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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7/EIDF 2017 상영작

[EIDF 2017 스케치] <무스탕 가는 길 The Way to Mustang> Talk with Guest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EBS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가 열리고 있는 상영관 중 한 곳인 메가박스 킨텍스에서 823일 수요일 7, 다큐멘터리 <무스탕 가는 길 The Way to Mustang>이 상영됐다. 이후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이었던 정형민 감독과의 관객과의 대화(Talk with Guest)가 이어졌다. 

 

영화는 정형민 감독과 그의 어머니인 이춘숙 여사의 무스탕 여행기를 담고 있다. 히말라야의 불교왕국 무스탕으로 향하는 어머니의 독실한 불심은 때로는 엄숙하고 때로는 쾌활하다. 여행의 과정 내내 그가 삶과 종교적 순례의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는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이고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밝은 에너지는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게까지 웃음으로 다가온다





2시간에 걸친 영화의 상영 이후 감독과 사회자,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30분 정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나온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은 다음과 같다.


Q. (사회자) 간단한 질문 먼저 드리겠다. 이 영화는 이춘숙 여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여행 이전부터 등장하는 이춘숙 여사와의 장면들이 인상 깊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야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A. 먼저 영화에 대한 이야기 먼저 하고 질문에 답하겠다. 어머니의 순례길을 카메라가 조용히 뒤따라가기 때문에 사운드가 굉장히 좋지 않다. 그래서 한글 자막이 들어가야 하는데, 국제영화제다보니 영어자막만 들어가게 되어서 아쉽다. 내일 방송버전은 한글자막이 나오니 관심 있으신 분은 내일 2시에 방영되는 EBS 방송으로 봐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에겐 어머니라는 존재가 늘 가슴 속에 있지 않나. 세상에 어머니들이 그러시듯 어머니(이춘숙 여사)도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사셨고 어릴 때부터 '어머니 이야기를 영화나 책으로 쓰고 싶다'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어머니와 히말라야 순례에 다녀오게 되면서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

처음엔 한국이 싫어서 2011년도부터 히말라야를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2014년 봄 네팔 까그베니에서 우연히 염소치는 할아버지를 만났고 역시 그 마을에서 600년이 넘은 사찰을 보게 됐는데, 불교 신자이신 어머니가 (이 사찰로) 오셔서 기도를 하시면 어머니의 아픈 부분이 좀 씻겨질 것 같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춘숙 여사의 아픈 부분은 주로 이별에 관한 부분이다. 2살 때 세상을 떠난 큰 아들 해문과의 이별, 결혼한 지 7년만에 떠나보내야 했던 남편과의 이별, 그리고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해문의 환생이라 여기며 13년을 동고동락한 강아지 찌루와의 이별이다. 시종일관 쾌활함을 유지하는 이춘숙 여사의 아픔이자 슬픔이 순례길의 중간 중간 등장한다





Q. (감독의) 대학교 1학년 친구이다. 30년이 넘는 시간 만에 다큐멘터리 작가가 돼서 만나고 와서 보게 됐는데, 울림이 좀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찍자고 했을 때 어머니께서 왜 승낙하셨는지 궁금하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셨을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다큐가 리얼이다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연출이냐 아니냐, 이런 부분도 있고. 처음에는 염소치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이었다. 그를 찍기 위해서 갔는데, 어머니가 그 사찰에 나도 따라가면 안 되냐하시더라. 가는 동안에는 할아버지가 없으니까 어머니를 찍었고 마을에 도착해서도 할아버지를 찍어야 되는데 어쩌다보니 어머니를 찍게 됐다. 이후 2015년 네팔 대지진 이후 다시 한 번 그 염소치는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떠나게 됐는데 또 어머니가 같이 가자고 하셨다. 마을에 가보니 할아버지는 무사히 돌아와 계시고 사라지신 동안 고향인 무스탕 마을에 갔다오셨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랑 둘이 손잡고 무스탕으로 순례를 떠나게 됐다.(웃음)





Q.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을 해 감상하게 된 관객이다. 어머니를 위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어머니의 여행 소감은 어떠셨는지, 어머니께서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뭐라고 하셨는지 궁금하다.

