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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7 스케치] <헤르보르 이야기 A Bastard Child> Talk with Guest 본문

EIDF 2017/EIDF 2017 상영작

[EIDF 2017 스케치] <헤르보르 이야기 A Bastard Child> Talk with Guest

EIDF editor 2017.08.25 15:50

<헤르보르 이야기 A Bastard Child>

 

24일 저녁에는 <헤르보르 이야기(A Bastard Child)>TG가 열렸습니다! 이 영화는 크누테 베스테르 감독의 할머니의 일생을 다룬 것으로, 할머니의 출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화가이기도 한 감독은, 이 영화에 사용된 그림들을 직접 그렸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일생을 손자가 영화와 그림이라는 예술을 통해 표현한 이 다큐멘터리는 그 결과물뿐만이 아니라 제작 작업 과정에도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EIDF 예심 심사위원을 맡으셨던 배주연 씨께서 먼저 질문들을 시작하였습니다.

 

Q. 처음에 영화를 어떻게 기획하셨고, 영화는 얼마 동안의 제작 기간 동안 어떻게 제작됐나요?

 

A. 이 영화는 제가 일생동안 품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는 이 예술 활동을 하면서 지금의 저를 많이 형성했어요. 저희 외할머니께서 제게 직접 해주셨던 이야기에 제 상상력도 더해서 영화로 표현했습니다. 영화에 나온 할머니 그림들을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게 4년 전이어서, 총 제작 기간은 4년이 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영화 속 그림에 거의 색채를 사용하지 않으셔서 무거운 느낌도 차가운 느낌도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색깔을 빼신 의도가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A. 차가운 느낌을 차용한 것은 전체 스토리를 표현하는데 더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주로 캘리그래피에서 사용하는 잉크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던 게 영화 전반의 컬러감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카이브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이를 위해서도 흑백의 톤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관객분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Q. (감독님의) 할머님의 어머니께서 둘째 아이를 임신하신 후 할머니를 고아원에 두고 떠나시지만, 마지막에 할머니께서 어머니와 재회하셨다는 문구가 나오더군요. 할머니께서 동생분도 만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할머니의 동생은 할머니보다 더 기구한 삶을 사셨습니다. 경매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팔렸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마흔 즈음에 이복동생을 찾는다는 광고를 여러 신문에 내신 후에 동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Q. 영화 중간에 할머님의 옛 기억이나 스웨덴의 과거 영상이 나오는데, 이런 자료들을 찾고 적절하게 매치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그리고 할머니께서 좋은 가정에 정착하셔서 여성 인권 운동의 권위자까지 되셨으면서도 마지막 장면이 할머니께서 물에 가라앉는 장면으로 끝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A. 첫 번째 질문에 답변 드리자면, 스웨덴의 텔레비전 영상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스웨덴에 국립 아카이브 자료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필름 카메라를 정부 관련자들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던 시대를 기록한 모든 자료를 최대한 봤습니다. 영상들은 주로 왕실 행사 영상들을 담고 있었고, 영화의 주제가 됐던 사생아 출산같은 경우에는 당시 사람들이 크게 관심 갖는 주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영상자료를 찾기보다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영상을 최대한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듀서와 논의하여, 아카이브 영상 자료는 할머니 주변의 환경을 설명하고 제가 그린 그림들은 할머니 당신의 기억들을 얘기하는 용도로 구분하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설명돼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할머니께서 휠체어에 의지해서 텃밭에서 감자를 캐는 평화로운 장면을 마지막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끝내면 어려운 삶을 살았고 여성 인권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다 생을 마친 그런 할머니의 모습으로만 끝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할머니가 꿨던 꿈을 제 나름대로 시각적 시처럼 표현해서 할머니가 제게 당신의 인생 얘기를 해주신 의도를 담아내려 했습니다. 꿈의 내용에서 드러나듯이, 할머니께서 일생동안 사회/공동체에 소속되지 못하고 내쳐지는 것 같은 기분을 품고 계셨다는 것이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좀 더 확장한다면, 이 영화가 할머니 개인의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할머니의 꿈에 대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고 싶습니다. 할머니께서 물속에 빠졌다가 누군가가 할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희망적인 느낌으로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됩니다. 할머니를 물속에서 불러일으킨 그 장면과 대사를 어떤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연출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A.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할머니의 할아버지 목소리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의 조부모님은 처음에는 사생아인 할머니의 존재를 거부하고 내쳤지만, 나중에는 문화적/관습적인 것을 따르지 않고 손녀딸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제 할머니가 정착해서 살 수 있게 됐고 이것이 할머니의 삶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할머니께서 어렵게 고생한 트라우마를 원동력으로 삼아 민주적인 활동이나 인권 운동에 더욱 매진하여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컴퓨터 일러스트와 같은 다른 방식들이 아니라 손수 그림을 그리는 표현 방식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컴퓨터를 이용하면 제가 추구한 다큐멘터리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 영화 같을 거라고 생각했고, 제가 직접 그리는 게 스토리에 더 적합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배우를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배우를 사용하면 관객들이 오직 그 배우의 얼굴 같은 부분들만을 기억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추구했던 것은 관객들이 실재처럼 현실감 높은 얼굴을 봄과 동시에 저 그림의 아이가 내 아이 혹은 동생이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감정이입을 해보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뛰는 장면처럼 생동감이 느껴지는 장면은 제가 그린 그림 4점을 사용해 그런 효과를 줬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이 스스로 영화를 완성하길 바랐습니다. 제가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를 제 상상력으로 줄거리를 완성한 것처럼요.

 

 

Q. 영화의 빈 장면들을 채워준 것 중 주요한 하나가 사운드였다고 느꼈습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게 오카리나소리였는데요, 오카리나를 부는 아이들을 직접 촬영하기도 하셨고 오카리나 소리가 많이 등장 했는데 그런 오카리나 소리를 삽입한 의도/의미가 뭐였나요?

 

A. 어떤 사운드를 넣을지는 즉흥적으로 결정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사운드를 고민해봤습니다. ‘독특하다고 하면 거창하지만, 그래도 제가 상상한 그림들의 이미지들이 소리로 채워지면 어떤 느낌이 들 지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처음의 몇몇 소리는 아주 현실적으로 들려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나무가 움직이는 소리같은 경우는 바늘로 긁어서 냈던 사운드를 입혔는데, 이렇게 사운드로 리터치하는 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오카리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오카리나를 연주한 아이들은 지금 세대의 고아원 아이들이었습니다. 할머니가 100년 전 경험한 것들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했지만, 지금 아이들이 연주한 소리라는 것을 통해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이 영화는 감독님께서 오랫동안 품고 있던 숙제 같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완성이 감독님께 남다른 의미일 것 같은데, 감독님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A. 완성한 후 아주 만족했습니다. 사실은 이번 영화 이전에 2(청소년기와 어린 학생이었을 때)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재로 비슷한 시도를 했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해낼 수 있을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영화를 완성하고 긍정적 피드백도 받아서 뿌듯합니다.

 

 

 

박주연 씨께서 감독님께 끝인사를 부탁드리는 것으로 이번 TG가 마무리됐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상영회에 와주셔서 좋은 질문까지 해주신 관객분들께 무척 감사드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지금 다른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데, 나중에 한국에서도 전시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웃음과 함께 남기기도 했습니다. 감독님의 가족사를 영화로 함께해서 그런지, 서로가 더 가깝게 느껴졌던 TG였던 것 같습니다.

 

글: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나라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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