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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자연과 사람, 그 관계에 대하여 <Good Things Await 스톡홀름씨의 좋은 날>

 

자연과 사람, 그 관계에 대하여

<Good Things Await>

 

 

디뷰어: 김현정






피에 암보 Phie AMBO | 전체관람가 | 95분 | 덴마크 | 2014





이해하지 못하기에 가치 있는 것


소와 한 노인이 교감하고 있는 장면이 다큐멘터리의 소개에 있었다. 유럽판 <워낭소리>인가 싶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니, 그 이름도 생소한 '생명역동농법'을 고집스레 지키고 있는 한 농부의 이야기였다. 잔잔하면서도 긴장감이 있는 스토리와 그 아름다운 영상미에 넋을 놓고 바라보다 보면, 95분이라는, 다큐멘터리 분야에선 결코 짧다 할 수 없는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진다. 감독은 한 측면과 한쪽의 주장만을 강조하고 있지도 않다. 우리에게 묻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옳은 것은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어쩌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정말 '완벽하게' 옳은 것이란 없을 수도 있다. 생명역동농법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닐스 스톡홀름도 고민에 빠지게 되듯이. 하지만 그러한 고민을 하고, 혹은 자신의 믿음을 실천해나가는 그 모습 자체가 자연과 사람 사이의 긍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닐스 스톡홀름의 말은, 현대 과학을 신뢰하거나, 혹은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과학과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리기도 한다.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행성들에 반사되는 빛을 받아 풀의 색이 변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게 말이 돼'라고 잠시 생각했던 나는 곧 그 생각을 철회했다. 식물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로 인해서 색이 바뀌었다기 보단 행성의 빛을 받아서 색이 변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낭만적'이어서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그저 낭만적인 소리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 세상과 그리고 인간의 삶은 과학과 합리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우리 삶과 세상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투성이이고 그렇기에 가치를 가지게 된다고 믿는다.



스톡홀름 씨의 농장은 특별하다. 생명역동농법도 유명하지만, 그는 덴마크에서 오랫동안 번성했지만 이제는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덴마크 붉은 소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그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소고기와 각종 채소들은 아주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이 농장에서 유명 레스토랑들이 식재료를 조달받는다. 그렇지만 최상급의 식재료와 별개로, 그들의 삶의 방식은 분명 낯설 수 있다. 이 농장에 방문한 유명 레스토랑의 제품 총괄 매니저도, 그들의 모습과 생각에 조금은 낯설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와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기에 속마음을 알수는 없지만 그의 표정과 모습에서 어느 정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톡홀름 씨의 철학의 근간은, 자연과 동식물,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자연에서 태어난 우리는 낯설면서 낯설지 않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이 농장에서 정성을 다해 키우는 소들도, 결국은 식재료가 된다. 어떤 소가 일을 더 잘하고 못하는 지, 그 소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고사처럼, 소 옆에서 살이 맛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무작정 끌고 가 기계처럼 도살을 하지도 않고, 도살 전에는 정성스레 빗어준다. 그 피도 대지로 흘러들어가 자연의 일부가 다시 될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육식과 채식, 이 문제는 늘 어렵다. 다큐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픈 소의 눈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최상 품질의 고기를 얻기 위해 소를 정성스레 키우는 것인지, 순전히 소를 위해 사랑으로 키우는 것인지, 어렵기만 하다.



널리 알려질수록 참 가치를 잃게 되는 딜레마


소 이야기는 잠시 뒤로 하고, 이 다큐에서는 크게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다큐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스톡홀름씨의 농장은 비영리재단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또 이를 지지하는 레스토랑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직접적으로 연결망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기에 대략적인 흐름으로 파악한 것이지만, 생명역동농법을 지지하는 레스토랑들은 그 크기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레스토랑 최고경영자인 예스퍼 묄러는 덴마크의 전 총리도 참가하는 만찬까지도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는 농장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린에너지와 같은 소위 '친환경'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일과 관련하여 꿈이 있고, 비전이 있다. 그런데 이 꿈이, 스톡홀름씨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은가 보다. 


그의 아이디어는, 우리네 시각에서는 훌륭하지만 무언가 결여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말이 왠지 석연찮은 느낌이 들었던 이유를 뒤에서야 찾을 수 있었다. 




