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가 지나고 화창한 날씨가 찾아온 8월 25일 오후 7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데이빗 린치: 아트 라이프 David Lynch: The Art Life> 상영과 함께 다큐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번 다큐 콘서트는 정성일 평론가 님이 진행을 맡아 주었습니다. 국내 영화평론계에서도 상세하며 깊은 영화 평론을 하기로 알려진 정성일 평론가 답게 이번 콘서트는 관객과의 대담 형식이 아닌 일종의 강연 형태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데이빗 린치'라는 인물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지 않다면 알기 어려운 그의 작업세계와 인물에 대한 이해를 약 1시간 50분에 걸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럼 지금 부터 이 영화에서 정성일 평론가가 주목한 부분과 우리들이 그 동안 어쩌면 오해하고 있었을지 모를 '데이빗 린치'의 독특한 작업 세계에 관한 콘서트를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평론속에서 '다큐'와 '영화'는 대부분 혼용되었고, 특별한 표기가 아닌 경우에는 모두 <데이빗 린치: 아트라이프>를 지칭합니다.)
1. <데이빗 린치: 아트 라이프 David Lynch: The Art Life> 다큐멘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문점에 대한 설명.
정성일 평론가
오늘 상영된 이 영화를 사전에 아무 정보 없이 보셨다면 대부분의 관객분들이라면 아마도 자신의 예상과 달라서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대부분 데이빗 린치는 영화감독으로만 잘 알려져 있지, 미술 작가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영화 작업에 관한 영화라고 지레짐작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린치가 그의 첫 장편영화 <이레이저 헤드>를 만드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이레이저 헤드>는 완성도 안 되고 끝나 버립니다. 말하자면 린치의 영화 작품 입구에서 다큐가 끝나 버리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이 영화를 볼 때 서로 알아야 할 한 가지 전제조건이 존재합니다. 이 다큐는 영화감독으로서의 '데이빗 린치'의 72세 생애 전반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린치의 32살, 미술 작가로서의 데이빗 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그의 영화 감독으로서의 이야기나 영화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분이라면 다소 생소한 경험을 하였을 겁니다.
또한 본 영화에서는 '데이빗 린치'와 관련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늘 보신 다큐에서도 린치 자신도 무언가를 특별히 첨가하지 않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쪽에서도 린치에게서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털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즉, 이 속에서 린치의 사생활을 파헤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2. 본 영화를 연출한 연출자 세 명 (존 구옌/ 릭 반즈/ 올리비아 니르고르 홀름)의 연출 의도와 목적.
정성일 평론가
이 다큐에서는 일반적인 생애 다큐멘터리가 반복하는 질문과 답변 형태의 인터뷰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영화 감독에 관한 다큐는 시각적인 오버뷰overview만 보여주기 때문에 큰 흥미를 불러오지 않습니다만, 이 다큐가 특이하게 흥미진진해 질 수 있었던 점은 이 영화가 가지는 독특한 방법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을 내리면, 관객에게는 다큐가 얼마 안되는 분량을 순식간에 찍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이 영화는 무려 3년간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은 수많은 씬을 잘라 내었다는 것이며 다큐에 담기기 위한 순간을 제외하고는 아낌없이 씬을 잘라내었다는 뜻입니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데이빗 린치: 아트라이프>는 데이빗 린치의 영화를 미러링하듯이 연출이 되었습니다. 홀름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연출자는 전작이 없을 정도로 경험이 많지 않은 감독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데이빗 린치의 수 많은 생애사와 인터뷰, 서적, 이론서, 해석서 등을 치밀하게 공부하였고, 마침내 데이빗 린치를 완벽하게 이해한 듯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다큐는 린치의 생생한 라이브를 찍었다기 보다 영화를 이론적으로 접근해서 촬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린치가 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을 제외한 다른 장면은 명백하게 그냥 카메라를 세워두고 린치만 내버려둔 채로 찍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연출자들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분리시키고, 둘 사이의 관계를 맞추는 것을 관객의 몫으로 두었습니다. 인터뷰에 맞는 숏을 찾지도 않고 씬을 토크에 맞추어 구성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아주 최소한으로 자료화면을 사이사이에 인서트로 밀어 넣기만 했습니다. 이는 린치의 고유한 방법인 사운드와 이미지를 분리하는 작업을 미러링 한 것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작업실이 딸려있는 린치의 공간은 방문했지만 끝까지 그의 집에는 방문하지 않고 머물러 있습니다. 처음부터 설정한 연출 방법인지 아니면 린치의 거절인지의 그 과정에 대한 정보는 없으나, 하지만 분명한 것은 린치의 집에 들어가기 두려워 하는 것, 바로 그것은 린치의 영화죠. (*린치가 영화에서 읊조리듯 말하는 부분에서도 학창시절에 학급 친구나 여자친구 그 누구도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이 다큐는 영화 작업이 아니라 미술 작업을 찍었습니다. 이 때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작품의 디테일이 아니라 작업의 디테일입니다. 마치 연출자 세사람의 다큐 팀이 우리를 이끄는 어떤 입구를 설정한 것 같습니다. 작업의 디테일을 보는게 핵심이라고 이해할 때에 이 다큐 팀은 린치의 (영화) 작업이 일종의 퍼포먼스 아트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3. 동시대의 다른 미국 감독과 비교하였을 때, 데이빗 린치가 가지는 독창적인 관점과 그 미술적 배경
저는 이 방식, 이 방법론이 본 영화가 린치의 그림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동시에 린치의 영화를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EIDF 자원활동가 기록팀 김태형, 사진: EIDF 자원활동가 사진팀 박채원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