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겠습니다
끄리스다 띱차이메따|12세이상관람가|80분|태국|2014
디뷰어 김나정
태국의 한 시골 마을. 친하게 지내던 젊은 두 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친했을 뿐이지 서로 사랑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도 따로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돈이 없었다. 선택권이 없었다.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해야 했다. 그래서 남자는 단지 친하기만 했던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부부로 45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했다.
<다시 태어나도 사랑하겠습니다>란 다큐멘터리 제목만 보면 지독한 사랑 얘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재작년 우리나라 영화관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태국판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란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본 그들의 45년은 사랑이라기보다는 끈끈한 정, 삶에 대한 상호 간의 의지와 든든함이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그들이 사랑의 낙엽 싸움을 하거나 서로 마주 보며 좋아 죽거나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애달프게 서로를 부르지 않는다. 그런 장면을 기대하고 봤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단지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언제나 옆에 있는 모습을 묵묵히 보여줄 뿐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가장 필요할 때 언제나 옆에 있어 준다. 헌신한다. 그 무거운 잔잔함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누른다.
어느 날 남편이 병에 걸렸다.
이유 모를 병이었다. 남편은 그로 인해 일감도 잃었다. 그러나 아내는 군말 없이 남편을 극진히 간호했다. 기적처럼 남편은 다시 건강해졌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아내가 병에 걸렸다.
남편과 달리 아내의 병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심각한 신부전증이었다. 집과 병원의 거리는 30km. 남편은 매주 1번씩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오갔다.
남편은 아내의 신장을 세척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병원에서 나흘을 꼬박 머물렀고, 그 이후로는 집에서 4시간에 한 번씩 아내의 신장을 손수 세척해주었다. 잠도 편히 자지 못했다. 자다가도 일어나 아내의 신장을 세척해야했고 매일매일 아내의 건강을 체크해야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집이 청결한 것도 아닌. 결코 좋지 않은 환경에서 남편은 아내를 위해 조용한 싸움을 계속한다. 남편은 아내의 병과 싸우고 있지만 어쩐지 남편 자신과 싸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묵묵히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서 이 부부가 각자가 아닌 하나의 삶으로 일체 되어 보인다.
남편은 아내의 장례를 치렀다.
태국에 큰 홍수가 났다. 집이 물에 잠겼다. 외부와의 연결고리도 끊겼다. 보통 사람이 생활하기도 힘든 여건, 환자가 살기에는 더욱더 힘이 든다. 병원을 가기는커녕 집에서 간단한 치료를 하기도 쉽지가 않다. 아내는 누워서 아무 말이 없다. 삶의 끝이 보이는 듯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내는 죽었다. 아내를 돌보느라 목욕도 맘 편히 하지 못했을 남편은 깨끗이 씻고 머리도 말끔히 정돈한 후 노를 저어 아내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삶의 모든 과제를 끝낸 사람의 표정이었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잊히지 않는 말, 아니 잊고 싶지 않은 말이 있다.
마음 한편에 품어두고 평생을 되새겨야 할 말.
“아내가 스트레스만 안 받게 하라고 조언하더군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비대해지고 숨쉬기가 어려워진다고요. 환자는 절대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고 했죠. 그래서 최대한 아내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해요. 우린 운명을 함께하는 부부니까 서로 보듬고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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