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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2/EIDF 2012 현장 스케치

콘퍼런스3 : 다른 문화권에서 다큐멘터리 만들기

 

 


The 9th EBS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EIDF 다큐멘터리 아카데미 : 컨퍼런스 3 '다른 문화권에서 다큐멘터리 만들기'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우리는 타인을 대변할 수 있는가"는 평생을 가져가는 고민일 것입니다. 이번 콘퍼런스3에서는 다른 문화권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 스티븐 맹 감독의 <첨단 기술, 하류 인생>을 보고 나서 진행되었습니다. 평일 낮이었음에도 많은 관객들과 토론자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Part 1. 스티븐 맹 감독의 <첨단 기술, 하류 인생> 이야기

 스티븐 맹 감독이 <첨단 기술, 하류 인생>의 프로젝트를 시작한 2008년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2억 5천만 명 이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그 숫자는 늘어갔고, 영화가 끝나던 2012년의 인터넷 사용자는 5억 명 정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첨단 기술, 하류 인생>의 배경인 중국은 스티븐 맹 감독에게 공간적으로 낯선 곳이며 시간적으로도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낯선 곳에 스티븐 맹 감독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 내부의 상황을 다룬 뉴욕 타임지의 기사 정보의 1차 제공자가 중국의 블로거들이라는 점이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보 제공자의 블로그가 정치적이고 무거울 것이라 예상한 것과 달리 그들의 블로그는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상당히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심에서 <첨단 기술, 하류 인생>이 시작되는 거죠.

  스티븐 맹 감독은 중국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4년의 촬영, 2년의 편집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그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그래서 다른 문화권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작업에 대한 고민은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하는 듯합니다.


   스티븐 맹 감독의 발제 이후에 김계중 교수가 <첨단 기술, 하류 인생>에서 제작자와 나, 창작자와 창조자 등 여러 개념을 설명하며 발표를 이어갔습니다. 이 발표는 가수 '비'의 카메라 광고를 예시로 들며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Part 2.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 타인을 대변할 수 있는가


5분의 휴식 후에 이창재 중앙대 교수와 박미선 다큐멘터리 감독이 함께 자리하여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먼저, 이창재 교수는 타 문화권에 접근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벽은 "시간, 언어, 문화적 기호"라고 밝히며 긴 시간 동안 촬영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헀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맹 감독은 실제로 그러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다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해가 수월해졌다는 경험을 전하며 이창재 교수의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이어서 박미선 감독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극영화와 대조하여 진실, 대변, 이해와 같은 것에 무게를 두다보니 감독들이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않느냐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했습니다. 과연 감독이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는가, 누군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를 카메라 앞에 세움으로써 결국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으로 다큐멘터리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합니다. 감독이 보여주는 것만이 진실이다, 감독의 이야기는 객관적이다라는 허구적 상상에서 벗어나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으며 이것이 전부도 아니다라는 시각을 갖는 것은 어떨까하는 대안을 제시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오늘의 콘퍼런스를 EIDF에디터에게도 여러 고민을 던져 주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들,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이들에게 오늘의 콘퍼런스는 잔잔한 수면위에 던져진 돌이 만드는 파장이 아닐까요?


앞으로 더 깊은 고민을 통해 진심을 전달하는 좋은 다큐멘터리 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EIDF의 콘퍼런스는 다큐멘터리 <불리>를 통해 요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학교폭력에 대한 미디어, 다큐멘터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았고 아카이브 자료를 이용한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정의할 지, 감독은 어떤 시선을 가질 지를 진지하게 토론해보며 세 번의 콘퍼런스를 마쳤습니다. "EIDF 다큐멘터리 아카데미"라는 주제에 걸맞게 '다큐멘터리'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다큐멘터리를 아끼는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였던 EIDF 2012의 콘퍼런스. 내년에도 좋은 주제와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