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뷰어: 신택수
"나는 지구 이쪽에, 미아는 지구 저쪽에 살아요"
중국에서 태어난 쌍둥이가 각각 미국, 노르웨이의 입양아가 되어 자랐습니다.
이름은 각각 미아, 알렉산드라. 그들의 이름은 양부모가 지어주었어요.
미아와 알렉산드라의 삶에서 그의 생부모가 해준 일은
그 둘의 생김새밖엔 없었습니다.
감독은 미아와 알렉산드라의 인생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주로 그들 양부모의 소감, 쌍둥이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사는 풍경으로 채워졌죠.
저는 이 다큐 속 상반된 풍경이 유독 눈에 오래 들어왔습니다.
미아 뒤로 펼쳐지는 캘리포니아와 알렉산드라 뒤를 채워주는 프레스빅.
공식홈페이지 리뷰에서 조차
미국이라는 말 대신 '캘리포니아'가 나오고,
'프레스빅'이라는 지명 대신 '노르웨이'가 나오죠.
메니큐어를 바르고 예쁜 옷을 입고 공주 수업을 받는 미아,
아무렇지도 않게 들쥐를 잡아 쓰다듬는 알렉산드라.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두 인생이 보여주는
다른 색채를 이보다 더 극명하게 다룰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어린 이 둘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30년 후 미아는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보낼까요?
하루 중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30년 후 알렉산드라는 어떨까요?
저는 그들 뒤로 펼쳐진 풍경들이 그들의 삶에 분명한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가요?
난 어땠는지 고민해 봅니다.
어느정도 제 뒤로 펼쳐졌던 풍경들, 자고 나란 분위기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풍경이 정해주는 인생에 맞서고자하는 마음, 그 마음조차도 그 풍경이 심어줬던 거겠지요.
그러면 어떡할까요? 손가락 빨며 한 마디 해야 하나요?
"내가 조금 더 밝은 풍경에서 태어났어야 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풍경이 어느정도 우리의 삶의 배경색이 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풍경 위에 어떤 밑그림을 그릴지 고민하는 일일거에요.
미아는 샌프란시스코라는 배경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알렉산드라는 프레스빅이라는 배경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양부모가 건네준 배젤과 배경 위에
그의 생부모가 쥐어준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감사하게도
그 둘은 서로가 그리는 그림을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어요.
어쩌면 함께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하루를 마치고 하루를 시작할
미아와 알렉산드라를 생각하며
그들의 그림그리기를 응원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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