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마스터 클래스 현장 스케치 : 앤디 글린과 떠나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의 세계
2012년 8월 22일 오후 6시, EBS SPACE에서 EIDF2012의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앤디 글린(Andy GLYNNE) 감독과 함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많은 분들이 강연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란 무엇이고, 왜 감독들이 (실사 다큐멘터리가 아닌)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선택할까요?
앤디 글린 감독이 안내하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의 세계로 떠나 보겠습니다!
잠깐! 떠나기 전에 앤디 글린 감독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 볼까요?
감독이자 프로듀서, 작가인 앤디 글린(Andy GLYNNE)은 EIDF 2012에서는:
다큐멘터리 제작사 '모자이크 필름(Mosaic Film)'의 대표이자
영국의 '다큐멘터리 필름메이커 그룹(DFG)'의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본래 임상 심리학자였던 그는
전 세계 여러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으며
2008년에 저서 "Documentaries: And How to Make Them"를 출간하였습니다.
다큐멘터리 작품들로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전제작지원 프로젝트의 장편 심사위원이며
EIDF 다큐 아카데미의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에서 강연을 맡았습니다.
■ Animated Documentary, Why Bother?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는 객석을 채운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 등 많은 관객 분들이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궁금증 등을 이야기함으로써 마스터 클래스로 발걸음을 한 이유를 나누었습니다.
쏟아지는 이야기에 글린 감독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왜 신경을 써?'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곧 '왜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찍는가'와 같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EIDF 2012 두 번째 마스터 클래스는 글린 감독이 그림과 클립 등 다양한 자료들과 함께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대답을 제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해 했던 글린 감독은 임상 심리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고
'감독 자신의, 또는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개인사적인 배경 등이 더해지며 그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영화라는 매체를 생각하게 되었고,
영화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 효과를 더하기 위하여 기법으로써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세 가지 생각, 깨달음이 기반이 되어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다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글린 감독은 최초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는 <The Sinking of the Lusitania (1918)>를 비롯, <Bowling for Columbine(2002)>, <In the Realms of the Unreal(2004)>, <Waltz with Bashir(2008)>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 작품들과 Mark Rothko의 그림을 제시하며 강연을 이어 나갔다.
■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위한 세 가지
앤디 글린 감독에게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한 기반이 된 세 가지 생각,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는 We're all alone, 우리는 모두 혼자라는 사실입니다.
글린 감독은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인식의 문(1954)』의 일부를 인용하며
감정, 느낌, 통찰, 상상은 공유할 수 없는, 개인의 것이며 우리는 생각들을 언어를 통해 전달하려 노력할 뿐임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개개인에게는 모두 (표현하기 어려운) 내적인 경험, 기억이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Everyone has an amazing story to tell, 누구나 멋진 이야기가 있다는 점입니다.
글린은 (공원 등지에서 아무에게나 무작위로 인터뷰를 시도했던, 1990년대의) 한 TV 시리즈와
(개개인은 마음 속에 숨겨진 세상을 갖는다는) 영국의 유명한 스토리 작가 Neil Gaiman의 말을 예로 들며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개개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위의 두 가지, 우리가 누구나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는 내적 경험의 고립과 그 속의 내러티브와 이야기가 합쳐져
세 번째 Animated Documentary,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가 탄생하게 된다고 글린 감독은 보았습니다.
글린 감독은 이 세 가지가 정답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의 세 가지든 또 다른 어떤 것이든 다큐멘터리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하는 데에는
정당한 이유야 있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였답니다. 단순히 멋져 보이기 위해서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 앤디 글린 감독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앤디 글린 감독의 작품 클립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Animated Minds>, 영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난민 아이들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는 <Seeking Refugee>의 일부 클립을 보고 글린 감독과 관객 분들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설명하거나 실사로 보여 주기 어려운 부분을 위한 것이 아닌,
앤디 글린 감독이 다큐멘터리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쓰는 또 다른 이유들을 알 수 있었는데요.
앤디 글린 감독의 작품 클립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Animated Minds>, 영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난민 아이들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는 <Seeking Refuge>의 일부 클립을 보고 글린 감독과 관객 분들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설명하거나 실사로 보여 주기 어려운 부분을 위한 것이 아닌,
앤디 글린 감독이 다큐멘터리에 애니메이션 기법을 쓰는 또 다른 이유들을 알 수 있었는데요.
우선 주인공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적은 정보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더 자극하고
나아가 관객들이 영상의 저변에 깔려 있는 주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말이죠!
더불어 글린 감독은 <Seeking Refuge>에서의 난민 아이들을 예로 들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의 경우,
(굳이 모자이크 등의 처리를 하지 않아도) 주인공의 신분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강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앤디 글린 감독의 필모그라피 또한 살펴 볼 수 있었는데요.
정신병, 난민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현재 감독이 제작 준비 중인 작품 역시 탈북자에 관한 것이라 하네요.)
글린 감독은 이에 임상 심리학자로서 상담하는 법을 교육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정교하고 주인공을 배려하는 감독의 제작 방식 또한 주인공들의 입을 여는 데 한몫 하지 않았나 합니다.
마스터 클래스에 찾아주신 관객 분들, 모두 느껴지시지 않았나요?
* 앤디 글린 감독의 <Animated Minds>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더보기(공식 홈페이지)
길 줄 알았던 세 시간이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영상 클립들과 위트 있는 앤디 글린 감독의 입담, 그리고 그만큼이나
톡톡 튀었던 관객들의 질문, 이야기와 통역사 분의 통역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습니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재연을 위해 무대에 눕기까지 했던 글린 감독의 열정 어린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아쉬운 마음은 앤디 글린 감독과의 인터뷰로 달래 보며 현장 스케치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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