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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공대생의 연애공식: 그 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에 대하여



디뷰어 : 신택수




1.     거북한 시작




첫인상: 이게 과연 사랑공식인가?



나는 이 다큐의 시작부터 거북함을 느껴서 과연 내가 이 다큐멘터리를 마지막까지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다큐 초반부에 등장하는 멘토의 전제가 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대남자는 만물을 체계화된 도식에 따라 이해하고, 일반남자는 그렇지 못하다라니 억울하다. 나도 철학과 남자라서 도식에 따라 이해할 줄 안다. 그저 그 도식이 숫자로 이루어지지 않아있을 뿐이지.

 

2.     사랑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줄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사랑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줄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위 발언은 매우 자극적이다. 그들의 세계에서 그들의 언어로 사랑을 표현해볼 방식을 찾는다는 것을 증명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뇌에 전기적/화학적 작용이 있으며 그것을 해킹할 수 있다. 이는 컴퓨터 해킹과 같다. 여성의 관심을 끌고,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

멘토의 위 발언은 지극히 기능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타자를 대하는 방식 자체가 조작적이라 볼 수도 있다. 똑 같은 행위자 둘이 만나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을 연애라고 본다면 이 공대생과 같은 경우엔 특정 공식(해킹방식)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결과값을 조작할 수 있게끔 해주는 개념이다.

 



3.     기술 얘기는 피해야겠죠?

 

 

기술얘기는 피해야겠죠?


 

 

한 공대생이 묻는다. “가급적 기술얘기는 피해야겠죠?” 그렇다. 그 대신 음식얘기를 하면 된다!


잠시만, 과연 그럴까


모든 공대생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위 다큐에 나오는 공대생들은 보편성을 사랑한다. 여기에 적용되면, 저기에도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이들은 일종의 공리를 원한다. 뉴턴의 고전물리학조차 특정 상황에서는 그 보편성을 잃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수재들이 몇 십억의 여자들을 대할 때 보편적 공리를 원한다니, 기가 차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4.     사실은 상처받고 싶지 않을 뿐이야

 

다큐의 과정은 더 나은 데이트를 하기 위하여 알고리즘을 짜보고 실험을 해가며 머리를 싸매는 장면들로 이루어진다. 이 흥미로운 과정을 지켜보는 건 이 리뷰가 맡은 역할이 아니다. 꼭 챙겨보길 권한다. 흥미롭게 이들의 곯머리를 지켜보다 보면 이들을 에워싼 두려움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나는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요


 

한 명과 한 명이 만난다.

한 명은 이런 삶을 살아왔고, 한 명은 저런 삶을 살아왔다. 이는 마치 물과 기름이 갑자기 섞이니 노이즈가 생긴 것과 같다.

내가 쌓아온 나의 삶에 누군가 개입하여 균열이 생긴다고 보면 좀 더 적당할까?

비유야 어쨌든 간에, 연애라는 건 이러한 잡음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로를 받아들이는 지난한 과정이다. 만남은 이 모든 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표현이고, 헤어짐은 그로 인한 아픔이 사랑보다 커서 견딜 수 없음의 표현이다.

 

사랑은 달콤한 만큼 아프다. 누군 안 아픈가!?


 

5.     굳은 살이 베길 때

내가 보기에 이들은 그저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공대생들이 연애공식을 찾는 이유는, 언제나 변함없이 그 공식만으로도 안정적인 결과 값을 도출하기 위해서 아닌가? 하지만 그들의 보편적 연애공식 찾기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통일장 이론에 중력을 포섭하는 공식을 찾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다 보면 아픔을 마주할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조금씩, 조금씩 품어줄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결국 굳은살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모든 공대생들이 위와 같은 접근을 취하지 않듯, 어떤 공대생은 시인 같을 수도 있듯이, 이들은 언젠가 깨달을 것이다.

 

리뷰를 쓰며 연애에 유일한 공식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시상이 떠올랐다.

 

6.     연애공식이라는 게 있다면요

 

마음 빼고 다 얻을 수 있어요

당신 삶에서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을 거라면 말이에요

 

마음 하나는 얻을 수 있어요

당신이 아파할 준비가 됐다면 말이에요

 

미안하지만 마음도 얻고, 아프지 않을 수는 없어요

공식이라면 이게 유일한 공식이 아닌가요

 

그래도 너무 무서워하진 마세요

상처 위에 새 살이 돋아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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