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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6/EIDF 2016 상영작

[EIDF2016 스케치] <멧돼지 사냥> Talk with Guest

28일 오후 3 30, 마지막 TG작품으로 김민지감독의 <멧돼지 사냥>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영화는 긴장감 있는 노래와 시작합니다. 부산으로 헤엄쳐온 11마리의 멧돼지 사살 소식과 함께요. 경남 통영의 작은 섬 두미도에서는 멧돼지 피해로 인한 고통과 시름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멧돼지들은 농작물을 몽땅 먹어 치워 한 해 농사를 망치는가 하면, 민가에도 출몰해 주민을 이사까지 가게 만듭니다. 그러던 중에 통영의 유명한 멧돼지 사냥꾼이 섬을 찾아와 멧돼지 소탕 작전에 돌입합니다. 또 영화에는 이와 대조적으로 멧돼지와 공존하는 한 노부부의 모습을 비추기도 하는데요, 대조적인 두 장면은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멧돼지인 삼순이사순이를 하염없이 부르는 할머니가 계속해서 맴돌았는데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며 시간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TG(Talk with Guest)에는 김민지감독이 직접 자리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몇 가지의 Q&A를 공유합니다

 

-사회자와 감독의 대담



 

Q. <멧돼지 사냥>의 촬영장소나 시기 선정에 난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제작 기간이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A. 원래 하나뿐인 지구라는 환경 다큐에서 이 소재를 다룬 40분 분량의 편집본을 방영했습니다. 그런데 곧 EBS 내부에서 EIDF의 장편 다큐 영화로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권유가 있었죠. 제안을 받아들여 방송을 위해 들였던 두 달의 시간에서 한 달을 더해 영화 편집본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촬영 제작 배경으로는 두미도의 주민이 50명인데, 멧돼지도 개체가 50마리로 추정되고 있다는 걸 조사 중에 알게 되었어요. 멧돼지와 주민의 비율이 같았죠. 그래서 더 갈등 상황이 많이 있었고, 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게 되었습니다.

  

Q. 저는 태백산의 아기 멧돼지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어떻게 이를 찍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적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냥촬영을 위해 두미도를 가야만했어요. 그렇지만 야생동물과 잘 공존하는 인간은 과연 없을까? 하며 취재를 하던 와중에 강원도 태백에서 아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먹이를 주고 있는 가족의 소식을 듣게 되었죠. 시기상으로 태백을 가장 먼저 촬영 했고요, 그리고 나서 두미도로 사냥 장면을 촬영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Q. 작품 외적인 부분에서 활동하는 엽사가 얼마나 되고, 또 어떻게 활동하고 계신지 궁금했습니다.

 

A. 사냥은 우리 나라에서 레저 활동으로 알려져 있죠. 정부에서는 유해동물을 처리할 사람들이 필요했고 그래서 총을 쏠 수 있는, 사냥이라는 레저를 즐기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격증을 발급해요. 그럼 그렇게 정부에서 지정된 엽사들은 허가를 받고 유해조수 사냥을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어디에 소속해서 활동하는데 저희가 촬영한 영화 속의 엽사는 개인으로 활동하는 분이시고요, 과거에는 교사였다가 지금은 사냥을 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Q. 혹시 작품을 만들던 중에 멧돼지와 관련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사실 화면에 담긴 것들이 가장 자극적인 에피소드였어요. 그렇지만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에게 가장 의미 있던 소식은 영화 처음에 나온 에피소드예요. 멧돼지 가족이 배가 고파 섬을 탈출해 2KM를 헤엄쳐 부산에 왔는데 사람들의 신고로 모두 사살되었다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죠. 이것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제게 호기심을 던져준 가장 큰 부분이에요. 11마리의 멧돼지가 줄지어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찍힌 CCTV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Q. 영화 잘 보았습니다. 제목이 터프하기도 하고 촬영 현장이 거칠어서 남성 감독님인 줄 알았는데, 여성 감독님이시더라고요. 여성분이 험한 촬영지를 다니며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 ‘주민의 공분을 산 멧돼지들의 사냥부분사랑스러운 멧돼지와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대조시켜 보여주는데, 여기에 부여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실제로 저를 제외한 스탭이 모두 남성분이셨습니다. 두미도의 산이 굉장히 악산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촬영을 위해서는 그 산을 뚫고 올라가야 했죠. 남성분들도 여길 올라가길 힘들어 하셨고 저와 촬영감독님만 산을 올랐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남자라서 더 잘하고 여자라서 더 못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열심히 촬영만하면 되니까요. 무엇보다도 촬영감독님과 호흡이 잘 맞아서 힘든 환경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멧돼지가 유해조수로 규정이 되어 있어서 자격만 된다면 언제든 멧돼지를 사살 할 수 있습니다. 한 해에 몇 만 마리를 사살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 속에서 인간은 과연 멧돼지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에 착안하여 영화를 찍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멧돼지가 우리가 생활하는 반경에 멧돼지가 와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역추적하면서요.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두 가지의 플롯을 짜게 되었습니다. 사냥을 하는 인간도 있지만, 공존하는 인간도 있다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두 가지 플롯을 붙인 것은 작가님과 상의하여 의도적으로 구성했어요. 그럼 그 양쪽의 딜레마를 모두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Q. 우선, 방송용 버전에서 영화로 만들면서 어떤 부분을 추가했는지,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편집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감독님이 촬영을 하며 느낀 아쉬운 부분은 어딘지 궁금합니다.

