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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7/EIDF 2017 상영작

[EIDF 2017 스케치] <레이건 쇼 The Reagan Show> Talk with Guest

 

<레이건 쇼 The Reagan Show>

 

 

  EIDF 2일차인 822일에는 TG(Talk with Guest)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으로써, 감독과 관객들의 뜨거운 소통의 장이 열렸습니다. 특히 영화 <레이건 쇼>TG는 시간이 모자라 아쉬웠을 만큼 파초 벨레즈(Pacho WELEZ)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이 영화를 아시아에서 선보이는 것은 오늘 EIDF에서의 상영이 처음이라며 관객분들께서 보내주시는 피드백에 감사드린다는 감독님의 말씀으로 대화가 시작됐습니다이에 화답하여, 언어의 장벽이 무색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소통하는 관객분들을 보면서, 세계인의 영화축제가 시작됐음을 실감했습니다.

 

 

 

 

  TG는 영화연구자인 권세미 씨의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권세미 씨는 TG 초반에 감독과의 인사와 몇몇 질문들을 통해 TG의 진행을 맡아주셨습니다.

 

Q.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장기적 계획을 통해 준비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 혹은 동기는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A.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국 정치의 트렌드를 들여다본 것이었습니다. 미국 정치가 갈수록 점점 더 정치보다는 리얼리티 티비쇼 같은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추세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레이건은 지금 현재의 미국정치라고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한참 전의 인물이지만 이 문제의 근원에 관심을 갖다보니, 레이건 시대의 정치는 오늘날도 반추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할 때는 미국 대선이 한참이었고 트럼프가 출마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줄은 몰랐습니다.

 

 

Q. 이 영화가 장기적으로 계획된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감독님께서 2015년에 제작하신 <레이건 쇼츠>라는 단편들 때문이었습니다. 이 단편들과 이 영화가 관계가 있는지 혹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레이건 쇼츠>라는 단편이 3편이었는데, <레이건 쇼>와 같은 아카이브를 이용했으며 지금의 작품(<레이건 쇼>)을 만들기 위해서 이 단편들을 만들었습니다. <레이건 쇼>를 위한 투자자들과 영화제 등의 프로그래머들에게 이 영화가 완성되면 어떨지 맛보기로 보여드리기 위해 제작한 단편들인 거죠.

장기적인 프로젝트였다는 말씀도 맞습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고문 같았습니다. 저와 공동 감독과 편집감독이 18개월 동안 어두컴컴하고 조그만 방에 갇혀 지루한 아카이브영상을 수백시간 동안 봤어야 했습니다. 공들인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요.(웃음)

 

 

 

Q. 감독님께서도 말씀해주셨듯이 이 영화가 엄청난 양의 자료와 엄청난 시간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그에 비하면 이 영화의 러닝타임(75)은 그렇게 길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카이브를 보시면서 어떤 선별 기준으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자료를 취사선택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영화의 내러티브를 결정한 후에, 영화의 주제를 핵무기에 관련된 협상으로 잡았는데, 사실 레이건이 핵무기 협상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회의나 토론을 실제로 하는 내용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대중에게 보이는 퍼포먼스로서, 토론이나 회의를 한다는 것에 대한 홍보였습니다. 그리고 레이건의 PR에 관해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러한 퍼포먼스의 성공이 지금 많은 사람들이 레이건을 좋게 기억하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로널드 레이건의 정치에 관해서는 엔터테인먼트가 괜찮은 정치라고 생각한 것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권세미 씨께서 영화 제작과 내용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을 하신 뒤, 관객분들께서도 여러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Q.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혼란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처음에는 영화가 레이건을 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서 영화와 공감하며 레이건을 비판하면서 볼 수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영화가 레이건의 PR전략에 대해 옹호하거나 동화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후세 사람들이 레이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감독님은 레이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우선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아시아에서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이런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레이건이 시행했던 정책 중에는 옳지 못한 것이 많았습니다. 남미에서 일어난 분쟁이나 전쟁에 비공식적으로 돈을 지원하거나 50년대 이후부터 늘 반공산주의를 생각해왔으며 세금감면을 중시해서 세금감면 캠페인을 펼쳤었죠. 이런 좋지 않은 정책들이 본인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전반적 사고를 보면 그에게서 나온 정책들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금 말씀드린 것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이러한 제 의견과는 다르더라도) 한 사람의 행적을 다루는 이러한 종류의 영화를 만들 때는 주인공을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야 관객이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레이건을 좋은 사람이지만 두뇌회전이 빠르지 못한 삼촌 같은 이미지로 표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개인적으로는 호감이 가지만 정치적으로는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는 게 이 영화가 그를 표현하는 관점입니다.

