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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EIDF 2019 상영작

[EIDF2019] <위기의 30대 여자들> ST: '결혼하면 좋을까' 현장 스케치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 <위기의 30대 여자들> ST: '결혼하면 좋을까' 현장 스케치

 

게스트: 쇼쉬 슐람 감독(<위기의 30대 여자들> 연출), 남순아 감독(<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 연출, <걷기왕> 등 스크립터)

모더레이터: 허남웅 영화평론가

통역: 조용경 통역가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가 한창인 820일 저녁 6시 30분,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위기의 30대 여자들(Leftover Women)> 상영 후 결혼하면 좋을까라는 제목 아래 ST(Special Talk, 스페셜토크) 행사가 이루어졌는데요. EIDF2019의 스페셜토크는 시의성이 있고 이야기될 여지가 많은 작품의 제작진과 해당 분야 전문가 패널을 초청, 영화 안팎으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결혼, 북한, 동물을 주제로 하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8월 20일, 22일, 23일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랍니다. 기대가 팍팍! 되지 않으시나요?

 

오늘의 스페셜토크는 그 중 첫 번째 행사로, 요새 특히 젊은 층에서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는 '결혼'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현장에는 <위기의 30대 여자들>을 감독한 쇼쉬 슐람 감독님뿐 아니라,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를 감독하고 <걷기왕> 등의 영화에서 스크립터를 맡은 남순아 영화감독님께서 토크 패널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남웅 영화평론가님께서 진행 모더레이터로, 통역 담당으로 조용경 통역가님께서 참석하셨습니다.

 

<위기의 30대 여자들>은 20대 후반부터 결혼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고, 30대를 넘어가서 기혼 상태가 아니면 '잉여 여성'으로, 마치 '하자'가 있는 것처럼 취급당하는 중국 대도시의 풍경 속 화메이, 쉬민, 가이치라는 비슷하지만 다른 세 명의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요. 그들은 결혼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비롯한 주위의 압박 때문에 억지로 결혼 상대를 찾아보거나, 그런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거나, 결혼을 선택하여 출산을 합니다. 영화에 관해,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관해 1시간이 조금 넘게 진행된 스페셜토크는 감독의 영화에 대한 Q&A뿐 아니라 남순아 감독, 그리고 관객들의 실제 경험이 묻어나는 진솔한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스페셜토크 현장으로 들어가볼까요?

 


 

ST 스케치

 

 

허남웅 영화평론가(이하 허남웅) 먼저 감독님께 이 영화의 제작과정과 어떻게 연출하게 되었는지를 묻고 싶다.

 

쇼쉬 슐람 감독(이하 쇼쉬 슐람) 2005년에 5명의 젊은 중국 여성들이 성희롱에 반대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 것 때문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고, 중국의 여성 문제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중국 젊은 여성의 삶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잉여 여성 현상(leftover women phenomena)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성뉘'는 중국 단어로, '(교육받았고 대도시에서 살고 있는) 늙은 미혼 여성'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여성연대에서 만들었고 2007년부터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다. 여성들에게 목소리를 주기 위해서, 비록 내가 다른 나라 출신이지만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이 중국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세계 각지에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풍습이 있는 곳이 중국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이곳이 매우 관습과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고 자란 이스라엘 역시 10대 중후반부터 가족이 딸의 남편감을 찾기 시작한다. 또한 영국에서는 ‘big sister’, 미국은 ‘christmas cake’ 등으로 ‘나이든 미혼 여성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여러분이 알려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남웅 한국에서도 여러가지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사연들은 관객분들께서 많이 알려주실 것 같다. 한편, 남순아 감독님께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인상을 여쭤보고 싶다.

 

남순아 감독(이하 남순아사실 처음에 봤을 때 굉장히 SF 영화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잖나, 이런 설정이 되는 세상이. 등장하는 사람 중 '화메이'같은 경우를 예로 들면, 분명 소위 얘기하는 고학력 전문직 여성인데 결혼시장에서는 "변호사는 기가 세다"든가, "당신이 결혼시장에서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 등 단도직입적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데서 매우 놀랐다. 또 막연하게 중국과 한국은 매우 다르다 생각했는데, 여기에 오기 전에 조사를 해 보니 한국에서는 가임기 여성 지도가 있었다. “임신이 가능한여성들의 지도를 국가에서 통계로 내서 가임기 여성이 가장 많거나 적은 도시가 어디인지를 기록하는. 여성들이 고학력, 고소득이 되어 남자들과 결혼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결혼 장려 메시지를 미디어로 퍼뜨리자는 연구원의 언급도 있다.

