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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나의 어머니 그레텔> - 아무르, 그레텔 그리고 나의 할머니. 잊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나의 어머니 그레텔> 

- 아무르, 그레텔 그리고 나의 할머니. 잊어간다는 것에 대하여-


디뷰어: 권한마로


5월은 가정의 달.

그래서 선택한 <나의 어머니 그레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가 오버랩 됐다.

하나는 <아무르>와 나의 친할머니다.

모두 알츠하이머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겹쳐 보이는 것 같다.

영화와 다큐와 현실.

 

내 존재를 구성해주는 기억들을 잊는 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누구인지, 내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내가 사는 곳은 어디고 뭘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두 잊어버린다는 것. 죽음만큼 끔찍할 것 같다. 그래서 <아무르>에서는 영화라는 매체를 빌려 그런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 그레텔>에서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다비드가 어머니 그레텔의 이야기를 담는다.

알츠하이머의 어머니를 돌보면서 전에는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감독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누나도 어머니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그레텔은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남편, 아들, 자기가 사는 곳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 할머니도 그러셨다. 머리를 다치셔서 입원하셨다가 하나둘씩 잊어가셨다. 가끔 보는 자식들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매일 찾아뵙는 아빠까지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할머니와 그레텔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가족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게 아닐까.

천천히 잊어가면서 그 동안의 모든 것을 하나둘씩 내려놓고,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레텔이 얼마나 아프다가 세상을 떠났는지는 모르겠다. 나의 할머니는 거의 10여년을 병원에서 지내시다가 돌아가셨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상태에서 돌아가셨다. 그 동안 가족들은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제 슬슬 이별 준비를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평소에 배려를 잘하시는 분이기에, 우리가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게 배려해주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그레텔의 가족은 이 계기를 통해 더 뭉친 것 같다. 아내의 일기장을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겠다고 하는 아버지의 모습. 아내이자 엄마로 너무나 가까웠던 사람이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해보면서 소중함을 다시 느꼈기 때문일지 모른다.

 

기억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는 아무르와 그레텔과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서 배운 것 같다.

어머니에 대해,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가정의 달을 위한 영화. (5월은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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