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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상영작

[EIDF2016 스케치] <남겨진 교실> Talk with Guest

 2016년 8월 25일(목), 오후 7시 30분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남겨진 교실Gone>의 TG(Talk with Guest) 행사가 진행되어 영화를 만든 진 싱젱JIN Xingzheng 감독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남겨진 교실Gone>은 감독의 베를린예술대 졸업작품이기도 한데, 마르세유국제영화제 등에서도 상영되었던 바 있다.



Q. 우선 감독님의 소개 부탁드린다. 그리고 영화를 찍게 된 배경이나 뒷이야기에 대해서 더 듣고 싶다.

A. 우선 <남겨진 교실>은 베를린예술대학에서 학위를 받을 때 졸업작품으로 제출했던 영화이다. 이후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활동하고 있었고, 영화제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영화를 촬영한 계기는 적십자사와 함께 저장성의 작은 마을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마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이걸 담아서 촬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 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는 초등학교가 30개 정도 있었는데, 또 다시 갔을 때에는 8개로 줄었고, 이마저도 내가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을 진행하던 당시에는 하나만 남아 있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학교가 바로 그 하나 남은 학교였다.

 그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졸업하고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아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남아 있던 두 학생마저도 학교를 떠난다. 사실 이들 이외에도 촬영하면서 주의깊게 봤던 학생들이 있는데 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Q. 이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방식과는 다른 촬영 기법들이 많이 쓰였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아이가 공터에서 마치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연극을 하고 있고, 뒤로 가면 일종의 연출한 듯한 장면 듯한 장면이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중국 국기를 올릴 때 학생에 초점을 맞췄다가, 다시 전체 학생들의 모습을 비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런 장면은 카메라를 두 대 이상 쓰거나 아니면 인물보다 카메라가 미리 와서 기다려야 하는 장면들이고, 이런 점에서 감독이 영화의 뒤에 개입했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다큐멘터리는 현장성에 초점을 맞추는데, 당신은 다양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촬영한 것 같다. 이런 식의 새로운 촬영 기법을 적용한 시도 등, 다큐멘터리 제작 전반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

A. 당신이 본 것처럼 그 국기 올리는 장면에는 카메라를 세 대 사용했다. 깃발을 올리는 아이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카메라, 그리고 아이들 전체를 위에서 찍는 카메라, 마지막으로 내가 들고 있는 앵글까지 총 세 가지 시선으로 한 장면을 촬영했다.

 질문한 것 이외에도 내가 인위적으로 연출했던 부분은 마지막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던 아이였던 ‘취우로홍’의 인터뷰 할 때인데, 이 때도 카메라를 세 대 사용했다. 두 대는 마찬가지로 고정 카메라였고, 세 번째 카메라는 내가 직접 들고 있었다. 그 인터뷰 상황은 취우로홍이 장난감을 옆에 두고 그걸 찍는 장면이었는데, 그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촬영하면서 마음은 여기에 남고 싶지만 동시에 떠나고 싶기도 한 취우로홍의 마음을 담고 싶었고, 이걸 표현하기 위해 그런 연출 기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교실 안에서의 상황은 카메라를 교실 안에 두고 우리는 그저 밖에서 기다리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영화의 중간에 학생들을 선생이 혼내는 장면이 있는데, 만약 내가 카메라를 들고 교실을 직접 촬영하고 있었다면 선생이 학생들을 그렇게 혼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그냥 밖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수업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다.


Q. 영화는 마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당신의 전반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A. 중국에서는 매 년 100여개의 마을이 사라지고, 덕분에 학교도 같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20년 전에 다녔던 학교도 이미 사라졌다. 중국이 획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런 격변의 역사 속에서 이 변화의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고, 이 마을을 돕고 싶었다.

 내가 영화에서 담아낸 것은 시골 학교의 모습이지만, 이 작업은 이걸 도시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본 시골의 학생들에 비해, 도시의 아이들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이들이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과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를 이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서 통학할 때에, 영화에 나오는 쭈즈위엔은 학교와 집의 거리가 30km 정도이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통학시킬 법도 하지만 통학 시간이 왕복 세 시간 정도가 걸려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보통 학교까지 부모가 직접 데려다줄 것이다.

 

Q. 나도 시골에서 살았고 친구들이 다니던 학교가 없어져서 큰 학교로 전학을 오고 했던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갔다. 자본주의라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현대성의 특징이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날의 시스템은 큰 것, 많은 것을 좋아한다. 영상에 등장한 것처럼 결국 거대한 도시만 남고 작은 시골이나 마을 공동체의 형태도 결국은 사라지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당신의 인터뷰나 이 영화에는 작은 마을, 학교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 왜 이것들을 지켜내야 할까, 어떤 특별함이나 의미가 있을까.

A. 사실 현대 중국은 자본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 모호한 경제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건 그냥 중국만의 특별한 경제 시스템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20년이나 그 이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 마을로 돌아갔을 때, 이걸 촬영하던 당시와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중국에서도 변화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산하제한을 통해 한 가정에 한 아이만 낳을 수 있게 하던 과거의 정책이 한 가정에 두 아이까지 낳을 수 있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다들 도시로 갔지만, 최근에는 도시로 나간 사람들이 시골로 돌아와서 시골의 여유나 여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을 추구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유럽에서도 시골로 돌아와서 살면서 학교를 보내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Q. 영화를 촬영하고 나서 제도적으로 더 나아진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등록하지 않는 채로 키우다가 나중에 호적등록을 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렇게 뒤늦게 호적 등록을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교실에서 얼음땡을 하고 노는 장면이 나오는데, 중국에서도 아이들이 즐겨 하는 놀이인지 궁금하다.

