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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8/EIDF 2018 라이브

[EIDF2018] <타샤 튜더> 스페셜토크 현장 스케치

 <타샤 튜더> GV 현장 스케치 




8월 23일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에서는 영화 <타샤 튜더>(Tasha Tudor)의 스페셜 토크가 열렸습니다. 이번에 열리는 스페셜 토크에는 김슬기 기자님과 소설가 김연수님이 참석해 주셨는데요.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정말 많은 분들이 관을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큰 기대와 함께 시작한 스페셜 토크에서는 '타샤 튜더'를 다룬 영화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럼 자세한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김연수 소설가와의 대담

(Q : 김슬기 기자 / A : 김연수 소설가)


Q. 타샤 튜더의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이 되어서 책으로 발간이 되고 그게 한국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의 향수를 자아내는 걸 좋아하시는 작가님이니까 이 영화를 좋아하실 것이라 예상했다. 영화의 어느 부분이 좋으셨나?

 

A. 영화의 음악이 좋았다. 본인의 이야기를 본인의 목소리로 하면서 내레이션을 입히지 않고 음악으로 대신했는데 그 부분이 좋았다. 색깔과 빛들도 정말 좋았다. 극장에서 볼 때 컴퓨터로 보는 것과 다를 것이다 예상한 부분이 음향(음악)과 색일 것이라 예상하고 와서 감상했는데 역시나 그 부분이 좋았다. 

 



Q. 타샤 튜더의 책을 보면 그녀가 키운 꽃이나 인형 등이 자세히 나온다. 그녀가 그린 게 편지지로 출시가 되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배경이 된 정원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았다. 영화로 실제로 보니까 굉장히 울창하고 정글 같기도 하면서 그녀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 보이는 듯한 정원이었다. 작가님은 혹시 그런 꿈이 있으셨나?

 

A. 타샤 튜더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접했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다. 제가 보았을 때는 어마어마한 세계처럼 다가와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다만 영화를 보며 꽃을 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Q. 타샤의 정원이라는 책을 보면 실제로 타샤가 썼던 그릇 등이 실제로 그녀가 빚었다고 나왔다. 옷도 그녀가 직접 만들고 집안을 꾸며놓은 것도 본인이 만든 것이다. 책도 75-80권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강인한 작가였다고 생각한다. 타샤가 비록 그림책 작가였으나 작가로써 타샤를 보고 본받고 싶은 점이 있었나?

 

A.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현재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점이 어떤 깨달음을 주었다. 현재가 영어로 ‘Present’인데 이게 선물이라는 뜻도 되지 않나. 현재를 자기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는 건데 ‘어디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괜찮아 인생은 짧으니까 즐기고 살아’, 하는 것 같은데 심층적으로는 어떻게 그 즐기는지에 대해서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따지고 보자면 답을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거다. ‘네가 원하는 삶을 직접 만들어서 너에게 선물로 줘’라고 말이다. 작가로서 저렇게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롤모델이 생겼다(웃음). 




Q. 질문을 하나 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배도 많이 고팠다. 요리를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기 때문인데, 요리를 하는 장면에서 유심히 보면 타샤의 삶의 방식이 많이 묻어났다고 생각한다. 사실 과정을 보면 되게 고단하지 않나. 이런 것들을 작가님은 어떻게 보았나? 

 

A. 물론 힘든 삶이다. 저렇게 모두가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 속도의 문제가 있다. 삶의 속도나 세상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본인과 그 속도가 맞지 않다. 그 맞지 않음에서 잃는 것이 생긴다. 영화에 4계절이 나오는데 타샤 튜더 본인은 그걸 천천히 응시하고 있다. 저렇게 사는 삶이 ‘전통적이다, 환경친화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땐 보는 눈을 어떻게 타샤가 배웠을까 생각해보면 ‘자세히 보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았다는 것 같다. 지금을 즐기려면 느리게 세상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 세상을 떠나기 직전 아들과 대화를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증손녀가 태어나기 직전에 돌아가셨는데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생일잔치를 하지 않았나. 자기 자녀들이 모두 모여서 자기가 가르쳐준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그 재료들로 케이크를 굽고 그 방식으로 차려진 생일상을 행복하게 받은 모습이 선연하다. 튜더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 유산이 그대로 남아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식들이 자녀들에게 대물림 되기 때문이다. 책도 함께 살아남았다는 마지막 장면이 굉장히 인상 적이었다. 잔잔한 물 같은 삶이 어쨌든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A. 타샤 튜더의 행복한 듯 보이는 삶이 나오다가 본인 스스로 ‘나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여기까지 오기 까지 힘들었다고 말하는 게 말이다. 심장이 철렁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좋았다. 어떤 사람도 ‘나 정말 행복하게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불행이 나한테도 있었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저는 행복하다 말하는 사람들이 ‘나도 불행한 적이 있었어’라는 걸 감추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관객과의 대화 Q&A 

 



Q. 이 시대에 더 돋보이는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일지 작가님의 통찰을 듣고 싶다.

 

