기 보다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것 같았습니다.

 

 

흔히들 다큐영화의 힘은 현실을 포착하는 순간이라고 강조하지만, <생각된 대로 표현된 진리만큼 궁핍한 것도 없다>는 벤야민의 말처럼 다큐는 "뉴스가 아니고 예술"이며큐멘터리의 정수는 정보가 아니고 실제를 창의적으로 다루는 것과 가깝다는 뜻인데요, 다큐감독 혹은 다큐작품을 가장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군요.

 

 

민하님의 작품을 잠깐 감상했어요. 붉은 이미지로 시작하는 영화 <Naked Space 네이키드 스페이스> 이 필름을 면가방에 싸서 시원하게 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릴테이프 두 부분이 변색이 되어 붉은색이 더 강렬해졌답니다. 그래서 변색된 필름으로 영화의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답니다.

붉은색과 푸른색을 나란히 둠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주기로 한 것인데요, 이 영화를 본 어떤 영화인은 이 과정을 다 알면서도 감탄했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트린T. 민하님이 말하고자하는 의도는 <의도된 것과 의도되지 않음 사이에서 작업하면서 이를 이야기 전달방식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뚜렷하게 선을 긋는 구분 대신 사이와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분까지 다큐영화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이겠지요.

 

 

이어서 정치란 유동적인 존재라는 말씀을 이어가셨는데요,

영화를 정치적으로 만드는 것과 정치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엄연하게 다르다고 언급한 다음 페미니스트의 경우 아주 개인적인 것도 정치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꽃을 예를 들자면 꽃의 모양 뿐 아니라 향기 맛 같은 부수적인 요인들도 중요한 것처럼 영화는 시각적인 경험 뿐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며 오늘날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4차원>이란 작품을 잠깐 감상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는데요, 이 작품이 참 신선합니다.

자신이 기억하는 일본, 즉 소형화 휴대성 역동성에 주목하고 싶어서 첫 화면에서 프레임 변화를 주며 보여지는 방식을 택했다고 해요휴대할 수 있는 움직이는 화면()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스크린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분명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다른 나라의 언론시사에서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도대체 뭘 보여준 것이냐"고 되물었고 "아무것도 본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민하님은 이 역시 하나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는데요,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것도 사실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해석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가장 원칙적인 접근은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무언가의 근처에서 이야기하려고 의도하는 것이며 이는 다양한 해석을 가져온다는 겁니다.

   

 

트린 T. 민하님은 헐리웃 영화는 시간을 느끼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반해

시간의 차원을 생각하게 하는 작업방식이 다큐영화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앞선 강의에서도 끊임없이 나왔던 <관객을 졸게 하는 다큐가 좋은 다큐>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1 님은 다큐영화가 도구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서 고민이라며 사실을 찍으면 영화가 아니라고 하고 영상미를 담으면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물으셨는데요,

트린T. 민하님은 무엇과 무엇 사이에서 고민 하거나 구분 지으려고 하면 퇴행을 낳기도 하기 때문에 구분 지으려 하지 말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리고 왜 몸의 경험을 강조하는지 묻는 관객2 님에겐

역사를 선형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역사는 나선으로 중첩되기도 한다고 언급하신 후 예컨대 포스트모던은 모더니즘 이후가 아니라 이전과 이후, 심지어 모더니즘 순간일 수도 있으므로 이성을 앞세운 선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유연한 사고방식을 하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 다음, 오늘날은 디지털 시대인데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중세& 고대까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여기서 몸의 정치학 등장하는데 현대기술이 가진 장점에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사고를 말한다 하셨습니다.

 

 

 

<4차원>이란 영화 앞부분에서 감독의 이름에 엑스(X)를 한 이유를 묻는 관객3 님의 질문에는

힘의 관계를 다루는 감독의 자리가 불편했다면서 영화를 만들고 제작하는 감독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었는데 이는 감독의 무책임이 아니라 의도와 비의도성 사이에서 작업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대답했습니다.

 

 

 

 

이 외에도 질문자가 많았지만, 8월 27일 토요일 아트하우스모모에서 있을 감독과의 대화에서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는 신은실 EIDF 프로그래머님의 말씀으로 관객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일어섰습니다.

 

 

얼마 전, 기자회견장에서 다큐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말씀하신 트린 T민하님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트린 T. 민하님의 말씀은 EIDF가 추구하는 다큐로 보는 세상(Plugging into the World)과 맞물려 있어요.

EIDF에서 마련한 Doc캠퍼스 강의를 들으며 세상을 보는 창을 여러 군데 열어둔 덕택에 한 뼘 더 성장한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Doc캠퍼스와 함께 알차고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년에 찾아올 제14EBS국제다큐영화제 EIDF2017에서도 훌륭한 강의를 기대하겠습니다! ^^*

 

 

 

글/ EIDF자원활동가 기록팀 정송희

사진/ EIDF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재승&임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