A. 사실 그 놀이는 나도 30년 전에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의무 교육을 시행하는데, 9학년까지이니까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까지의 기간이다. 쯔즈위에도 의무교육과정의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월간 400위안의 교통비 부담이 있었던 것이다. 연간 5000위안 정도의 수입이 있으나 이걸론 역부족이라 돈을 계속 빌리며 생계를 꾸리는 중이고, 그래서 이들 가족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열악한 형편이다 보니 촬영하면서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다행히 교장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 호적에 올리지 않은 아이들이라도 그냥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래서 나중에 산아제한 정책이 완화되며 키우던 아이를 호적에 올리게 되었지만, 어차피 이미 학교를 잘 다니고 있던 아이였기에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한 별다른 불이익이나 뒤처지는 점은 없었다.

 


Q. 인터뷰 장면이 굉장히 참신했다. 인터뷰하는 장면 안에서 어린 아이가 돌아다니고 있고, 한 사람은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옆에 앉은 사람은 일을 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에 사용되는 인터뷰 기법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감독이 대상에게 던진 질문을 명확히 알려주지도 않는데, 예를 들어서 어린 아이가 눈물 흘리는 장면 있었다. 그 촬영의 순간에 어떤 질문을 한 것인지, 어떻게 아이가 울 것을 예상하여 클로즈업을 해 두고 촬영했는지 그 촬영장 전반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A. 아마 처음에 나온 학생인 치우르홍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아이의 아버지는 인터뷰에서 엄마가 떠난 지 6년이 됐다는 말을 한다. 치우르홍 스스로도 이와 관련된 슬픈 감정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 마을에는 영화 작업을 시작하던 때에 31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15명의 아이들이 엄마 없이 자라고 있었다. 같이 살다가 중간에 떠난 엄마들이 많고, 그냥 가족들을 버리고 떠난 경우가 많았다. 치우로홍은 인터뷰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그의 문장 속에 엄마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터뷰 과정을 통해 이런 상황들을 알고 있었기에 이 장면을 통해서 아이가 담고 있는 슬픔을 더 잘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촬영 화면은 많은 경험을 통해 찍게 된 것인데, 사실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전에는 촬영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기자 시절 인터뷰를 할 때 나는 카메라를 두 대씩 썼는데, 한 대는 옆에 두고, 다른 한 대는 내 아래에 두고 촬영했다. 이렇게 하면 마치 상대방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듯,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러분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인터뷰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또 무엇보다도 장시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Q. 저도 어머니가 마치 랩을 하듯 한을 풀어내는 인터뷰 장면이 기억나는데, 특이한 인터뷰 장면이 많았던 것 같다. 정말 다큐멘터리라는 양식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촬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어던 지단 감독의 <위태로운 둥지>라는 영화가 오버랩되는데, 거기서는 북경에 일을 하러 온 시골의 가족들, 이른바 ‘농민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기본적으로는 불법 이주자들이라 그들의 자녀는 학교를 다닐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아이을 교육하기 위한 일종의 야학이 운영되는데, 이마저도 문을 닫아버려서 학교에 못 가고 집에서 일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렇게 시골의 아이들 말고도 중국에서는 여러 형태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중국의 교육 상황 전반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쯔즈위에의 어머니의 인터뷰 장면에서 보여지듯, 사실 학교를 보내는 것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학교를 보내는 이유는 아이들이 자신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이 가난의 탈출구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도 도시로 농민공들이 오고 있는데, 점차 이들의 자녀들도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교육 여건은 제도의 개혁과 발전을 통해 더욱 개선될 것이다.

 


Q. 영화에 별로 나레이션이 없고, 자료나 텍스트 형태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그냥 몇 년 몇월 정도로 일련의 시기들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만 제공된다. 앞서서 다른 관객 분이 질문하신 대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는 장면인데, 정작 그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도 관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는 이미지들의 연속적인 배열로 진행되는데, 설명적이고 정보가 필요한 이야기를 이미지들의 나열로 풀어갔다는 신기했다. 나레이션을 통해 더 구체적인 설명을 넣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를 자제하면서 이미지들의 나열을 통해서면 영상을 구성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A. 당신이 잘 설명해 준 대로, 나는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서 정보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 이야기의 뒤에는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정말 많은 정보가 있지만, 관객들이 이런 이미지만을 통해서도 영화의 메시지를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영화를 가르쳐줬던 베를린의 교수님도 영화에 내레이션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셨는데, 내레이션을 넣으면 내 작업은 일반 TV 다큐멘터리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연극•영화 형태의 다큐멘터리는 이미지의 힘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 작품을 본 관객분들이 제 다음 작품도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은 더더욱 이미지 효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전체 다큐에 말이 3마디, 10글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이미지로 영화를 만드는지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한국의 김기덕 감독의 영화 작업에 많이 관심이 있는데, 왜냐하면 그의 영화 안에서도 이미지로 구성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가장 진실된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내레이션이 들어가면 의도된 요소가 첨가되어 화면의 순수성이 깨지기 때문에, 관람하는 사람들이 내가 보여주는 화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를 원했다.


자원활동가 기록팀 최지혁 사진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이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