 

 

허남웅 영화는 화메이, 쉬민, 가이치 세 명의 여성을 중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독님께서 이 세 명을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쇼쉬 슐람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후, 중국의 트위터와 같은 웨이보에 공고를 올렸더니 많은 여성들이 응해 주었다. 나중에 가서 촬영을 원치 않거나 부모가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모두 그들이 겪는 압박을 진실하게 나누고 싶어했다. 화메이는 특히 농촌에서 자란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들려주고자 했고. 다른 2명의 여성 중 쉬민은 당시 한창 남편감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고, 가이치는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여성으로서 결혼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의외로 빨리 남편감을 찾고 결혼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흑백논리도 적용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화메이같은 경우 농촌 출신이라는, 즉 도시 출신보다 '계급’이 낮다고 평가받는 상황으로 엘리트 출신의 가이치와는 상극에 놓여있는 상황이었다. 슬프게도 화메이는 그의 배경, 출신으로 인해 결혼시장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었다. 21세기에도 이런 사회적 계급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문제적인 일이다.

 

 

허남웅 화메이가 본가에 갈 때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언어적인 폭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 보는 사람도 긴장하게 되고, 결혼이란 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국의 많은 여성들이 이 작품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혹시 중국에서 상영이 되었다면 중국 여성 관객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쇼쉬 슐람 4번의 상영이 매진되었고 많은 호응을 얻었다. 반응 역시 매우 좋았다. 관객들이 내가 예상치 못한 지점을 포함해 매 순간 웃었고. 뉴욕 등지에서도 상영했지만, 중국에서의 상영이 내겐 가장 의미있고 중요한 일이었다. 관객들은 영화가 굉장히 진실된 작품이며, 이게 이스라엘 영화라는 점에 놀랐고 그대로 그들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말해 주었다. 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들은 이 영화에서 자신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더라.

 

허남웅 아무래도 감독님이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사안에 대해 훨씬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느낌도 든다. 오늘의 주제가결혼하면 좋을까인데, 남순아 감독님은 주변에서 그 주제를 얘기할 때 어떤가요. 비혼이라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도 궁금하고요.

 

남순아 나는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비혼'이란 말을 몰랐을 때부터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출산을 하기 싫었는데, 어렸을 때는 꼭 '그런 애가 가장 먼저 결혼하더라' 이러면서 불을 지르지 않나, 주위에서(웃음). 그래서 '두고봐라 꼭 결혼 안 해야지'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마치 영화에서처럼, 우리 할머니도 나의 나이를 얘기하면 아직도 '애는 언제 낳고 결혼은 언제 하냐' 이야기하신다일반 직장을 다녔으면 달랐을지 모르지만 영화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결혼 시기가 늦는 편인데, 멋대로 '저 친구는 결혼을 안 하겠지' 생각하고 안심(웃음)하고 있다가 그 친구가 갑자기 임신과 결혼 소식을 동시에 알려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그래서 그때 주변에 결혼을 할 거냐고 다 물어보고 다녔다. 왜냐면, 일을 하다 보면 다음 작품, 다다음 작품에서 호흡을 계속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 직장처럼 영화계도 결혼 또는 출산을 하면 그 분야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불안했다. '그럼 나는 언젠가 혼자 남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고. 주변에 물어보면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하게 될 거야' 이런 얘기를 하니까.

 

 

Q&A 스케치

 

 

Q: 다큐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 만큼 몰입감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제목이 이야기하듯 이 작품이 다루는 것은 '위기의 30대 여성들'인데 그들 모두 어떻게 보면 일종의 '엘리트'이지 않나. 그래서 소위 '엘리트'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여성들의 삶은 또 어떤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화메이 씨가 결국 중국을 떠나 프랑스 유학을 가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그가 굉장히 자주적인 여성이라 느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그래서 나라를 떠나서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모습이. 지금 그가 프랑스에서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쇼쉬 슐람 잉여 여성을 가리키는 '성뉘'라는 말 자체가 큰 도시에서 사는, 교육받은 여성, 즉 대도시 고학력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화메이는 프랑스에서 석사학위를 마쳤고 교수로부터 소개를 받아 뮌헨에서 몇 달 정도 일한 후 스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또 현재 독일인 남자친구가 있다. (관객 웃음)

 

