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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7/EIDF 2017 상영작

[EIDF 2017 스케치] <인 타임 투 컴 In Time to Come> Talk with Guest

<인 타임 투 컴 In Time to Come>

 

  25일 저녁에는 <인 타임 투 컴 In Time to Come>TG가 열렸습니다. ‘싱가포르의 타임캡슐이라는 흥미로운 내용에 많은 분들이 큰 기대를 갖고 기다렸던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요, 감독님의 전작이나 관련 논문들을 미리 보고 오신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관객들이 영화는 물론 감독과의 대화에도 푹 빠져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TG의 현장을 기록해보았습니다.




 

TG 초반에는 EIDF 예심 심사위원을 맡으셨던 배주연 씨께서 몇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Q. 싱가포르의 타임캡슐 발굴 행사를 중심으로 해서 그 주변의 싱가포르 일상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이 영화는 4년 전에 착안했고, 여러 계기들이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싱가포르의 일상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의도에서 시작했는데, 기다리는 것 자체가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의식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의식 중 하나가 타임캡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싱가포르는 특히나 타임캡슐 만드는 것을 의식처럼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타임캡슐 장면을 영화에 담다보니, 타임캡슐 장면이 제가 갖고 있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프레임이 장치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시면 컷이 제한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이 영화가 한 권의 포토북 같은 느낌을 주도록 했습니다.

 

 

Q. 강가, 관광지, 혹은 쇼핑몰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제례의식이 벌어지는 장소들이 등장했는데, 이 장소들이 일상적 삶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특별히 이런 장소들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영화가 의식에 대해 다루다보니, 장소들의 특정성보다는 의식에 초점 맞춰 선정했습니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댕기열이 위험한 나라여서 한 달에 한 번씩 소독을 위해 연기를 내곤 합니다. 쇼핑센터는 일 년에 2번씩 비상 화재 대비 비상 훈련하는 게 법으로 정해져있고, 학교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서점은 처음에 손님이 들어올 때 허리를 굽혀 절을 하며 인사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의식들을 담았습니다. 싱가폴은 개폐막식 같은 행사들도 좋아하는데, 독립 50주년을 맞아 여러 철도나 고속도로의 개통 의식 행사도 많아서 이런 것들도 같은 맥락에서 담았습니다. 싱가폴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싱가폴의 일상과 공공의 영역들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의식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이런 장소들을 선택했습니다.

 

 

관객분들께서도 많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Q. 영화의 시작과 끝 부분의 장소가 매칭 되는 거 같은데, 매칭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타임캡슐 의식을 영화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장치로 사용하겠다고 결정한 후 이 이야기들을 담을 구조로서 그런 형식을 취한 것 같습니다. 제가 20년 동안 다큐 감독 하면서 느낀 것은, 다큐멘터리 자체가 타임캡슐이 될 수 있고 이런 작업 자체가 타임캡슐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Q. 의식이라고 하면 종교의식이 먼저 떠오르는데, 영화에 종교의식이 전혀 안 담긴 것은 의도적으로 배제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A.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 의식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했습니다. 종교적 의식은 영화를 만들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에 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무의식중에 종교와 의식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특별한 것이 의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의 국기 게양식은 제가 30년보다도 전에 겪었던 게 충격적일 정도로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Q. 감독님의 전작인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말을 많이 하지만 이 영화는 대사가 극단적으로 절제돼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스타일 중 뭘 더 선호하십니까?

 

A.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스스로를 사진가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작업에 임해야 했습니다.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는 저희 할머니 같은 분께 보여주고 싶은 영화였기 때문에 설명이 많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인 타임 투 컴>은 아주 다른 관객을 생각해서 만들었고 듣기보다 보려고 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을 의도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영화 2편을 모두 보신 분이라면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Q. 영화에 나무를 자르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게 왜 의식인지 모르겠습니다.

 

A. 영화에 나온 나무는 아주 유명한 나무였습니다. 나무가 원래 있던 자리에 대학도서관이 들어서는데 이 나무를 파내서 보관했다가 다른 장소에 옮겨심기 위해 여러 가지를 잘랐어야 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형식으로 땅에 묻힌 뭔가를 꺼내서 박스에 넣었다가 다른 곳에 옮기는 것의 예를 들어보면, 땅에 묻혀 있는 조상의 유해를 꺼내서 뼈를 빻아 상자에 넣었다가 이장하는 것이 싱가폴에서는 일상적 일입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의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나무 장면을 넣었던 겁니다.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우리가 무언가를 계속 담으려 하는 노력인데, 담을 수 없는 것을 우리가 정한 크기의 상자에 담으려 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집니다. 그런 과정에서 원래 그것이 갖고 있던 상징적 의미나 스케일이 훼손돼도 상관하지 않고 임의의 크기의 박스에 넣을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에서 계속 등장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Q.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대사가 절제된 영화는 말하는 리듬이 없는데 어떻게 편집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편집 작업 자체가 1년 넘게 걸렸습니다. 막판에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화를 어떤 주제라기보다 무드에 맞춰 봤구요, 영화가 가진 전체적 리듬을 따라갔습니다. 영화의 길이를 정하는 것도 힘들었고 긴 장면은 왜 길고 짧은 장면은 왜 짧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서 계속 조합하고 시도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운드의 작은 부분까지 다 수정해야 했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작업하면 할수록 미완성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Q. 영화 후반에 인공 눈이 내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계속되는데, 이 장면에 영화 전반 중 가장 많은 감정이 투사된 것 같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이 장면을 넣을지 말지 고민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꼭 넣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A. 그 장면은 편집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 넣었습니다. 그 장면을 찍은 후에 다시 봤을 때 저는 어렸을 때 집에서 찍은 비디오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장면은 시간을 초월해 현재의 타임 프레임을 벗어나 과거에 있는지 현재에 있는지를 헷갈리게 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음향을 넣었다가 나중에는 빼기로 최종 결정 했는데요, 아카이브 필름 스트립은 사운드가 없으니까 사운드를 없애는 것이 제가 느꼈던 이런 효과를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Q. ‘In Time to Come’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A. 이 영화의 사운드 믹스 작업을 할 때, 푸티지(footage)들이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인지 아니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공상과학적 장면인지 헷갈릴 정도로 시간을 넘나드는 부분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래 같은 시간을 의미하는 제목을 골랐습니다. 불투명하고 미끄럽게 시점을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현재인지 미래인지 헷갈리는 느낌을 주는 데 이 제목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타임캡슐을 발굴하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여서 시간(time)’을 제목에 넣고 싶었습니다. 타임캡슐을 묻고 꺼내는 작업이 과거의 물건을 현재의 사람들이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사람들 위해 담는 작업이어서, 이 행위 자체에 과거와 현제와 미래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끝으로 감독님께서는 관객분들의 열띤 질문과 초청해준 EBS에 감사드리며 영화의 웹사이트(intimetocome.com)에서 업데이트 된 영화 소식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TG가 끝난 후에도 상영관 밖에서 감독님과 몇몇 관객분들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영화의 주제가 '시간'이었던 만큼, 관객분들께도 오늘의 TG가 타임캡슐에 간직하고 싶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면 좋겠습니다.

 

 

 

글: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나라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박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