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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상영작

[EIDF2016 스케치] <브라더스> Talk with Guest

25일 저녁 7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브라더스>가 상영되었습니다.



영화는 두 형제가 다이빙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형은 동생에게 다이빙을 적극 권유하고, 동생은 망설이죠. 장면 전환 후 이 장면을 찍어낸 사람은 과연 누구였는지 곧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노르웨이의 저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아슬레우 홀름이었는데요, 그녀는 자신의 두 아들인 마르쿠스루카스 8년 동안 카메라 안에 담아냈습니다. 영화는 어리지만 복잡한 소년들의 내부와, 그들의 사회적 관계나 자아의 큰 변화를 초래하는 찰나의 순간까지 보여줍니다. 따뜻한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바라보고, 사춘기로 접어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묵묵히 따르는 작품을 보며,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발견하고,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0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관객석은 영화에 대한 집중력으로 뜨거웠습니다. ‘루카스의 귀여움에 웃음을 터뜨리거나 마르쿠스의 사춘기를 지켜보며 흐뭇해하기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두 형제가 싫어하던 것좋아지는 것으로 바뀌는 시간을 지켜보며, 인생 선배의 마음으로 그들을 기특해하고 또 그 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공감을 많이 했다는 행복한 후문입니다.


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TG(Talk with Guest)에는 아슬레우 홀름 감독이 직접 자리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관객석이 가득 찬 만큼, 다채로운 질문들로 TG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습니다. 그 중 몇 가지의 Q&A공유할까 합니다.

 


-사회자와의 대담

 

Q. 오늘 관객을 만난 소감은 어떠신지요?

 

A. 저는 여러분도 눈치채셨다시피 머나먼 노르웨이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제 영화를 보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8년 동안 영화를 찍고 편집에도 3년이란 오랜 시간이 들었는데 이렇게 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니 저로서도 해방감을 느끼고, 참 행복하네요.

 

 

Q. 영화를 찍을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마르쿠스루카스가 아마 완성된 영화를 보았을텐데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촬영은 정말 긴 시간의 여행이었습니다. 처음 영화를 찍기 시작했을 때 결심한 것은, 영화 중간에는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어요. 아이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어떤 형태로든 인위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에요. ..사실 저 스스로는 영화 퀄리티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굉장히 긴장되어 물에 빠지는 꿈도 수없이 꾸었죠. (웃음)

영화가 모두 제작되고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어요. 우선 루카스에게 소감을 묻자, ‘저는 생각보다 부끄럽지 않은데라고 말하더군요. 마르쿠스에게도 물어보았는데 처음에는 몰랐는데 제 이야기인줄 잊을 정도로 몰입해서 영화를 보았다고 답해주었습니다.

 


 

Q. 남편께서 영화의 프로듀싱을 맡았다고 했는데, 사실 저는 처음 영화를 보고 좀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중에서 아버지는 가사일도 안하고, 축구만 시청하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만 해댔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한국의 가부장적 아버지와 오버랩 되기도 했습니다. 작중에선 이랬는데, 실제로는 어떤 남편인지, 남편은 이 작품에 만족하는지 궁금합니다.

 

A.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남편이 말하길, ‘모든 이야기에 악역이 있듯 그 역할을 이 작품에선 제가 맡겠다고 말하더군요. (웃음) 남편은 처음에는 자신이 영화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결국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필연적으로 나와야 할 부분들이 생겨 필연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남편이 아이들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아빠가 축구를 가르치는 그 장면을 집중해서 촬영하는 식이였죠.

사실은 남편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고요, 아이들 학교 일도 많이 도와주는 좋은 아버지 입니다.

 

(실제로 남편은 현재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영화제에 함께 오지 못했다고 알려진 후문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좋은 아버지가 아닐까요!)

 

-관객과의 대화

 



Q.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감정이입이 되어 즐거웠는데, 지금은 루카스마르쿠스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제게 위안이 되는 말이네요. 사건 하나가 단순한 사건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좀 더 큰 의미로 다가가길 바랬기 때문에 그 의미가 전달되었다니 기분 좋습니다.

 아이들의 근황은 마르쿠스는 지금 18살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여러 가지 과목을 공부하는 가운데 축구를 가장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 루카스 15살이라 얼마 전 중학교에 입학했죠. 루카스는 좀 더 현실적인 아이라서 현재 축구보다는 엔지니어가 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아이들의 모습을 전달할 수 있어 상당히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Q. 제게도 한 살 터울의 동생이 있는데, 영화 속의 형제와 모습이 상당히 비슷했어요. 그래서 저의 유년시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와는 달리 감독이 장면에 함께 어우러져서 출연하고 그들의 변화에 자연스레 녹아 든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A. 굉장히 감동적인 말씀이네요. 처음에는 형제의 목소리만 갖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나는 필름메이커이자 엄마인데 왜 빠져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SNS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듯, 나도 자연스레 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오히려 이렇게 되자 주제를 말하기에 용이하고 더욱 풍부한 의미를 담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Q. 저도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타인을 찍는 것이 지인을 찍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가족과의 영화를 계속 찍어가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 것 같아요. 시작할 땐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이 지겨워하면 한 달이나 두 달 정도의 휴식을 갖기도 했죠. 그렇게 몇 번의 단계를 거쳐 영화를 찍게 되었고요, 이게 또 가족을 찍기에 유용한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 나오는 인터뷰는 대화를 하며 녹음했습니다. 잠들기 전에 아이들과 천천히 대화를 이어갔는데요, 이 때는 카메라로 찍은 것이 아니고 대화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 편한 상태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동시에 모든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갔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았고, 계속 찍어갈 확신을 얻게 되었어요. 믿음과 시간이 영화를 계속 찍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네요.

