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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8/EIDF 2018 상영작

[EIDF2018] <아파트 생태계> GV 현장 스케치

 <아파트 생태계> GV 현장 스케치 





8월 25일 토요일, 영화 보기 좋은 날.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는 EIDF를 찾아주신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정재은 감독님의 건축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아파트 생태계>는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지만, 스크린에서 자주 만나 볼 수 없는 작품이기에 이번 EIDF를 통해 정말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서울 아파트 역사를 개인들의 삶과 기억을 통해 전개시킨 다큐멘터리 <아파트 생태계>. ‘아파트 숲’인 서울이기에, 관객들은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해 공감하면서 감독님의 연출 방식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가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GV 스케치

(감독 : 정재은, 모더레이터 : 이승민) 



이승민 모더레이터(이하 이) : 하나의 건물 혹은 그냥 어떤 물질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생태계’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영화의 큰 흐름들을 따라갈 수 있었다. 건축에 대한 작품을 많이 하셨고 이제 3 번째 작품인데, 감독님께서 아파트라고 하는 것에 시선을 주시고 이 작품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을 것 같다. 


정재은 감독님(이하 정) : 건축가에 대한 영화, 건축물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나서 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아파트. 아파트라는 게 너무나 넓고 방대한 주제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할지는 굉장히 미지수였다. 손정목 교수님의 책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를 읽고 이 분과 인터뷰를 하고 싶었고, 이 분의 말로 책에 나온 것들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일종의 하나의 자료가 되었고, 거기에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에 대한 영상을 촬영하게 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 같다. <말하는 건축가>나 <시티 홀>을 할 때에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면, 아파트와 관련해선 그 방식이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생각했다. 하나의 얇은 스토리를 축을 놓고, 헌팅을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아파트(찍어야 되는 아파트)를 결정하면서 어떻게 찍어 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 어떤 작품을 접근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건축의 전문가로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전체를 조망하는데 감독님의 시선이 베여있다. 아파트라고 얘기하거나 재건축을 할 때 기존의 비판적인 시선과 ‘재건축이라는 게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 영화는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배경과 개별 아파트에 대한 생명력, 즉 ‘공간’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 단지 그냥 전문가 만이 아니라 그 공간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시선을 경유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시 그들의 시선을 통해 개인의 기억을 연결하면서 여러 가지의 결을 읽을 수 있었다. 아파트를 만나면서, 어떤 부분이 와닿았고 왜 찍게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


: 사실은 아파트에 대해 두 가지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도시 전체가 아파트에 휩싸여 있어서 아파트에 대해 뭘 이야기할게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고, 재산증식의 굉장한 수단이 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고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오히려 사전에 전제되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도시 역사가 무감각하고 나와 상관없는 게 아니라 내 주변에 깊이 연관되고 손으로 느껴지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어떤 현실이나 사건에 대해 피해자나 희생자를 놓고 볼 때도 있고 여러 가지 관점도 가능하지만, ‘아파트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라고 생각했다.


: 어느 지역과 동네를 살아야겠을 때, 그 공간은 단지 물질이거나 시멘트라고 생각했는데 생명이 있었고 역사가 있었다. ‘아파트가 고향이다’라고 할 때 띵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도 아파트 키즌데, 여기에 대해 철저히 무감각했다는 생각을 했고, 감독님이 다시 던져준 질문이 좋았다. 




관객과의 대화







Q. 흥미로운 부분이 영화 초반 서소문 아파트와 회현 아파트는 인터뷰가 있지 않고 연출했던 장면들이 있었던 것 같다. 카메라를 들었는데 사람이 사라진다는지 매매 계약서를 찢는다든지. 어떤 식으로 의도하고 연출된 것인지, 혹은 감독님의 부정적인 시각이 들어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커다란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까 하는 데 있어, 어떤 아파트는 얘기할 게 많고 어떤 아파트는 스틸컷 몇몇을 보여주면 이어나가는데 무리가 없었다. 여기 나왔던 모든 아파트는 여기는 찍고 싶다는 동기가 있었던 곳이다. 회현 아파트는 사람이 살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죽어있는 공간이다. 주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를 추적한다고 해도 많은 좋은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있어서 간단히 넘어가자라고 했다. 단지형 아파트는 커다랗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창작자로서 하나의 해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감독님께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세련되다고 생각했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읽었던 방식 중 하나는, 손종목 교수님(과거의 인물)과 너무나 대비되는 젊은 여성들이 문화적으로 충돌하면서 아파트라고 말하는 이미지에 대해 또 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그 행위 자체에 의미보단 그녀 자체의 이미지가 선생님과 부딪히는 것 같다. 그녀는 공간에 파고드는데, 선생님은 나오셔서 자신의 집으로 간다. 그것이 대비돼서 나오는 긴장감, 공간 자체라는 게 생명을 인간화시키는 방식에서 백 마디의 말보다 더 강하게 와닿았다.