 

Q: 30대 후반의 결혼하지 않은 한국인 여성으로서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여성들이 하는 말이 내가 하는 말 같았다.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3, 40대 이상 여성을 골드미스라고 하는데 전과 다르게 사회에 계속 머물고자 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남자들이 이들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견제하기도 하고, 주위에서는 결혼 압박이 느껴지고, 가끔 보면 나와 같은 여자들이 있을 공간은 없는 것 같다이곳(한국)에서 사는 건 정말 힘들다. 감독님 역시 그런 압박을 자국에서 느낀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쇼쉬 슐람 나는 결혼했고 딸이 있는데, 이스라엘의 상황으로 말하면 분명히 압력이 있다. 유대교의 엄격한 교리 아래 가족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그래서 여성들에게 엄마가 되도록,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하도록 강요한다. 여성에게는 엄마가 되는 선택지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 여성은 그걸 증명하고 싶어하고. 저는 다른 영화를 찍으면서 14명 또는 17명의 아이들을 둔 엄마도 만난 적이 있다. 그 영화를 국제여성인권의 날에 북경의 7개 대학에서 틀었는데, 그 영화를 본 중국 여성들이 매우 놀라워했다. 한 명이 와서 말하기를 유대인 여성과 비슷한 압박을 자신도 느낀다고 말하더라. 유대인 여성은 많은 아이를 낳도록 강요당하고, 많은 아이를 낳으면 성공적인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설명하는 단어 같은 건 없다. 우리가 미혼이건 비혼이건 기혼이건 전혀 중요하지 않고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 맞서 싸워야 한다. 남성이 대다수의 아이디어를 내어 온 이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지금까지는 시대의 많은 세월의 남성이 주도해왔다. 이제는 달라야 한다.

 

 

 

허남웅 마지막으로 남순아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 아까는 주변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남순아 감독님은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남순아 어렸을 때부터 비혼주의자였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서른을 넘어가면서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그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30대까지는 좀 어떻게 살 수 있는지가 그려지는데 그 이상 노년에는? 그런 거지. 이 영화에서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로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이 말하는 것들을 보면, ‘네가 아프면 누가 간호해줄 거야’ ‘행복하려면 결혼해야 해 이런 거다. 하지만 내 애와 살면 행복할까?’ ‘남편이 나를 잘 간호해줄 수 있을까?’ 이런 의문도 떠오르지 않나. 아직도 왜 미래의 행복을 '이성애 정상 가족'이라는 규범 안에서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도 들고. 노후를 생각함에 있어 경제력도 경제력이지만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우정, 그러니까 친구관계는 점점 뒤로 밀려나고 결혼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일반적인 통념이 과연 옳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신혼부부 대출을 받지 못한다든가, 병원에 가서도 배우자로서 수술을 승낙할 수 없다거나, 그런 결혼하지 않는 개인들이 복지 등의 혜택에서 배제당하는 것을 보면 막막한 거다. 비혼을 하려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영화에서 화메이가 말하듯 무언가와 계속해서 '싸우는' 느낌이고 내가 여기에서 계속 지지 않고 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니까. 이 사회 구조가 결혼 또는 출산에 관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기보다는 '출산해야 해' '생산해야 해' 이런 쪽으로 자꾸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결론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싸워야 한다고(웃음).

 


 

"이 영화를 통해서 성공적으로 중국 사회에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목적은 중국 여성에게 목소리를 주기 위함이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라는 쇼쉬 슐람 감독의 말과 "쇼쉬 슐람 감독님의 단단한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 간다"는 남순아 감독의 말로 스페셜토크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결혼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느끼는 안타까움과 분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비혼 또는 결혼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공유되는 자리였습니다.

 

<위기의 30대 여자들>에서 그려지는 가부장적 관습 아래 '결혼하지 않는 여성'으로서, 가족을 포함한 사회에 맞서며 울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분명 조금씩 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는데요. 아쉽게도 영화제에서의 상영과 TV 방영 스케줄은 마무리되었지만, 실망하지 마세요! 다큐멘터리 전용 VOD서비스 D-BOX(www.eidf.co.kr/dbox)로 접속하여 관람하실 수 있답니다. 스페셜토크 내용을 보고 관심이 가신다면, 주저 마시고 시청해보세요. :D

 

제16회EBS국제다큐영화제는 8월 25일까지 계속됩니다. :)

 

 

원고: 자원활동가 기록팀 조진영

사진: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