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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스마트 탈출 프로젝트 Project Wild Thing

 

디뷰어 : 김주현

 

 

어렸을 적만 해도 자주 밖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공원에 가서 풀을 뜯으며 소꿉놀이를 하거나 곤충채집을 하러 다녔던 적도 있었다.그런데 집에 컴퓨터가 생기고 스마트폰이 생긴 뒤에는 자연에 관심이 없어졌다. 그 시간에 인터넷 속에는 자연보다 더 흥미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검색 한 번만 하면 나오는 모든 결과들을 보며 놀랐고,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망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스마트 기기 속에 자신을 가둬 버렸다.

 

 

 

밖에 나가지 않는 아이들

 

 

 

'스마트 탈출 프로젝트' 다큐를 기획한 감독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밖에 나가자고 해도 좀 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아이는 스마트 기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뚫어지게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 참 아이러니해요. 우리를 불편함, 고통,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 현대 기술이

  소중한 모든 걸 앗아가 우리를 멍한 좀비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신경학자 수잔 그란필드-

 

여기서 정말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수잔 그란필드 박사. 오래 전 BBC 방송국에서 제작한 'Brain Stroy' 라는 6부작 다큐에 나왔던 박사님인데 최근 모습을 보게 되어 깜짝 놀랐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 사회가 어둡고 불편해진 이유도 자연과 동떨어진 생활을 해서 그런 것 아닐까.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인간인데 우리는 점점 자연이 불편해진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자연에서 노는 게 싫다는 아이들. 편한 옷은 창피하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 현대사회의 차가운 단면을 느꼈다.

광고 또는 만화에 등장하는 인위적인 자연의 모습만 보고 살아 온 아이들은 진짜 자연을 보고 실망한다. 

 

 

 

 

 

 

아이들이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들

 

지난 30년 동안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무려 90%나 감소했다는 건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지금 내가 사는 곳만 나가면시멘트 건물들만 보이고 밖을 바라봐도 화려한 불빛의 건물들만 즐비하게 늘어서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녹지 공간이라고는 도로 양 옆에 세워 놓은

관상용 나무들 뿐이다.

주변에 모든 것들이 인공적이다. 더 이상 진짜 자연은 없고, 사람들이 다시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자연이 있을 뿐이다.

 

인공적인 세상에 사람들이 만든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해서 그런걸까. 요즘 세상은 더욱 더 무서워졌다.

자연의 공간이 점점 더 줄어드는 만큼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해외에 있는 부모들도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딸은 더더욱 밖에 나가는 것을 말린다고 한다.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아동 실종사건, 살인사건 등을 본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점점 집 안에 가둔다. 그래서 아이들은 점점 자연이 아닌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진다.

 

 

 

 

내가 뭘 하는 거지?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보다 스마트 기기를 먼저 접하게 된다. 멍하니 기계 속을 바라보는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한다. 감독의 아이들도 아마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라지 않았을까.

아이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아빠의 밖에서의 활동은 볼 수 없으니 집 안에서 컴퓨터와 각종 스마트 기기로 일하는 아빠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른이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변하지 않는다.

 

 

 

GET OUTSIDE !

 

자연 경관을 보는 아이들의 시험 성적이 더 높고, 식물을 보는 직장인은 스트레스와 병이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알아도 실천하기가 힘들다.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자연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은 아이들을 자연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여러가지 시도와 캠페인을 벌였고 수천 명이 캠페인(http://www.thewildnetwork.com/) 서명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자연 홍보에 신경쓰느라 외면했던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서 진짜 자연을 경험하게 해준다.

 

 

"자연은 돈을 주고 사거나 손에 움켜쥐어 소유하거나 포장하거나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는 언제나 한결 같아야 한다는 속성이 있죠. 상업세계는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자연으로는 그게 안 되니 더 멋진 겁니다.  "

-아그네스 나인 교수-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난 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법한 그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면서 살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담았다.

 '숲의 소리들', '호수', '집에 불 때기' 등등 목차의 제목만 봐도 대자연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자연 속에서 살면 이렇게 쉽게 느낄 수 있는 평온함과 삶의 방향을 요즘 우린 '삶의 처세술' , '심리학' 책이나 방송같은 인위적이고 상업적으로 생산된 컨텐츠들을 보며 배우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고 살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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