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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존 버거의 사계

존 버거의 사계

<The Seasons in Quincy: Four Portraits of John Berger>


리뷰어 김소망








존 버거처럼 나도 내 앞에 앉은 존 버거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종이에 그림을 그려 간직하는 방식으로 이 특별한 영화를 기억하고자 한다. 그저 눈에 보이는 태를 옮기는 것도 어렵지만 현명한 눈동자, 겸손한 머리카락, 노동을 아는 손가락은 표현할 방법이 없다. 


실은 영화를 보기 전까지 존 버거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틸다 스윈튼이 감독으로 참여했다길래, 그리고 이게 무슨 일인지 내 sns에 이 영화를 꼭 챙겨보겠다는 각오들이 넘치길래 올해 EIDF 관람은 이 영화로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었다.

 

** 영화의 후유증이 오래 간다. 우선 존 버거의 책 3권을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이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이야기를 전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향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 멋진 할아버지, 이야기꾼,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에 대해 누군가와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하고 싶다.

 

***

네가 이 세상에 나서려거든

일곱 번 태어나는 것이 나으리라

한 번은, 불타는 집 안에서

한 번은, 얼어붙은 홍수 속에서

한 번은, 거칠은 미치광이 수용소에서

한 번은, 무르익은 밀밭에서

한 번은, 텅 빈 수도원에서

그리고 한 번은 돼지우리 속에서

여섯 아기들이 울어도 충분치 않아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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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버거의 사계> 보러 가기

<존 버거의 사계> 감독 : 콜린 맥케이브, 틸다 스윈튼, 크리스토퍼 로스, 바르테크 지아도시/90분/영국/2015 

세계적 지식인 존 버거를 틸다 스윈튼, 콜린 맥케이브, 크리스토퍼 로스 등이 5년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 각기 다른 네 개의 에세이 영화는 알프스 생활의 여러 면을 담으며, 버거의 작품 속 아이디어와 모티프를 결합하여 총체적인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존 버거의 사계>는 영화가 텍스트와 순수미술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를 다면적이고 다층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