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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2/EIDF 2012 현장 스케치

EIDF 마스터 클래스 : 니노 커태즈와 함께하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The 9th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마스터 클래스 현장스케치 : 니노 커태즈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8월 23일 오후 5시 EBS SPACE에서 EIDF2012 마스터 클래스의 대미를 장식할 니노 커태즈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일견 다큐멘터리와 대척점에 있어보이는 극영화라는 장르의 적용방법이었는데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실질적인

노하우가 강연 내용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있는 두 장르의 결합 방법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녀의 깊이

있는 조언이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Nino KIRTADZE

니노 커태즈는 그루지야 트빌리시 출신으로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Chechen Lullaby>(2001)로 독일에서 Adolf Grimme Award in Gold를 수상하였고, 

<The Pipeline Next Door>(2005)로 유러피안 영화제에서 Best Documentary Award를 수상하였습니다.

 <Durakovo: Village of Fools>(2008)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Directing Award를 수상하는 등

 명실상부 국제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쌓고 있습니다.

.


"영화는 인간과 인간이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니노 커태즈는 자신의 영화관과 같은 방식으로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가가는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가이드라인을 정의하는 식의 원론적인 강의에서 탈피해 각 장르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관점이

묻어있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 다큐멘터리 vs. 극영화

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진실된 것 혹은 사실 그대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극영화는 진실되지 못한 것, 사실을

모방한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니노 커태즈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극영화와 달리 시나리오가 없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현실은 존재할지 모르지만 실제와는 다른 차원의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조금 더 쉽게 이야기 하기 위해 그녀는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 젤로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뛰어난

조각품은 원석의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면서 탄생했다는 것인데요. 다큐멘터리 역시 원석을 깎아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녀는 훌륭한 다큐멘터리란 '극영화의 요소가 포함된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각 

장르의 경계를 엄격히 구분했던 통념을 비틀어 버린 그녀의 유쾌한 정의가 돋보이는 세션이었습니다.

 

 

■ 결국은 다 영화다.

 니노 커태즈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두드러지는 차이는 비전문배우가 등장하느냐 전문배우가 출연하느냐일 뿐이라

주장했습니다. 카메라는 현실과 사실을 변형시키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였는데요. 그녀는 두 장르의 제작 준비 과

정은 결국은 똑같다라는 생각으로 감독을 말을 타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제작시 감독이 말에

려가지 않도록 말을 잘 조정해야 한다는 요지였는데요. 다시 말해 시나리오 속 이야기가 감독을 끌고 나간다면 결국

그 영화는 파편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죠. 다큐멘터리는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기에

항상 긴장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촬영 시 다음 단계에 대한 대안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다큐멘터리에 극

영화의 요소를 잘 결합한 사례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녀의 영화 <Tell my friend I'm dead>가 상영되었습니다. 

 

■ 극영화를 품은 다큐멘터리

 니노 커테즈는 제1회 EIDF에 출품하기도 했던 자신의 영화 <내가 죽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줘: Tell my friend I'm dead>

를 통해 다큐멘터리속 드라마가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설명해 나갔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요소들 사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초상화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극영화의 성격을 결합한 부분이었는데요. 화면 가득 

각기 다른 고인의 초상화가 등장합니다. 그 초상화는 한낱 그림에 불과하지만,  니노 커태즈는 그 그림을 바라 볼 때면

그림이 마치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감정을 영화 속에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가상의 내레이션을 덧입히게 됩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설정된

이 장면은 영화 내에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다리같은 역할을 합니다.  관객을 향해 묘비는 "당신없는 난 너무 외로

요", "이제 내 집은 축축한 무덤이에요"와 같은 말을 건냅니다. 다큐멘터리의 깊이감을 더하는 감초의 역할인 것이죠.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유난히 심도있는 질문도 이어졌는데요. 상세하고 깊이있는 대응으로 현문현답(賢問賢答)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그 중 인상깊었던 질문 한가지와 니노 커태즈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Q. 극영화의 슬픈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우는 모습이 강조되곤 한다. 나는 이것이 폭력적이라고 느꼈다. 방근 본 당신의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가 우는 장면에서 슬픈 음악이나 내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삽입하는 것 역시 슬픔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궁금하다.

A. 감독은 전체를 보아야 한다. 시간 관계상 영화의 뒷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코믹한 장면이 존재한다. 이것은 영화의 균형을 맞춰준다. 하지만 나 역시 부담감을 느낀다. 슬픔을 강요하는 것은 관객에게 총을 겨누는 것처럼 잔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속 가족과 나는 이미 깊은 유대를 쌓았기 때문에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많은 것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촬영 내내 등장인물의 시선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속 가족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  

 

 

■ 영화는 사실을 잡기위한 일련의 거짓말

선댄스 영화제에서 2008년 감독상을 받은 그녀의 작품 <Durakovo: Village of Fools>에서도 극영화의 요소를 볼 수 있었습

니다. 젊은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파쇼적인 사람이 모스크바에 성을 지어 젊은이들을 모아놓고 저지르는 끔찍한 일을 다룬

영화인데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다큐 안에서 그가 수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을 했는데요. 일테면 동화를 써 나가는것 처럼 숲속에 집이 있고 그 집에 누가 찾아오는데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극영화의 내러티브을 활용한 것이지요. 관객은 그를 수상한 사람이라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선댄스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를 극영화라고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죠. 러시아의 현실과 실상을 알린 이 영화는 프랑스의 영화 감독 장 뤽 고다르

의 말 처럼 사실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효과적으로 극영화의 요소가 결합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감독 니노 커태즈"

조금은 파격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담담하게 그동안 갖고있던 생각의 경향성을 흐트러놓았던 마스터 클래스였습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활동을 했던 그녀였기에 더욱 신뢰할 수 있었는데요.

그녀의 시각과 노하우는 EIDF2012가 아니었다면 나누기 힘들었을 귀한 정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로써 세가지 주제의 EIDF2012 마스터 클래스가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EIDF2013에서는 더욱 깊이있는 주제로 여러분을 만날 것을 약속드리며 이상 현장 스케치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