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A Place Without People)
디뷰어 : 권한마로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다. 사파리, 야생 동물, 사자, 코끼리, 기린, 누떼. 흔히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유명한 세렝게티 초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다큐는 단지 동물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다른 다큐들과는 다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을 보여준다. 바로 ‘원주민’이다.
아프리카는 식민지였다. 지금은 독립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자본이라는 또 다른 이름 아래 식민 지배를 당하고 있다. 동물 보호라는 명목 하에, 자연과 공존하며 살던 원주민을 내쫒았다. 그리고 원주민이 살던 세렝게티에 리조트를 짓고, 관광객을 받고, 밀렵은 금지하지만 사냥 관광은 허용한다. 아이러니이다. 동물 보호를 위해서 밀렵은 금지하면서 사냥 관광은 허용된다니. 작년에 사자 사냥으로 이슈가 됐던 의사의 얘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냥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은 단지 사냥감의 ‘죽음’이 목적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고기가 목적이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 과거에는 원주민이 동물들을 보호했기 때문에 개체수가 유지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동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보호하던 원주민은 내쫒기고 외부 관광객들만 있다. 수십 대의 차량이 몰려다닌다. 일부 원주민들은 관광을 위해 동원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사진을 함께 찍고 돈을 구걸한다. 원주민을 내쫓았던 이유인 초원에 불을 놓는 행위(새 풀이 자라게 하기 위해)를 이제는 정부가 하고 있다. 동물은 보호 하지만 원주민의 권리는 보호되지 않는다.
내 생각에 다큐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도 균형 잡힌 사실을. 이 다큐를 보면서든 생각은 과거에 내가 봤던 동물 보호에 관한 다큐는 동물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다큐는 생태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물론 그 동안 외면 당했던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더 담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원주민을 생태계의 일부로 보고 있다.
그리고 원주민을 옹호하는 전문가와 원주민보다는 동물을 옹호하는 전문가가 나와서 말을 한다. 원주민을 옹호하는 전문가는 원주민의 인권을, 동물을 옹호하는 전문가는 관광을 통해 가능한 동물 보호를. 물론 동물을 옹호하는 전문가는 여전히 원주민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름 균형 잡힌 시각을 담아내려고 하고 있는 다큐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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