덧붙여서 말씀 드리면 저에게도 이것이 배움의 과정이었던 것이, 가족을 찍더라도 타인을 찍는 것만큼이나 협조나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점이었어요. 한 예로, 아이들을 찍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협조를 구했는데 막상 루카스를 찍으려 카메라를 들이대니 루카스제게 찍는다고 말 안했잖아요!’라며 상당히 놀라더라고요. 이때 느낀 점이 , 가족이라고 해도 협의 없이 쉽게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했던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아이들에게 미리 촬영 전 협조를 구해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바로 이 점이 이번 촬영을 통해 얻은 배움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Q. 영화를 찍다 보면 어머니 혹은 감독으로서 역할이 상충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갈등의 순간들이 많았죠. 아이들이 울거나 갈등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상당한 딜레마였어요. 한번은 학교에서 아이를 찍는데, 아이가 울더라고. 그럴당장 달려가서 아이를 달래 줘야 하나 싶었어요. 그러나 이내 매일 이러다가는 영화를 결코 끝낼 수 없겠단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다잡았죠.

감독의 역할에 치우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결론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린다면, 엄마로서의 역할을 이번 감독 활동을 통해 많이 배웠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면 엄마는 인내심이 없지만, 감독은 많죠. (웃음) 또 제가 찍으면서 깨닫게 된 한 가지는요, 아이들의 모습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엄마로서 상당한 축복이라는 점이었습니다.

 

Q. 엄마로서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상당한 축복이었다고 하셨는데, 또 반대로 아이의 입장에서 이것을 무조건축복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부모이긴 하지만 누군가의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깊게 개입하는 걸로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감독님께서도 촬영을 이어가며 아이들에게 어떤 평범하지 않은, 그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진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A. 영화를 찍을 때 24시간 함께 했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며칠 찍고 몇 달 쉬는 식으로 촬영 기간을 나누었기 때문에 큰 불안감은 없었어요. 스스로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결과였죠. 또 동시에, 아이들도 카메라로 찍고, 그 모습을 남기는 것이 엄마의 직업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식했던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 보자면 저는 간섭보다 오히려 전 한 발짝 뒤에서 더 듣고, 기다려주려고 했어요. 엄마들이 아이들을 방해하는 것과는 다르죠. 감독 역할에 들어가는 순간 호기심을 갖게 되어 아이들이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좀 천천히 반응하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되어 좋았던 예를 말씀 드리면, 마르쿠스가 수학 공부 때문에 힘들어할 때였어요. 오히려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같이 공감해주고 위로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 말씀 드리자면 저는 제가 있어야 할 공간을 스스로 한정 지어 아이들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려 노력했어요. 파티에 따라가거니 마르쿠스의 첫 키스 순간 같은 것은 피했죠. 저는 다만 아이들에게 중요할 순간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모르죠, 10년 뒤에 와서 제게 따질 지도요. (웃음) 

 


 

Q. 오랜 기간 촬영을 이어갔는데, 언제 촬영을 시작하고, 언제 촬영을 끝낼 것인지에 대한 특별한 의미나 목표가 있었는지요? 있었다면 처음 정한 목표를 잘 끌고 나갔는지 궁금합니다.

 

A.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처음 영화를 만들기로 했을 때, 생각난 이미지가 바다 위를 지나가는 보트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아이들을 찍으면서 삶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들을 붙잡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긴 호흡으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랬던 것이죠. 이에 대한 질문이 제가 끊임없이 찾으려 했던 목표이기도 했고요.

우리는 한 가정에서 길러지나 결국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가죠. 아이들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을 해가는데 저는 이런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다큐멘터리 감독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를 들고나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것을 찍을 것인가 고민에 찼던 것 같네요.

 

Q. 편집을 하면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요?

 

A. 크게 과거(부모와 아이의 관계)와 미래(아이가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의 이야기로 나누고 그 교차점을 생각하며 만들어갔습니다.

편집은 전문가에게 이를 상의하자 다이빙 장면에서 시작해서 그 장면으로 끝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고 저는 이를 참고하여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다이빙 장면처럼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 속의 두려움을 담는 것이 이 영화의 전체적 내용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심코 흘려 보낼 수 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큰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골자이기도 했고요.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음악이나 화면 구성 등을 많이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TG시간 내내 '아슬레우 홀름' 감독님은 유쾌한 모습으로 답변에 응해주셨습니다. 또 무언가를 찍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말과 동시에 관객석의 관객과 사회자, 그리고 통역사를 카메라로 연신 비추었습니다. 인터뷰 중, 8년의 시간동안 아이들은 찍히는 것에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아직 우리는 함께한 시간이 짧아서 일까요. 찍히는 것에 어색하여 더욱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TG시간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 자원활동가 기록팀 최다미/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민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