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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7 스케치] <아흔 살 소녀 블랑슈 A Young Girl in Her Nineties> Talk with Guest 본문

EIDF 2017/EIDF 2017 상영작

[EIDF 2017 스케치] <아흔 살 소녀 블랑슈 A Young Girl in Her Nineties> Talk with Guest

EIDF editor 2017.08.24 14:21


어느덧 셋째 날을 맞이하고 있는 EIDF 2017 ! 재미있게 즐기고 계신가요?

오늘 일산 메가박스 킨텍스의 상영관에서는 EIDF 2017 경쟁 부문 페스티벌 초이스에 선정된 작품, 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스키‧얀 코리디앙 감독의 <아흔 살 소녀 블랑슈(A Young Girl in Her Nineties)>의 감독과의 대화(Talk with Guest)가 있었답니다.

 



 

<아흔 살 소녀 블랑슈>의 이야기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들이 나른한 일상을 보내는 요양원으로 어느 날 한 젊은 무용수가 찾아오면서 생기는 변화들을 따라갑니다. 함께 춤을 추자는 제안, 따뜻하고 진지한 눈짓, 몸짓에 숟가락도 들지 않으려던 할머니들은 어느새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리듬을 타기도 하구요, 아무 표정도 없던 할머니가 웃음을 짓거나 울음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다큐의 주인공이었던 아흔 살의 할머니 블랑슈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용수의 따뜻한 말을 따라 함께 춤을 추고, 그 과정에서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하지 못한 일을 무용수가 해내다니, 기적같은 일이죠!

 

상영이 끝난 후, 이현정 EIDF 심사위원의 진행에 따라 얀 코리디앙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상영관을 찾아주신 관객들과 소감을 나누고, 영화 촬영의 후일담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흥미로웠던 질문과 답변을 짤막하게 소개합니다.


 


 

Q.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맞아요. 사실 처음에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춤을 추는 안무가에 대한 20분 가량의 기록 다큐를 제작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둘째 날부터 블랑슈 할머니에게 감정의 변화가, 말하자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고, 우리는 이 이야기를 한 시간 반짜리 다큐영화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Q. 이 안무 수업은 원래 있던 것인가요? 지금도 계속 하고 있나요?

A. 촬영 시점 이전부터 안무가는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두 번째로 허락을 받아서 촬영을 하게 됐고, 영화 촬영 후에 반응이 좋아서 파리 시의 지원을 받아 지금도 수업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Q. 이 다큐에서는 안무가가 막중한 역할을 맡았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기다릴 줄 알고, 대화를 나눌 줄도 아는 사람 같았거든요. 촬영 전에 감독과 논의했던 내용이 있었나요?

A. 특별히 안무가와 계획을 짠 건 없었어요. 우리는 그저 카메라 두 대를 들고 따라다녔을 뿐입니다. 수업의 진행, 음악 선곡도 안무가가 직접 선택했습니다.


 


 

Q. 촬영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A. 노인분들과 하는 무용 수업은 약 5 정도 연이어서 진행이 되었는데, 딱 그 5일만 진행했고, 촬영도 그 때 동안만 했어요.

 

Q. 그럼 그 사이에 할머니가 사랑에 빠진 것인가요?

A. 사랑이 시작되는 데는 5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사랑이 시작된 이후의 시간은 좀 더 길어질 수 있겠지만요. 우리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Q. 감독으로서 촬영-편집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순간이나 장면이 있었나요?

A. 촬영하는 동안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었어요. 편집하면서, 할머니가 안무가 선생님께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 장면을 찍은 카메라 감독님은 기억을 못하시더라구요. 아마 자신의 반응이 그 분들께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잊어버린 것 같아요. 저도, 촬영 감독도 나중에 편집할 때 보고 알았고, 그제서야 감동적인 장면이었단 걸 알았습니다

 

Q. 할머니들의 미세한 얼굴 표정, 몸짓 같은 것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촬영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으셨나요?

A. 일단 우리는 촬영할 때 양로원 직원 복장을 하고 찍었습니다. 그래서 줌을 거의 안 쓰고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서 찍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여주기 껄끄러운 장면도 촬영하게 되고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화면에 나오신 분들, 모든 장면은 동의를 받고 촬영, 편집된 것입니다혹시 영화 초반에 나오던 펑키 헤어스타일의 할머니를 기억하세요? 이 분은 후반부에 많이 안 나오시는데, 카메라 감독님 옆에 꼭 붙어서 손을 꼭 붙잡고 계속 계셨기 때문이에요. (웃음)


 


 

Q.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제작자로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셨어요?

A. 사랑뿐 아니라, 노인분들이 표출하는 여러 감정에 대해서는 촬영진도 지켜보는 것이 많이 두려웠습니다. 잠들어 있던 감정이 안무가와의 시간을 통해 분출이 되면, 혹여나 나쁜 영향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됐거든요. 의사분들과도 많은 논의를 했는데,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사랑은 어느 이에게도 위험한 일이 아니다고 하시더군요. (웃음)

 

Q. 마지막에 어린 아이가 부른 노래의 제목은 뭐예요?

A. 원래부터 있는 프랑스 동요랍니다. 제목은 영화 제목과 같이 <A Young Girl in Her Nineties>예요. 함께 감독한 브뤼니 테데스키 감독의 딸이 직접 불렀습니다. 참고로 저는 그 아이의 대부이기도 해요.

 

Q. '침묵'에 대해 무용수와 블랑슈 할머니가 대화를 나누잖아요, 어떤 의미였을까요?

A.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의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나온 대화였습니다. 그럴 때는 어떤 구체적인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내밀한 언어를 쓰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순간에 사람 사이에서는 그 의미가 통하지 않았을까요? 침묵사랑이었을 수도 있고, 다른 의미였을 수도 있지만, 정확한 의미는 아마 블랑슈 할머니만 알고 있겠죠.


 


 

<아흔 살 소녀 블랑슈>의 영상이 너무나 아름답고 예뻤던 탓인지, 저로서는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덜어낸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감독님 자신은 촬영을 하고 나서 늙어감에 대해 좀 더 두려워졌다고 해요. 한 노년의 관객은 자신이 치매가 걸리는 순간이 다가온다면 꼭 춤과 노래를 벗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노년을 대비하는 일은 노년의 몸이 가진 기억과 감각을 상상하는 것에서 완성된다고 합니다. <아흔 살 소녀 블랑슈>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관객이 함께 늙어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현대

사진 / 자원활동가 기록팀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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