 

A. 방송은 영화보다 더 친절했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가장 큰 차이는 여기에 내레이션을 넣어서 이해가 쉽게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죠. 그에 반해 영화는 관객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판단의 몫을 관객에게 남긴 것이죠. 그래서 방송에 담겼던 내레이션을 배제했습니다. 한 달의 후반작업에서 가장 중시한 것이 내레이션 없이도 충분히 관객의 이해를 사야 한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오디오 작업이나 장면 편집에서 뺏던 부분을 과감하게 넣는 작업이 추가 되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제작기간이 짧다 보니 태백산의 노부부가 캐릭터화 되지 못한 것이에요.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여져서 아쉬웠습니다. 또 엽사로 나온 분도 좀 더 입체적이고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단 점에서 아쉬움이 남네요.

 

Q. 멧돼지 다음으로 많이 나온 것이 인 것 같은데요, 인간과 멧돼지 사이의 관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의도한 연출인지 궁금합니다.

 

A. 굳이 인간과 동물을 대비하지 않더라도, 동물 내에 속한 두 개체 사이에서도 누구는 유해동물로 규정되고, 누구는 인간을 반려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잖아요. 그렇게 같은 동물임에도 다른 상황에 처한 입장을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개를 넣을 의도는 아니었지만 찍으면서 그런 의미들이 생긴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Q. 따가운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상반되는 두 플롯을 찾을 수 있고 촬영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엄중함을 생각할 때, 공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의 지속가능성을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멧돼지가 인간의 공간에 내려오는 것은 그들의 서식지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장르의 문제로 넘어가 다큐멘터리라면, 해결에 대한 일말의 실마리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태백의 노부부의 경우에는 두 분에 한정된 이야기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같아서 지속가능성을 찾기 힘들었거든요. 아름다운 사례이긴 하지만 너무 한정적이죠. 두 플롯을 대조한다면 동등한 입장에서 비교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A. 다큐멘터리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대안은 무엇이다라고 정립하여 희망을 제시할 수도 있고, 구체적인 대안은 아니더라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저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반드시 태백산 노부부처럼 살자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적어도 인간이 옳다고 믿고 해온 행동에 의심을 품어보자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동물을 바라봄에 있어서 어딘가 인간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린다면 언론에서는 피해상황만 단편적으로 보여줘요. 그래서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나 하고 오해 상황을 해명하고 싶었어요. 결론적으로 저희는 야생조수로 규정된 멧돼지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져온 태도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인간중심적이었는가 반성하자는 입장이었어요. 동물들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 해보자 하는 것이죠. 공존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 기획의도가 아니었기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부연 설명 / 오히려 말하고픈 큰 주제는 이런 문제들이 과연 우리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지구에서 그런 특권을 가진 존재인가 하는 게 가장 큰 기획의도였습니다. 지속 가능한 대안은 인간이 욕심을 버리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Q. 극 중에서 삼순이사순이만 나오는데 일순이이순이는 없는 것인지, 그리고 어미 돼지들만 나오는데, 수퇘지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 10년 째 멧돼지에게 먹이 주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추정컨대 일순이이순이는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았을까 하셨어요. 세대교체가 일어난 셈이죠. 사실 저도 할머니가 어떻게 콕 집어 이름을 기억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웃음)

보통 멧돼지들은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면, 수컷은 떠나고 어미는 평생 산을 새끼와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키워요. 멧돼지가 원래 모성애가 강해서 평생 그곳을 무리 지어 다니며 생활한다고 해요. 저희도 촬영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Q. 마지막으로 혹시 더 생각한 다큐멘터리 소재나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2013년에 졸업작품으로 GV를 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된 것이 3년 만입니다. EBS에 들어가게 되며 개인적으로 관객을 만날 기회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마 제 작품을 직접 소개할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하나뿐인 지구라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데요, 계속해서 아마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것 같습니다.

전 작품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제 관심이 갔던 점은 바로 우리가 타자라고 생각했던 존재에 대한 관심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다음 주제도 이런 점을 더 연구해서 찾아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자원활동가 기록팀 최다미/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이수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