Q. 매매 계약서를 찢어버리는 장면이 기억이 남는데, 어떤 이유로 그 장면이 들어갔는지 궁금하다.


A. 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여자 주인공이라고 설정을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서소문 아파트를 벗어나서 다른 아파트로 옮겨가는 그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혹은 좌절되거나. 비하인드스토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스토리적인 인과성보다는 그 측면으로 휘어진 공간에서 종이를 날리는 퍼포먼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절된 시민의 꿈’이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시민아파트에서 중산층(단지형 아파트)으로 넘어가는 그 시점에서 의도해뒀던 것 같다


이 : 그녀의 퍼포먼스 감독님의 연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해석을 해가나는 것도 재미난 지점이지만 받아들이는 것도 영화를 읽는 또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사라지는 장면이라든지, 허름한 아파트에서 핏한 옷을 입고 시를 읽으면서 나오는 장면 자체들은 도시의 언어로 표현하면 죽어버리지만, 영상으로 봤을 때는 물질에 대한 이야기와 아파트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들이 공존하는 것을 계속해서 품어주신 것 같다. 





Q. 상계동 근처에 살아서 그런지 매우 흥미롭고 추억이 있게 감상했다. 아파트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이 아파트를 영화에 넣어야겠다고 선정한 이유는 왜 인지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하다.


A. 여러 아파트를 헌팅 다니면서, 꼭 넣고 싶었지만 헌팅이 안되는 곳도 있었고 주민들이 좀 싫어해서 못 찍은 것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내가 찍고 싶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아파트들이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여기는 찍고 싶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순간 그 아파트 안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 마지막 아파트 고양이 캐스팅이 후속작업과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다.


장: 아파트에 사람만 사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은 것들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살았던 사람들, 죽었던 사람들, 귀신들, 많은 벌레들, 많은 어떤 것들이 공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여기서 너네가 있었는데 없어지는 것에 대한 멘트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의 사라짐에 대한 어떤 의식도 예의도 없다. 고양이는 너무나 보이고 생명을 갖고 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태계의 결론으로 내밀었을 때 아파트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의 소멸과 관련해서 고양이는 어떻게 할거야 라는 식으로 질문을 하면서 마무리하였고, 다음 영화는 그런 소재를 이야기하고 싶다. 등촌 주공아파트는 사람이 살지 않을 뿐, 고양이는 살고 있다. 거기서는 몇 대가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난민이 된다. 그런 질문들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이: 감독님의 시선을 경유해서 나오는 방식은 통념적이지 않고 또 다른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에 참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Q. 박철수 교수님 인터뷰가 짧게 지나가서, 아파트가 단지형인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A. 박철수 시립대 교수님이 쓰신 아파트에 대한 많은 저서들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인석 교수님의 책도 있다. 그분들이 이파트 문화에 대한 특성을 정확하게 하신 거고, 난 아파트들에 대한 의식과 성격이 이런 것들을 담았다. 책을 직접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공간과 사람이 분리되어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린 영향력이 있다. 굉장히 묵묵하게 오랫동안 지켜준 공간이고, 많은 레이어를 가진 공간이고, 그 시선을 다시 한번같이 바라보고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 뜻깊고 재미난 작품이었다. 감독님의 최근 작품에 대해 듣고 싶다.


장: 한일 합작영화 <나비잠>이 9월 6일 개봉한다. 일본 영화나 나의 영화에 관심이 있으면 봐주셨으면 좋겠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간이 사람과 공존하면서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 영화 <아파트 생태계>. 하나의 건물이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닌 많은 역사들이 레이어링 된 공간이라는 것을 기존의 시각과 맞물려 표현해낸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고양이를 통해 사라지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라는 관점 또한 신선했는데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해서 ‘죽어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기 쉬운 공간들을 또 다른 생명체로 채워나가면서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글/자원활동가 기록팀 김아현

사진/자원활동가 기록팀 김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