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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1/EIDF 사람들

휴대폰으로 세상의 고독을 조명하는 보리스 게레츠 감독과의 만남


안녕하세요, EIDF 에디터입니다.  
휴일 잘 보내셨나요?  EIDF 2011 을 주말과 휴일을 맞아 더욱 분주하게 돌아갔습니다.

8월 21일 일요일 오후, EBS 스페이스에서 보리스 게레츠(Boris Gerrets) 감독의 '모바일 다큐멘터리 제작'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예술가, 영화제작자 및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보리스 게레츠 감독은 이번 EBS국제다큐영화제에 <나일 수도 있었던, 혹인 나인 사람 People I Could Have Been and Maybe Am>이라는 모바일 다큐멘터리를 출품했는데요. 이 작품은 휴대폰 카메라로만으로 제작되었고 거친 도시의 쓸쓸함에서 비롯되는 고독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면서도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강의 직전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게레츠 감독을 만나볼까요?




Q 한국 방문을 축하드립니다. 처음 한국에 방문한 느낌은 어떠셨나요?

A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질서정연하게 짐을 찾아가고 순서를 기다리며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도로에서도 차들이 시끄럽지 않게 이동하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현대적인 모습을 보고 서울이 빠르게 성장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곳에 와보고 나니 한국이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큰 성장을 이룬 것이 이해가 되더군요.

 

Q 제목 <나일수도 있었던, 혹은 나인 사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서 명확하게 답을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일단 첫 번째로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만약 제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떤 것이 나를 내가 되게 하였는가.' 하는 것이 그 의미입니다.  세계를 하나의 범주로 봤을 때, 그 공간 안에서 어떤 사람은 가난하게 살고, 어떤 사람은 부유하게 살고, 어떤 사람은 영화를 만들며, 또 누군가는 영화 제작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주어야 하죠.  그 사람들이 그렇게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의 나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 영화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 제겐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입니다. 이는 제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영화 제작을 그만둔다는 것은 제 내면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그만두는 것과 같습니다.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감독' 이란 단순히 직업이기도 하지만 책임감을 수반하는 역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Q 영화 제작 과정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시겠어요?
 
A 영화 작업이 항상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만약 다큐멘터리가 성공하지 못했을 때 제작에 참여해 준 사람들에게 제가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제 영화의 주인공 중에 노숙자가 등장하는데 집도 없고 전화도 없어 연락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러다가 평생 못 찾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했었죠.  그리고 재밌었던 일을 꼽자면, 작품에 등장하는 한 여주인공은 결혼을 하고 싶어 했는데 한 때는 저와도 각별한 관계였어요.  하지만 그녀는 결혼 상대로서 진지하게 만날 남자를 찾길 바랐기 때문에 나중에 우린 머릴 맞대고 그녀의 남편감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Q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A 딱히 기준을 갖고 고르는 것은 아니에요. 여기저기를 여행하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 사람에게 직관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대화하는 동안 적절한 타이밍과 눈 맞춤(eye contact)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우연적이고 직접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영화가 나온 후에 그 주인공들과는 연락하시나요?
 
A 한 명은 영화 제작 중에, 다른 한명은 영국에서 열린 영화제 개막 전인 4월에 세상을 떠났어요. 여주인공과는 계속 연락 하고 지내요. 캐나다에서 영화가 개막했을 때 같이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Q 모바일 촬영 감독이신데 한국에서 촬영하신 것이나 촬영하고 싶은 대상이 있으신가요? 

A 영화를 만들기 전엔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구성이 필요한데,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지금까진 사진만 몇 장 찍어뒀습니다. 한국에 대해 아직 잘 몰라서 집어 말할 순 없지만 굳이 고르자면 남북의 분단 상황과 휴전선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EIDF 관객과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인사해 주세요






제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The 8th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세상에 외치다 BE THE VOICE 
EIDF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