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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8/EIDF 2018 상영작

[EIDF2018] <마지막 벌목꾼> GV 현장 스케치




 8월 23일, 롯데시네마 홍대 입구에서 위광위 감독님의 <마지막 벌목꾼>이 상영되었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GV)가 진행되었는데요, 감독님은 22일 최신작인 <불멸의 샤먼>의 GV 이후 두 번 째로 방문해주셨습니다. <불멸의 샤먼>을 보고, 감독님의 데뷔작인 <마지막 벌목꾼>을 보러 오신 관객들도 계셨는데요, 작품들에 대한 비교를 하면서 감독님의 작품 세계에 대해 서로 소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GV 스케치

(모더레이터/통역 : 김정구 님, 김독 : 위광이 감독님)






김정구 모더레이터(이하 김): 영화를 찍게 된 배경과 어떻게 이 소재를 가지고 찍을 생각을 했는지 동기가 궁금하다.


위광이 감독님(이하 위): 이곳은 흑룡강성의 장백산(백두산) 기슭이다. 26살에 고향을 떠나 46살에 돌아와서 영화를 찍게 되었다. 이 영화는 2004년에 찍기 시작해서 2007년에 완성했는데, 벌써 11년 전이 되었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많은 국제영화제에 가게 되었고 다큐멘터리가 영화가 상영되는 국제영화제는 대부분 다 가본 것 같다. 인류학적 다큐멘터리나 이런 것들의 장점은 중금술과 같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향이 나고, 사람도 오래될 수록 귀하고 향이 나는 것 같다. 


: 일 년 딱 그해 겨울만 찍은 줄 알았는데 3년에 걸쳐서 찍었다고 한다. 그에 대해 궁금하다.


: 실제 찍은 건 2004년에서 2005년으로 넘어가는 때였고, 후반작업 때문에 2007년에 상영하게 되었다.






: 벌목하는 장면을 보면, 평소에는 농민들이 농업을 하다가 겨울에는 벌목을 한다. 수입은 괜찮은지, 농민들에게 벌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 겨울에 하는 벌목이 여름에는 농사를 짓는데 벌이가 농사보단 훨씬 좋다. 중국은 양식, 곡물들과 같은 먹는 것들이 싸서 벌목이 훨씬 돋보여야 된다. 


: 영화를 보면서 나무로 관을 만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술 마시고 떠들고, 같이 일하다 말이 죽으면 가죽으로 고기를 해먹고, 삶과 죽음이 같이 있는 것 같았다. 죽음이라는 것이 이들의 작업에서 같이 있는 것 같은데. 


: 이런 작업들이 생명에 관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흙을 파서 사람을 묻고, 그런 풍습이 있는 곳인데 ‘생명’이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 데뷔작이신데, 어제 가장 최신작(불멸의 샤먼)을 봤다. 데뷔작을 보면 지금봐도 좋을 부분이 있을거고 지금 보면 왜 찍었지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11년전의 작품을 보면 어떤 부분이 아쉬운 점이 있는지 혹은 본인에 판단하는 영화에 대한 관점이 궁금하다.


: 이 영화를 생각하면 흥분되고 행복하기도 하다. 사실은 벌목하는 마지막 겨울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것은 제한적인데 사라져가는 어떤 환경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다. 사실 어떨 때는 스스로도 자신에게 감탄한다. (웃음)




관객과의 대화





Q. 감독님께서 살던 곳을 떠나셨다가 16년 만에 다시 돌아오셨다고 했는데 돌아오시고 난 후에 고향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왜 찍어야겠다고 결심하셨는지가 궁금하다


A. 영화의 대부분 출연하시는 분들은 나와 동년배 친구들이다. 고향에 돌아와서 임업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영화를 다 찍고, '내가 너희들을 많이 도울 순 없지만 너희들의 삶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많은 국제영화제를 갔고 중국에서는 인터넷에서 상영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었다. 이 소재를 택하게 된 이유는 제일 잘 알고 친숙한 소재이고, 도시인은 절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찍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Q. 어제 작품도 그렇고 감독님의 고향에 대해 계속 찍으시는 건데, 앞으로의 고향에 미래가 어떻게 될 건지 궁금하다. 이 영화에 굿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감독님의 최근 작품이신 <불멸의 샤먼>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어제 <불멸의 샤먼>에서 영신 동물들의 이름이 많이 붙어져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은 무당들이 중국 고사의 이름을 따서 신을 모시는데, 그 신들과 중국이 접신하게 되는 신들이 다른지 궁금하다.


A. 여기 출연한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이 어제 영화에 나온 사람이다. 이 지역은 여름에 장백산 여행객들이 아주 많다. 사람들의 생활은 아마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샤먼 관련해서는 자연 만물의 모든 것 (애니미즘) 다 영혼이 있다고 믿는데, 여기 지역 사람들은 여우나 뱀이 신이라고 믿고 있다. 아마 각 지역마다 풍습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우나 뱀은 이 지역의 특징인 것 같다.



Q. 영화를 보면서 아직까지 마음이 무겁다. 자꾸 무거운 장면이 많이 나와서 혹시 그것을 노리신건지 궁금하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잠깐 나오고 나서는 힘든 부분이 많이 나왔는데, 어두운 부분에 집중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A. 이 벌목꾼의 생활들을 찍으려면 10명의 다른 영화감독이 찍으면 10개의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이런 느낌을 좋아해서 인 것 같다.






Q. <불멸의 샤먼>은 따뜻한 느낌이 상대적으로 많이 느껴졌는데, 오늘은 영화에 나오는 말에게 눈길이 갔다. 다른 분께서는 무겁다고 말씀하셨지만 사람들은 힘든 와중에서도 풀 수 있는데, 저 말들은 어떻게 하나. 단순히 사람들이 아니라 그 고향에 있는 모든 ‘존재들에 대한 시선’들이 들어가 있지 않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또, 말이 당한 심각한 부상이 당했을 때 가죽이 벗겨지는 장면에서 감독님께서도 심리적으로 복잡할 감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또, 다음에는 고향에 대해서 어떤 것을 찍고 싶으신지 감독님의 계획이 궁금하다.


A. 영화 찍으면서 계속 울었다. 18년 전, 고향을 떠났을 때 그런 모습을 봤는데 다시 돌아와서 봤을때도 여전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 나도 이 산에서 살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걸 보면서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 북경, 상하이 뿐만 아니라, 이런 곳도 있다라고 알리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개인의 힘을 이용해서 꼭 찍고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 <불멸의 샤먼>이 마지막 다큐멘터리일 것 같다. 다큐멘터리를 찍는건 너무 힘들다. 지금 상업영화를 준비하고 있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잘 진행이 되면 내년쯤에 상영이 가능할 것 같다. 준비하는 시나리오는 추운 도시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최후에는 코미디가 되는 영화다. 네 편의 다큐멘터리가 너무 힘들어서, 사람들에게 너무 고통을 준 것 같다.









 감독님의 데뷔작인 <마지막 벌목꾼>, 그리고 마지막 다큐멘터리 작품인 <불멸의 샤먼>. '고향'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과 끝을 채우신 감독님을 보면서, 고향에 대한 연민과 책임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듯했습니다. 10년이 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4편의 다큐멘터리를 남기신 위광이 감독님. 감독님이 남기신 4편의 다큐멘터리들이, 정말 중금술처럼 20년, 30년 후에도 귀하고 향이 나는 영상으로 남게 되길 바래봅니다. 





글 /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아현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