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The Optimists>
리뷰어 김소망
저 제목은 누가 번역한 걸까? 노인보다는 어린 애들이 불러서 더 센세이션해진 가요 노랫말과 이 다큐는 아주 다른 색채를 띠고 있지 않나 싶다. 전자는 주황, 빨강, 노랑 등 알록달록한 색깔이라면 후자는 시원하고 말끔하면서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딥블루?
대략 이런 느낌?
출처 : flickr.com
60대부터 90대까지의 할머니들이 ‘The Optimists’라는 배구 동호회에 소속돼 몇 십년동안 배구를 하며 산다는 이 다소 판타지적인 다큐는, 짧게 두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1. 부럽다.
2. 북유럽이니까 가능한 삶. 한국은 절대 불가능.
그렇지만 그건 너무 ‘The Pessimists’하지 않는가? 만약 이 다큐를 보게 된다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과장된 긍정주의보다는 이 할머니들처럼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에 너무 큰 의미도,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인 시선도 담지 않은 채 그저 소소한 즐거움을 스스로 발굴하며 만족하시는 삶에 초점을 맞추시라.
다큐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내 나이가 어때서> 감독 : 군힐 베스타겐 망노르/90분/노르웨이/2014
66~98세 할머니들로 이루어진 배구단 ‘옵티미스트’는 매주 빠짐없이 훈련을 해 왔지만, 지난 30년간 한 번도 경기를 한 적이 없다. 이제는 시합에 나서기로 결심했는데, 누구와 붙어야 할지 고민이다. 이때, 옆 마을에 멋쟁이 스웨덴 신사들로 이루어진 팀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뛰어난 영화의 캐릭터들이 으레 그렇듯, 이 배구단의 할머니들도 서로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늘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60대 아주머니, 할머니들과 비교되는 66세의 초동안 할머니.
조용히 자신들끼리 배구공 퉁퉁 튀기면서 노는 할머니들의 눈엔 너무 젊은 그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혼자 기획하고 진행하길 좋아하며
그 일에 한 명도 빠지길 원하지 않는 북유럽 스타일의 오지라퍼 할머니다.
옆의 할머니는 ‘얘 또 뭔 얘기하냐’ 불안한 표정.
98세에 안경을 안 끼신 것도 신기하고 지팡이나 유모차없이 두 발로 잘 다니시는 것도 신기한 초고령 할머니.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러블리 할머니
저도 할머니 나올 때가 가장 좋았어요.
기업에, 은행에 기획안을 들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배구 경기에 후원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할머니.
이 할머니 얘기가 가장 북유럽스럽지 않았나 싶다. 은행에 후원요청을 하다니? 나는 기껏해봐야 텀블벅 후원밖에 상상력이 안 미치는데 정말 대단한 북유럽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장기적으로 일반인들까지 혜택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면 쉽게 후원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럼 어떤 걸 해줄 수 있죠?” 묻는 할머니가 결코 뻔뻔하고 욕심 많은 사람으로 비쳐지는 나라가 아님을 아는데도 할머니를 보는 마음이 짠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할머니들과 정확한 배구 자세와 시합 룰을 가르치면서 할머니들이 그저 그런 공놀이를 하는 게 아님을 알고 놀라는 배구협회 직원들, 할머니들 단체 사진을 보며 긴장하는 상대팀의 할아버지들 등등이 나온다.
영화는 할머니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배구를 계속 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사시는지 꾸준히 보여준다. 후원을 받기 위해 돌아다니는 할머니 뒷모습도 그렇고, 병원에서 다리 치료를 받으며 의사에게 “몸 다 나으면 배구 할거야!” 얘기하는 장면, 처음으로 맞추는 유니폼 가슴팍에 귀엽게 꽂고 싶은 꽃모양의 레이스브로치를 직접 뜨는 모습은 할머니들이 젊은 사람들처럼 노동의 현장에 나가지 않을 뿐이지, 삶이 끝나는 순간 직전까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것뿐’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암에 걸려도, 암에 걸려 죽은 친구가 다섯 명이 넘어가도, 그런 상황이 두려워 배구단을 탈퇴하는 친구가 생겨도, 배구공을 내 맘대로 컨트롤 할 수 없어도, 나 때문에 우리 팀이 진다 하더라도, 두 발로 매트 위에 설 수만 있다면 아무도 나를 경기장에서 내쫓을 수 없다.
평균 연령 80대인 그들에게 “나 때문에 우리 팀이 지면 어떡해?,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떡해?”라는 말들은 사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살다보니 오늘을 하루 더 살게 되었는데 무얼 할까? 나는 배구가 좋으니까 그렇다면 친구들을 불러서 배구를 해야겠다라는 것뿐. 젊은 우리는 때때로 그냥 ‘살지만’ 영화 속 할머니들은 ‘살아가는 행위’의 기쁨,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것인지 말해주었다.
북유럽이고 자시고 나이가 들면 두 개는 있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1. 친구 2. 친구랑 같이 할 취미
|
>>> 영화 <The Optimists> 보러 가기 <<<
'D-BOX > 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A Place Without People> (0) | 2016.05.31 |
---|---|
티타임 <Tea Time> (0) | 2016.05.31 |
EIDF/D-BOX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겠습니다> (0) | 2016.05.31 |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_ 말리카 주할리 워럴 / 데이비드 오싯 (0) | 2016.05.30 |
구글 베이비(Google Baby)_한 여성이 다른 여성을 돕는 일 (2) | 2016.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