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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4/EIDF 2014 현장 스케치

[EIDF 현장 스케치] <Talk with Guest> 반짝이는 박수소리

<반짝이는 박수소리>(The Glittering Hands)

일시 : 8월 29일 (금) 17:00 - 19:00

참석자 : 이길보라 감독, 허남웅 기자

시놉시스 :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모를 둔 이길보라 감독 자신 그리고 그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고 실제로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감독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물끄러미 바라보는 부모의 세계. 그 속은 침묵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몸짓과 얼굴이 숨 쉬는 아름다운 세계이다. 신체의 불완전성을 통해 인간다움(Being a human)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밝고 따뜻한 작품


8월 29일,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박수소리>가 상영되었습니다. 상영은 관객들의 박수로 성공적으로 막이 내렸고 그 이후 약 30분간 감독님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TG가 진행되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이길보라 감독의 부모님처럼 청각장애를 가지신 관객분들의 참여와 함께 영화의 뒷이야기, 그리고 영화 내용에 대해서 좀 더 심도 깊은 질문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글 작업,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를 설명하는 일을 해야 했어요. 제가 보는 엄마 아빠는 항상 자신의 장애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시지 않고 밝고 유쾌하신 분들인데, 다른 사람들이 부모님을 보는 시선에서 차이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장애인들은 결여가 되어있으니까 슬플거야 불행할거야.’ 라는 생각이요. 다른 분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엄마아빠의 실제적인 모습사이의 틈을 설명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걸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고 기획을 하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고 굉장히 신기해했어요. 그래서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영화를 처음 만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엄마 아빠는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저희 친가 쪽에는 청각 장애인이 많아서 수화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오히려 수화를 모르는 할머니가 소외가 되는 분위기일 정도로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 모두 장애가족에 속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한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가 영화작업을 한다고 하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라 라고 하면서 이것도 찍고 이것도 찍고 하고 오히려 많이 챙겨주셨어요."



* 영화를 본 후에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네요.

상영 전에 엄마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수화자막이 없어서 영화 자체보다는 다른 데에 집중을 하셨어요. 근데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는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시고 자신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니까 더 좋아하셨어요. 청각장애인이 주체인 매체가 거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 즐겁게 몇 번이고 보시는 것 같아요.



* 반짝이는 박수소라는 제목은 어떻게 붙이게 되신 건가요?

"기획단계에서 나온 제목이에요. 반짝이는 박수소리라는 책이 있기도 하고 실제 청각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시는 손동작에서 가져왔어요. 또 반짝이는 박수소리로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환대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또 관객분들이 반짝이는 박수소리라는 이미지를 기억하다가 청각장애인들을 만났을 때 사용하면, 청각장애인들이 우리 삶으로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소망이기도 해요."




* 수화하는 장면을 사용하시는데 거기에서 굳이 잔디밭 배경을 사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 제목처럼 반짝이는 배경이나 단적인 배경을 사용할 수 도 있었을 텐데.

"따뜻하고 예쁘게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실제로는 손으로만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청각 장애인분들이 잘 못 알아들으세요, 수화는 얼굴 표정이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화면에 수화 통역사를 사용하고 있죠. 그런데도 굳이 손을 클로즈업해서 사용한 이유는 일단 예쁘고 따뜻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야 말하는 사람들이 수화는 따뜻하고 예쁜 거라고 인식을 하고 더 관심을 가지고 수화랑 가까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 반짝이는 배경이야기를 하셨는데 첫 장면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면서 반짝이는 어떤 소품을 사용하잖아요. 그 장면을 처음으로 사용한 이유가 있다면?

"일단 그 크리스마스 즈음에 찍은 영상에서 반짝이는 박수소리에 대해서 부모님이 설명을 해주셨고, 그 설명을 먼저하고 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또 처음과 끝이 다 반짝이는 박수소리 잖아요?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환영하고 환대한다는 의미에서 그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넣은 거예요. 크리스마스가 주는 느낌도 따뜻하고 사람들이 모이고 그런 게 있으니까 그런 의미까지 더 해서 넣은 것이기도 해요."


*영화 속에서 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저에게 깔끔하게 잘 와닿진 않았어요. 집에 대한 의미가 궁금해요.

"처음에 기획을 했을 때는 부모님께서 이사를 하고 싶어 하시는데 과연 이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스토리 구조를 따라가야겠다는 의도가 있었어요. 그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발견한 것은 저와 제 동생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8번이나 이사를 하면서 만들었던 저희 집의 이야기이고, 노래방이나 동생의 이야기, 저의 자기고백이 그 마지막 부분에 몰려 있는 것도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한 것이 더 드라마적인 것이었다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에요. 집이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어요."



* 가족을 대상으로 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은 가족이야기를 찍으면서 어느 정도까지 보여줘야 할 것인지 그리고 보여주는 과정에서 어디까지 울어야하고 어디까지 기뻐야할지 정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것은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이고 나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인데 이걸 보여줬을 때 관객들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까, 받아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 지인들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기도 했어요.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고민 때문에 내가 영화 속에서 ‘그래서 더 힘들었고 슬펐어요.‘ 라고 이야기 하는 것보다 더 담담하게 이야기 하게 된 지점이 많았어요."


* 영화 안에서 청소년기에 여행을 떠났다고 했는데 그 경험이 감독님의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그때의 여행이 제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NGO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에 그 일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싶었고, 그 때 했던 여행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우리 교육문제가 어떻고 그 속에서 내가 어때야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멀리 떨어져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하고 어떤 활동가가 되어야할지 고민할 수 있어서 저와 그 여행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사춘기 아이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장애가 없는 부모와도 잘 대화가 안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동생과 감독님 두 분은 그 시기를 잘 헤쳐서 자라신 것 같아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부모님의 역할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사춘기 시절이 힘들지 않았으면 거짓말이구요. 그것들을 꾹꾹 참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참았던 걸 다른 관계를 통해서 풀었어요. 엄마, 아빠가 큰 어른이고 기댈 수 있는 존재보다는 같이 가는 존재로 생각을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친구처럼 느껴지는 존재였고 그래서 동생에게는 제가 누나보다는 엄마의 포지션으로 이끌고 지도하려고 했고. 그러면서 억눌린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남자친구라든지 친구관계에서 보호받거나 기대거나 하면서 풀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랑 동생이 밝고 착하고 속 썩이지 않게 자라야 한다는 것이 포지셔닝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건 비단 저희 가정의 이야기 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저와 흡사한 경험을 하는 분들을 위해 자라서 CODA(Children of Deaf Adult)인 친구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많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영향을 끼쳤을 외적인 부분뿐 만 아니라, 영화 속에 비춰지는 모습 이면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노래방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이고, 이길보라 감독의 다음 영화에 관해서고 들어볼 수 있었네요. 관객 모두에게 따뜻한 영화의 여운을 계속 안고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전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