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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2018]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GV 현장 스케치

EIDF editor 2018. 8. 25. 11:22

 [EIDF2018]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GV 현장 스케치 







8월 23일,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시몬 레렝 빌몽 감독님과 영화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에 사는 올렉이라는 소년과 할머니 알렉산드라를 담아낸 영화였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가 궂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열정 넘치는 GV 현장이었습니다.







GV 스케치

(감독 : 시몬 레렝 빌몽, 모더레이터 : 정민아, 통역 : 장택수)​







Q. 외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하던 전쟁 현장을 이 영화로 더욱 생생히 접하게 되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이런 전쟁 현실을 생생히 느끼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고 멀리서 와줘서 감사하다. 감독님의 소감에 대해 듣고 싶다.


A. 한국에 처음 오는데 좋은 기회로 오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우크라이나의 전쟁 현장 직접 가서 촬영하고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데 어떻게 소년을 만나게 되었고 주인공으로 촬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이 영화 전까지는 안정된 상황의 아이들 찍어왔다. 이번에는 불확실한 아이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선 지역을 갔을 때 픽서(통역가)와 함께 여러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을 인터뷰했다. 아이들에게 포격에 대한 걸 물어보고 마지막 질문으로 “네가 느끼는 두려움은 뭐니?”라고 물으면 대부분 애들은 말을 잘하지 못한다. 근데 올렉은 처음엔 주저하다가 “집 근처에 포격이 시작되었을 때 손의 내 가슴을 뚫고 들어와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쥐어짜다가 나중에는 심장이 얼어붙은 느낌이었다. 그때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때 주인공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관객과의 대화 스케치







Q. 촬영 직접 하셨는지, 러시아어를 하실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당시에 촬영은 직접하였고 통역을 도와주는 분과 둘이 작업했다. 현재 러시아어를 조금 배우는 중이지만 촬영 당시엔 전혀 못 해서 러시아 단어로 살인, 포격, 지뢰 등 20여 개 정도를 배우고, 관련 단어가 나오면 ‘내가 이걸 촬영해야 하는구나.’ 생각하고 촬영을 했다.






Q. 포격 소리 같은 것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실제의 현장 자체 소리인지, 사운드 작업을 추가로 하셨는지 궁금하다.


A. 사운드 잘 캡쳐하기 위해 카메라와 아이들에게 마이크를 부착했다. 하지만 녹음된 사운드들은 아이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 다를 수 있어서 사운드 작업을 조금 하긴 했다. 하지만 인공적인 소리를 가미하지 않고 볼륨을 높이는 방식으로 최대한 현장의 소리를 살리게 작업했다.






Q.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많은데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그걸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 같다. 안전한 곳으로 인도할지 고민되었을 상황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럴 경우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A. 질문한 부분이 감독으로 윤리적으로 가장 맞닥뜨린 문제이다. 처음에 촬영할 때 아이들이 지뢰가 있을지도 모르는 논밭 등 위험한 곳에서 놀 때 놀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근데 내가 현실을 조작해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미 아이들에겐 알렉산드라 같은 보호자가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이 안전하길 원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처한 현실에 개입하는 것은 고민이었다. 개입하게 되면 그건 아이들의 현실이 아니라 나의 현실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개입을 안 하려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강에 포격이 들릴 때인데 아이들과 함께 뛰어갈 때 무서워하는 나를 보고 아이들은 나를 겁쟁이라 놀렸다. 위험한 순간마다 균형 맞추는 걸 고심하면서 촬영했다. 이 지역에서 오래 있다 보니 처음에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나도 모르게 거리와 포격 소리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처음엔 포격 소리만 들려도 땅에 엎드렸는데 나중엔 개의치 않았고, 이게 위험한지 여기까지 오는지 판단하게 되었다. 내가 느낀 이 익숨함이 아이들의 현실이라 그것을 영화에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영화에서 알렉산드라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었기에 알렉산드라의 나레이션 같은 경우 어떤 방식으로 나온 건지 궁금하다.


A. 알렉산드라에 별 설명이 없었는데 그녀는 5번 결혼했다. 그녀의 나레이션들은 대사를 적어주거나 계획하지 않았다. 스스로 한 말이다. 만날 때마다 그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상황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인터뷰를 했었다. 인터뷰 내용을 영화에 사용 할 생각은 없었는데 통역하시는 분이 “꼭 사용해야 한다. 말이 시적이고 아름답다.”고 했다. 나도 이에 동의하여 자연스레 담게 되었다.






Q. 제목이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 인데 개 짖는 소리에 초점을 두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사실 개 짖는 소리는 현장에서 많이 들린다. 제목을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고’로 지은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참호에 있는 군인들이 떠돌이 개를 많이 키우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보다 청력이 좋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사람보다 먼저 듣고 짖어서 경고를 해주는 역할을 했다. 언덕에서 개소리가 들리면 “저기는 전쟁 중인데 아직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구나.” 이렇게 감지할 수도 있다. 이런 장면을 생각하며 제목을 짓게 되었다.






Q. 영화 보면서 아이들 보는 게 마음이 아팠는데 직접 생활하고 촬영하면서 본 감독님의 감정과 촬영하는데 기간이 어느 정도 걸렸는지, 촬영하고 난 후 등장하는 인물들과 연락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아이들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올렉은 전쟁지역에 사는 것치고 특이한 아이로 자신을 보호하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할머니와의 강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힘을 서로 주고받으며 그 힘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 촬영은 10주였고 매 두 번째 달, 첫 주에 가서 촬영했다. 그곳의 인터넷 상황이 좋아서 메신저로 연락할 수 있다. 그래서 러시아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꼈고, 배우고 싶다. 










예정된 GV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관객분들이 질문을 많이 해주시고,

감독님께서도 답변을 열심히 해주신 열정 넘치는 GV 현장이었습니다.

6.25를 겪었던 우리라 그런지 영화의 내용이 마냥 먼 나라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포격소리에 익숙해지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길 소망합니다.

멀리 덴마크에서 오셔서 좋은 자리 함께 해주신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 | 자원활동가 기록팀 오지현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송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