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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1/EIDF 현장 스케치

관찰이 아닌 참여로 시각의 전환을 갖다 - 보리스 게레츠 감독 마스터 클래스 '모바일 다큐멘터리 제작'


안녕하세요, EIDF 에디터입니다.

레오나르드 레텔 헴리히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 '싱글 샷 시네마'에 이어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었습니다.
<나일 수도 있었던 혹은 나인 사람들>보리스 게레츠 감독의 '모바일 다큐멘터리 제작' 마스터 클래스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마스터 클래스 Master Class
모바일 다큐멘터리 제작 Thoughts on Mobile Documentary-Making
■ 보리스 게레츠(Boris Gerrets)




<나일 수도 있었던 혹은 나인 사람들>은 오직 휴대폰으로만 제작된 작품입니다.  이미 IDFA와 Hot Docs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EIDF2011에서는 D-World 섹션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콘텐츠는 말 그대로 '나일 수도 있었던 혹은 나인 사람들' 이라는 주제에서 시작 되었다고 합니다.   즉 '왜 내가 남이 아닌 나인가?' 라는 나와 타인과의 차이에 대한 질문이 출발점이 된 것이지요. 

게레츠 감독은 또한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만남이라는 관계가 부재한 런던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는 영화를 매개로 그려지는 현대 도시의 고독한 자화상 속에서 '나일 수도 있었던' 타자를 만나고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이러한 주제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부터 휴대폰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촬영 당시 런던은 폭발물 사건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공포 분위기 확산되었고 휴대폰으로 시험적인 촬영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 와중에 게레츠 감독은 타인을 만났고 이미 촬영은 시작되어 다른 촬영 기기로 바꿀 수도 없게 되었죠.  작품은 이렇게 장비의 선택부터 이야기 전개에 이르기까지 정해진 각본 없이 우연히, 그리고 자연스런 삶의 방향대로 흘러갑니다.

게레츠 감독은 "모바일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필름의 내용을 더욱 긴밀히 연결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실제로 이번 시도를 통해 관찰이 아닌 참여로의 영화에 대한 시각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촬영을 진행하면서 감독 자신도 상황에 점점 깊게 개입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 외에도 휴대폰이라는 매체는 작품을 표현하고 완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휴대폰의 '통화' 기능을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 혹은 그로인해 형성되는 사적 공간에 비유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도입부에서 사람들의 통화 음성을 넣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주인공인 산드린과 스티브는 도시의 주변인으로서 촬영 기간 내에도 두문불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때 즉각적이고 유연한 촬영 방식을 사용하는 휴대폰이 아니었다면 모든 순간과 사건을 담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독님은 말합니다.

영화는 정적으로 흘러가며 큰 행동이나 양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예측이 가능한 극적인 드라마와 같은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감독님의 원칙에 따라 다큐멘터리는 그저 해당 인물의 배경을 지켜봅니다.  주인공의 상황 자체가 상징이 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접근법이었던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준다면 극적 요소 없이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작품 제작의 마지막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다."  라고 말하는 게레츠 감독님은 드리프팅(drifting), 즉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중에 예견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쳐 가는 작업 방식을 택해 영화의 모든 우연한 순간순간이 모여 상징적 목소리를 내는 모바일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 스티브가 촬영에 임한 이유는요?
A 노숙자 스티브는 약물을 복용하고 길에서 구걸하는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삶을 통찰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얻고자 참여를 원하였지요. '영화는 지금, 오늘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이니까요.

Q 스스로 캐릭터가 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풀어 가셨는데요. 어떻게 참여자로 임하시길 결정하셨나요?
A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보기 위해서 참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타인은 나의 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으나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보기보단 나의 삶을 통해 그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타이틀 자체가 본인이 참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지요.

Q 모바일 제작의 이미지 퀄리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이미지 퀄리티는 사실성을 표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봅니다. 질 좋은 이미지가 꼭 사실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퀄리티가 떨어지더라도 나와의 삶과 밀착되어 높은 개연성을 지닌다면 오히려 사실성에 있어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각의 질적 문제와 등장인물과의 개연성 혹은 관계성은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사실성을 전달해 주었던 것은 아랍의 민주화나 런던 폭동 때 보았던 모바일 영상 아니었습니까?



EIDF 다큐 아카데미는 향후 홈페이지를 통해 VOD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서는  아쉽지만 화면을 통해서라도 거장의 마스터 클래스를 만나보세요.  보리스 게레츠 감독의 <나일 수도 있었던 혹은 나인 사람들>은 8월 23일 화요일 롯데 시네마 건대입구 9관 밤 8시 15분에 상영되며 상영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8회 EBS국제다큐영화제 The 8th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세상에 외치다 BE THE VOICE 
EIDF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