스톡홀름씨와 그의 부인 리타의 어딘가 이상했던 표정은, 꿈으로 가득 찬 그의 말과 상반되는 듯 하다. 그는 말이 없는 스톡홀름씨와 리타에 대해 그들이 말은 없었지만 감동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과연 그러했는지에 대해 다큐는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믿어본다.



요리인류, 이욱정 PD


다큐를 보다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놀랬으면서도 참 반가웠다. <누들로드>, <요리인류>로 유명한 KBS의 이욱정 PD이다. 개인적으로 내 마음 속 멘토이자 나의 아이돌과 같은 분이기에 참으로 반가웠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소름이 돋았던 것은, <요리인류>에 이 닐스 스톡홀름씨가 출연했다는 사실이었다. 어딘가 익숙했던 스톡홀름씨의 초록색 멜빵바지가 <요리인류>에 나왔을 줄이야. 


<요리인류> 촬영 장면을 이 다큐멘터리가 생각보다 오래 담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 놀라웠다. 스톡홀름씨와 이욱정PD의 대화는 또한번 스톡홀름씨의 생각과 철학을 이야기해준다. 그의 철학도 분명 중요했지만, 이욱정 PD에 대한 사심을 가득 담아 캡쳐하여 리뷰에 넣어 본다.



식량의 대량생산, 이라 하면 보통 미국의 넓은 들판에서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 장면이 으레 떠오른다. 그렇게 해야 대량생산이 성공적으로 가능하다고 믿게 되는데, 스톡홀름씨는 그것은 화학비료를 판매하는 기업들의 계략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실, 자본주의 시대의 가장 획기적인 발명 중 하나는 사람들의 '필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샀지만, 이제 기업은 사람들이 그들이 판매하는 것을 필요로 하게끔 구조를 바꾸어놓았다. 



열심히 구도를 정하고 있는 한국 다큐멘터리팀 옆에서 무심한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스톡홀름씨. 의외로 깨알같이 귀엽고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군데군데 있는 다큐.



생명역동농법 ≠유기농?


그리고 또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덴마크 당국에서 불시에 검사를 하러 찾아온 것이다. 유기농 등급을 가지고 있는 그의 농장이, 그에 맞춰서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는지 등을 말이다. 생명역동농법을 활용하는 그의 농장에 무슨 문제가 있겠어, 라고 생각하던 찰나, 상황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당국은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으며 그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농법에 관하여선 무지한 지라, 스톡홀름씨의 말이 타당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또한 당국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실제 현실이 달린 문제와 그가 추구하는 목표와 그의 신념 사이에서 그가 갈등하듯이, 우리도 갈등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일들이 발생해도 시간이 흘러가듯이, 다큐 속의 시간도 흘러간다. 예스퍼 묄러는 그가 강하게 믿고 있는 계획을 들고 그를 찾아온다. 예상했던 반전이긴 하지만, 스톡홀름씨는 다큐를 보고 있는 우리조차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그에게 힐난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분명 서로를 지지하고는 있지만, 과정에서의 문제는 언제나 발생하는 것 같다. 스톡홀름씨가 조금 양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또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을 깎아내리는 일일 테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계획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세운 계획이었고, 본인만의 아이디어가 없음을 지적하는 거침없는 스톡홀름씨를 대면하는 묄러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돈을 바라고 행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피어오르는데, 스톡홀름씨가 일침을 놓는다. 


'돈은 쌓이더라도 쌓이는 것이 아니다. 쌓이더라도 암 덩어리와 같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지, 쌓여봤자 암 덩어리와 같이 해만 끼칠 돈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잊고 있는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해결되지 않은 또다른 문제로 돌아간다. 결국 스톡홀름씨는 법원의 소환장을 받았다. 그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벌금이나 축산업 허가 취소와 같은 것 보다는, 생명역동농법을 이용하는 곳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한다는 상황일 것이다. 당국의 유기농 법규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곳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억울하면서도 동시에 어쩔 수 없이 해명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는 깊은 고민에 잠기지만,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하는 것은 의미없다 말한다.




Good Things Await

스톡홀름씨와 재단레스토랑 간의 갈등은 어떻게 될 것인가? 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될 것이며 그의 농장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그 결말은 다큐에서 직접 확인해보기를 바란다. 다큐의 제목처럼,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마무리로, 가장 웃음짓게 만들었던 장면을 넣고 싶다.



Good Things Aw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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