A. 다큐멘터리가 왜 좋은가 생각해보면 다큐멘터리는 소설하고 다른 게 소설은 끝이 나면 시간이 정지가 된다. 끝나면 끝이지 바깥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시간에 있어 정지가 없다. 지금까지도 계속 흘러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 타샤 튜더 할머니가 1인칭을 말씀하시다가 돌아가시는데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시간이 흐른다. 그걸 보면서 이상하게 타샤 튜더가 분명 돌아가셨는데 계속 그분의 삶을 보고 있는 듯한 엄청난 효과를 보았다. 거기서 느낀 게 바로 다큐멘터리는 1인칭이 없다는 점이다. 저렇게 살았던 사람도 죽고 나면 멈출 거 같지만 정원에 꽃이 다시 피듯이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있다. 그 점을 다큐멘터리는 항상 각성 시켜준다. 죽고 사는 문제, 중요한 문제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지금 현재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나 개인의 문제를 다룰 때 이런 관점(내가 죽어도 세상이 굴러간다)으로 본다면 다르게 접근할 수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Q. 타샤 튜더는 돌아가시고 나서도 저희들에게 정원을 꾸미는 것, 라이프 스타일 아이콘으로 남았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하는데 작가님은 어떤 걸 남기고 가고 싶은 사람이신지 궁금하다.

 

A. 저는 사회적으로 뭘 남기고 싶은 욕망은 없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욕망도 없다. 내 작품이 뭐가 됐으면 좋겠다는 욕망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쓰고 싶은 소설을 써서 책이 되는 과정이 일종의 ‘현실화가 된다’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원했던 소설을 현실화 시켜서 보는 행위, 그걸 원한다. 결국 책이 남는 게 아닌가. 그걸 남기고 싶다. 정원도 조금만 방치하면 자연으로 확 돌아가듯이 저는 저도 금방 잊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냥 남긴다는 것에 대해서 크게 어떤 기대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Q. 타샤 튜더는 고요한 물, 잔잔한 물처럼 내면의 평화를 잘 유지하셨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작가님은 작가님만의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이 있으신지, 그게 궁금하다. 

 

A. 저는 아직 헤매고 있는 중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방법은 아직 모르겠다(웃음). 제 마음속이 평화롭지 못하다. 온갖 소음과 같은 것들이 들끓고 있다. 평화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평화를 원하기는 한다. 옛날에는 행복을 싫어했다. 행복한 글 같은 걸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무언가를 할 때 간단한 질문인데 정말 중요한 질문인 ‘내가 행복한가?’를 내면에 많이 물었다. 최근에 들어서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안 행복한 것 같다, 혹은 행복한 것 같다’에 답을 즉각적으로 원하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돌아와 답을 하자면 저는 고양시민으로서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게 가장 지금으로써는 마음에 평화를 주는 일인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Q. 타샤 튜더의 삶이 되게 소박하셨던 것 같았는데 사실 자연에 묻혀 사시는 분들이나 자급자족하시는 분들도 많다. 나름 자신의 원하는 삶을 사는 분들이 적은 것 같지 않은데, 타샤 튜더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을뿐더러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팬들도 많다. 그 이유가 뭘까? 

 

A. 타샤 튜더의 책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타샤 튜더가 정원을 가꾸고 자기 삶의 모든 걸 큰 툴로 해서 다른 시선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오해를 했다. 책에서 항상 화보를 보여주고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부분에서 약간 마음속으로 전적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이런 부분이 나하고 맞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부분이 오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 능률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단순히 좋아서 일을 하는 거였고, 좋아서 하는 거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과가 나오고 이런 게 부러웠다. 노력해서 된다기 보다 자연스러웠던 거다. 그게 타샤 튜더의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EBS뿐만 아니라 케이블 등에서 ‘나는 자연인이다’하는 프로나 영화 ‘워낭 소리’ 이렇게 자연을 두고 만든 콘텐츠들이 엄청난 인기를 동원했다. 그걸 보면서 현대인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갈망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현대인의 개념 내지는 이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A. 제가 미디어 비평가는 아니라 알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도시에서의 삶이 좋다면 자연에 대한 동경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자연에 대해 동경한다는 것은 지금의 삶에 불만이 있으니까 생기는 것이 아닌가. 저도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보았다. 마치 그분들을 보면 산다는 것에 어떤 고민이 없어 보인다. 그런 부분들을 콘텐츠를 보시는 분들이 동경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아마도 아까 제가 타샤에 대해 오해를 한 것처럼 자연인분들에게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 시간 반에 걸친 스페셜 토크가 끝나고 김연수 소설가님이 직접 소설책에 친필 싸인을 해주시는 시간도 있었는데요. 긴 줄임에도 한 분 한 분 정성스럽게 싸인을 해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여쁜 그림과 동화로 전 세계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타샤 튜더. 스스로 불행한 삶을 살았었다고 말했었던 그녀가 화려한 이목을 뒤로하고 작은 것부터 자세히, 그리고 천천히 들여다보며 살아가는 삶을 택한 이유는 행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요. <타샤 튜더>를 통해 그 누구보다 강인했던 그녀의 삶을 돌아보며 행복에 대해, 또 삶에 대해 나 자신에게 되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글 / 자원활동가 기록팀 문선우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