 

 

Q. 레이건과 트럼프가 닮은 점이 많지만 차이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레이건의 경우, 언론이 그의 배우 이미지를 통해 그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다가 이후에는 언론의 공격을 받자 곤혹스러워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처음부터 언론의 공격을 받았는데도 오히려 언론과의 대치가 트럼프의 이미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 두 대통령의 차이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레이건은 대통령직을 할리우드 영화의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봅니다. 레이건은 자신을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었고, 할리우드 영화의 시나리오가 선한 주인공이 짠! 하고 나타나서 3부쯤에 모든 사람을 살려주는것이듯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도 그러한 시나리오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타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리얼리티 쇼처럼 생각해서 이번 주에는 누가 쫓겨날까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둘의 공통점은 이전의 직업의 엔터테인먼트 능력을 활용한 것입니다.

 

 

Q. 영화에 드러난 바를 통해 감독님의 생각을 추측해보건대, 레이건이 언론을 잘 이용했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레이건을 좋게 기억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고 그 거짓말이 거짓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긍정적적으로 생각하고 믿고 지지하는 것 같은데, 감독님은 트럼프도 후세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A. 미국에는 아직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이 아닌지보다는 두 가지의 스토리가 경쟁하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왜냐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자 다른 스토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이 두 스토리를 보는 사람들이 어느 스토리를 공감하고 믿고 싶냐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최근 샬러츠 빌(Charlottesville)에서 있었던 사건이 그 사례입니다. 팩트를 따지면 한 여성이 살해됐고 그것도 차를 몰고 있는 네오나치(neo-Nazi)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익 단체는 그 사람이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차를 몰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Q.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대립했던 대통령이 해당 작품에서의 모습과 같이 그려진 작품이 나오면 반응이 많이 갈릴 것 같은데 미국 내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영화는 관객에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 때도, 제 견해를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오픈엔딩처럼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담론/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검증은, 2주 후에 CNN에서 이 영화가 방영돼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평가받을 때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Q. 영화 안에서도 언급됐듯이 레이건에 대한 몇 백 시간의 (영상)자료는 다른 전대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도 훨씬 더 많은 양이었다고 했는데, 이 영상들에는 공식적으로 배포될 수 없을 것 같은 대통령 코멘트들이 담겨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영상들이 다 PR에 쓰이진 않았을 텐데 당시 왜 그렇게 많은 영상 자료들이 만들어졌던 겁니까?

 

A. 백악관에서 촬영된 것들은 상당 부분 PR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그 외의 비하인드 씬들은 80년대에 아무도 볼 수 없었던 것들이었습니다. 예컨대 수누누(sununu)”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은 몇 년 전에야 볼 수 있게 된 자료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영상이 촬영된 이유는 그 당시 저렴한 비디오 카메라가 출시되게 한 기술이 만들어졌고 레이건도 자신이 카메라로 표현되는 것에 익숙했으며 그것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의 행정부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이 광고회사 출신이었기 떄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그의 스탭들은 로널드 레이건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창출해냈고 그들이 가공한 그 이미지들이 미국 내 가정과 전 세계인에게 제공됐습니다. 심지어 뉴스는 그를 비판할 때조차 그가 등장하는 영상을 활용했기 때문에 그러한 비판이 진짜 효과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TG 시간이 끝나가도 대화는 계속됐습니다. 감독님은 TG가 끝난 후에도 따로 질문해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공감하며 혹은 질문하며 즐겼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감독과 공유하며 열띤 대화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즐거운 대화는 혼자가 아닌 상대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듯, 오늘 EIDF의 마지막 TG도 그런 즐거운 대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의 TG들도 여러분들과 함께 만드는 즐거운 대화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나라,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박채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