 

A. 저희들 어머니 세대들이 그러신 것처럼 한 마디로 소감을 말하시진 않았는데, ‘이걸로 다큐가 되겠냐.’ 하셨다. (웃음) ‘고생은 했는데 세계적으로 히트는 못 치겠는데라고.

그런 것과 관계없이 (자식인) 제가 느끼는 건,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살다가 이제 처음 집밖으로 나와 세상을 배우시는 것 같다. 처음으로. 그래서 저는 어머니가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는 어디 안 가냐.’고 자꾸 떠나고 싶어하신다.(웃음)

현재 91일 날 떠나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순례를 진행 중에 있고 (이번을 발판삼아) 다음 번에는 사운드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이칼, 몽골 고비 사막, 러시아,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 티벳 등을 거쳐 히말라야 여정이 계속되는데 3개월 정도 걸릴 듯 하다. ‘어머니를 저리 고생시키면 되겠냐하시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인생의 숙제를 풀 듯이 어머니도 여정에서 그러신 것 같다. (영화에서도) 힘들어하시는 게 나오지만 나가면 더 행복해하신다. (봉화군에서) 몇 백평이 넘는 농장을 하시는데 제가 농약을 못 치게 한다. (밖으로) 나가시면 아이들도 만나고 행복하셔서 어머니랑 걷는 걸 선택하고 있다. 가볍게 팔순 할머니의 세상 구경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뉴욕이나 파리가 아니라 오지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는 세상 구경.

어머니와의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매년 가는 거 아니냐, 그럼 나 이제 뭐하냐’ (웃음) 하시지만. 방송용으로 3부작 정도 제작이 될 예정이고 그 이후는 어머니가 원하시니 가긴 하겠지만 다큐는 찍지 않고 편안하게 갈 것 같다.


 



Q. 봉화군에서의 생활에서 강아지 찌루와의 관련 부분이 인상 깊었다. 영화에서 어머니와 찌루의 관계에 집중한 이유가 있는가? 또 찌루의 엉덩이 문제가 동물병원에서 해결되진 않았나?

 

A. 손주가 없다보니 찌루를 유일한 손주로 생각하고 사신 것 같다. 한편으론 (일찍 잃었던) 아기가 환생했다고 보시는 듯하다. (찌루는) 동물병원에 가니 불치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살아있는데 할 수 있는게 없느냐해서 대구의 유명한 수의사에게 가니 종양이 생겨 직장을 누르는, 다시말해 응가를 못하는 상태라 하더라. 어머니가 몇 개월을 뒷바라지 하셨다. 어둡지 않은 영화인데 앞부분의 감정이 너무 셀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관객들과 두 세차례 더 대화를 마치고 감독은 말미에 자신의 영화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지루한 작품이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나의 능력에 대한 고백이라 후련하기도 하다. 기술력 있는 작품, 훌륭한 작품도 있지만 여행자의 시선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다 보니 관객 여러분이 카메라를 들고 따라가는 것처럼 거칠게 표현이 됐다. 초보감독의 시행착오라고 보고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린다. 다음 완성작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나은 작품을 만들리라 약속한다. 감상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바깥 세상과의 수많은 조우 끝에 다시 어머니와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돌아온 정형민 감독에게 이 여행은 어머니에 대한 작은 위로이자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도전에 대한 에너지가 되어주는 듯 하다. 관객들도 그의 진심에 열렬한 박수로 화답하며 관객과의 대화(Talk with Guest) 시간을 마쳤다.

 

다큐멘터리 영화 <무스탕 가는 길 The Way to Mustang>의 자세한 내용과 상영 시간은 EBS국제다큐영화제 공식 홈페이지(www.eidf.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자원활동가 기록팀 길시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