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의 낡은 세탁소 – 오래된 세탁소가 저물어 갈 때
감독 : 엘리자베스 보글레르 Elisabeth Vogler
작성자 : 김민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안 좋은 예감은 더욱 그렇다. 장 프랑수아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 45년간 니스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했고, 조만간 문을 닫을 예정이다. 오래된 세탁소에는 세탁기가 한 대뿐이고,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페인트는 다 일어났고, 세탁기가 있는 곳은 외로운 등 하나가 비추고 있어 동굴처럼 느껴진다. 최신식 세탁소에는 바지를 알아서 다린다고 하지만 노인은 직접 바지를 다려서 곱게 접어놓는다.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시간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지만, 더는 조급할 게 없다. 그저 손님을 기다린다.
장 프랑수아는 익숙한 손길로 빨래를 접으며 말한다. 젊었을 때는 돈을 많이 벌었다고, 지금은 아니지만, 돈을 많이 벌었었다고 말한다. 평생 한 번도 쉰 적 없이 일했어도 넉넉하지는 않다. 가게를 처분하는 돈과 조금 모아둔 돈, 연금이 그의 남은 삶을 지탱할 것이다. 그가 지나가는 것처럼 건네는 이탈리아에 사는 유대인이 잘산다는 말과 거리에 보이는 비싼 차를 보며 어떻게 저런 차를 탈 수 있는지 묻는 말에서는 부러움이 묻어난다. 남부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지만, 그는 여전히 일하고 있다.
그는 예감하고 있다. 세탁소 일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탁소를 찾는 단골손님들에게 은퇴를 알린다. 손님들이 세탁 솜씨를 칭찬해도 담담하게 받아드릴 뿐이다. 결국 세탁소를 허무는 날이 왔다. 이제 어디서 세탁을 해야 하냐고 묻는 손님들에게도 근처에 다른 세탁소가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할 뿐이다. 니스에 있던 많은 세탁소가 문을 닫았고, 그의 세탁소 역시 세월을 빗겨가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세월이 지나면 그곳에 세탁소가 있었다는 사실도 장 프랑수아라는 노인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혀 질 것이다.
45년 동안 세탁소였던 자리는 정육점으로 바뀐다고 한다. 세탁소를 구성하던 타일 한 장까지 철거의 대상이다. 장 프랑수아는 오래된 직장을 잃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지만, 정말로 선택한 일인지 헷갈린다. 예전처럼 더 이상 손님이 많이 찾지 않아서인지, 자신의 체력 때문에 일할 수 없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무엇이 되었든 슬픈 이유다. 그는 여전히 니스에 산다. 분주하지 않은 아침에는 늦게까지 TV를 보고, 한참을 지나 산책을 나와도 하루는 저물 줄을 모른다. 그렇게 바쁘지 않은 날을 살다 보면 자신의 세탁소 자리에서 생긴 정육점에서 고기를 한 근 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장 프랑수아의 눈은 계속 방황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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