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쇼크
디뷰어 : 김경숙
다큐멘터리가 주는 느낌은 진하다.
영화보다 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다큐 속 주인공의 인생 전체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작은 일상 조차도 소중하고, 잠깐 스쳐 지나간 동네주민이어도
진심과 진실이 담겨 있기에 더 큰 무게가 느껴진다.
가족쇼크-
EBS에서는 2011년 마더쇼크, 2013년 파더쇼크를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 본 적이 있다. 2014년에 만들어진 가족쇼크 9부작 다큐멘터리 역시 그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현대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가족 속의 개인, 사회 속 가족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나는 부모입니다.
2부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3부 마석, 집으로 가는 길
4부 식구의 탄생
5부 행복한 훈육, 프랑스 육아의 비밀
6부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
7부 마지막 식사
8부 청춘, 고독사를 말하다
9부 엄마의 땅, 키리위나
이 가족쇼크 시리즈는 1편부터 보기보다는 재구성을 해서 보는 것이 좋다. 순서는 6, 5, 1, 2, 7, 8, 4, 3, 9 부 이렇게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선 6부에서는 5가족을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돌아보고, 5부에서는 프랑스 육아방식과의 비교를 통해 현재 양육과 교육 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1, 2, 3부는 가족 간의 이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고독사의 현 실태를 돌아보는 8부, 그 대안으로서 8주간의 실험을 하는 4부를 통해 우리나라 현대 사회의 1인 가구 현상을 되짚어본다. 마지막으로 3부, 9부의 이주노동자와 씨족공동체의 생활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6부, 5부>
재구성한 순서대로 간단하게 살펴보면
6부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에서는 용기 있고, 열정 가득한 부모 5쌍이 나와 아이들 교육방식에 대한 코칭을 받는다.
부모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모습, 지시하는 모습 속의 부모로서의 불안감, 그 불안감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 공부만 하면 그 외의 것은 모두 부모가 해주는 사례가 특히 마음에 남았다. 나 역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쳤는가? 나에게 많은 것을 희생하는 부모였기에 내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학창시절을 보냈던 경험이 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새로운 사랑의 표현방법을 배웠고, 아이들은 고맙게도 부모가 변하자마자 다시 환하게 웃으며 부모를 안아 준다. 너무나 기다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위와 같은 한국 부모들의 불안감은 5부의 ‘행복한 훈육, 프랑스 육아의 비밀’ 편에서 ‘육아 효능감’이라는 단어로 나타난다. 얼마나 아이들 교육에 자신감이 있는가? 그 많은 사랑을 주지만 한국의 엄마들은 자신이 없으며 자책을 하는 편으로 나타난다.
나름의 원칙과 자신감을 갖는, 즉 육아 효능감이 높은 프랑스의 부모들은 ‘독립된 개체로 아이를 바라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프랑스 육아의 비밀’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꾸려나간다. 분명 아이는 부모와 다른 존재,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존재이기에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고 특징을 인정하며, 아이만의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강조하고 있다.
<1, 2, 7부>
1부는 ‘나는 부모입니다’ 2부는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7부는 ‘마지막 식사’라는 제목으로
가족 구성원의 상실이 가족에게 어떤 슬픔을 주는지, 가족이 이별을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후회 없이 이별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가 아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을 두드릴 때, 마지막 기억이 무엇이었냐는 인터뷰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부모들이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미처 하지 못한 말, 더 못해주었던 말. 사랑한다는 그 말. 이제 더 이상 꼭 안아주지 못한 안타까운 부모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7부는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로서 3남매의 아버지, 혼자 아들을 키웠던 40대 어머니, 노부모와 함께 사는 40대 딸
아직 젊은 그들이 가족과 헤어지는, 그들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임종도 떠올려 본다.
어떻게 이별해야 할까? 어떻게 그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남아 있는 가족의 상실감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이 다큐는 가족과의 이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들을 기억한다. 기억해주는 것’ 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고,
서로 사랑한다는 말.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멈추었던 그 이야기,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라고.
<4, 8부>
4부는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은 혼자 살아보는 시대인 현대 사회의 1인가구의 현실을 보여주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다. 8주 동안 8명이 함께 식사하기. 사실 원가족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혼자 생활하는 그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8부는 무연고 사망자 공고문을 가지고 대학생 취재단이 고독사한 사람들의 삶을 취재하는 방식이다. 열정과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20대의 대학생들은 취재를 하며, 그들과 자신이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깨달으면서 마음을 다시 여미고 처음과는 다른 눈으로 취재를 진행하게 된다. 중간 중간에 고독사한 사람들의 삶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재구성되면서 더욱더 쓸쓸한 마음이 든다. 다큐의 끝에는 대학생 취재단의 소감을 통해 감독이 의도가 전달된다.
현재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로움 이면에 있는 관계에 대한 욕구. 관계가 있기에 개인이 있고
외로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기댈 수 있는 가족과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그들의 말 속에서
힘들수록 관계 속에서, 가족 안에서 우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내가 가족이 되어줄 수 있다. 당신이 가족이 되어 줄 수 있다.
만약 이 다큐가 마음에 와닿았다면 영화 'Steel life'도 추천한다. 고독사한 사람들의 유품정리와 장례식을 치러 주는 공무원 ‘존 메이’의 삶을 통해 인간 관계와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따뜻한 여운이 남는 영화다.
<3부, 9부>
3부, 9부는 이주 노동자와 파푸아뉴기니의 씨족공동체인 키리위나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3부 ‘마석, 집으로 가는 길’ 경기도 남양주의 마석, 가구공단이 있는 곳은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 한국의 마석으로 온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가족을 떠나왔지만 가족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왔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제목이다. 또한 노동자들과 그들의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9부 ‘엄마의 땅, 키리위나’는 개인화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예전 마을 공동체의 모습이었을 키리위나를 통해 1명의 개인이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고, 그들이 나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신뢰의 공동체가 얼마나 사회를 안정적이고 튼튼하게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우리 사회의 해법이 결국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감(連帶感)’임을 강조하고 있다.
혼자서 살아가기 힘겹고 벅차서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요즘.
‘가족쇼크’는 회피하고 싶지만 나를 해결하고 싶으면 언제인가 직면해야 하는 ‘가족’, 그리고 더 큰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하는 다큐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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