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어르신, 라스베이거스에 가다
HIP HOP-eration
브린 에번스 Bryn Evans
전체관람가 90분 뉴질랜드 2014 디뷰어 : 오상환
최근 종영된 <힙합의 민족>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은 브라운관에서 익숙한 노장의 여배우들이 난생 처음으로 힙합에 도전하며 '할미넴'의 파워를 입증했다. "힙합이 장난이냐?"라는 일각의 우려와 조롱,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아마 방송 전까지 이들이 제대로 된 힙합을 선보일 것이라 기대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을 보란듯이 무대에 선 노장들의 관록은 거침없었고, 꾸준히 성장하면서 인생의 관록을 입증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단순히 음악 예능이 아닌, "할머니들도 도전해서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는데, 나도 전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작년 EIDF에서 선보인 <힙합어르신, 라스베이거스에 가다>는 <힙합의 민족>의 뉴질랜드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이 다큐 속 어르신들이 선보이는 힙합은 '랩'이 아닌 '춤' 정통 힙합이다. 게다가 무려 평균 연령이 모두 90세인 어르신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떠난 여행에서 휠체어와 지팡이를 던지고, 그럴싸한 힙합에 도전한다. <힙합어르신, 라스베이거스에 가다>는 과연 이들의 도전기가 성공할 수 있을까를 흥미롭게 관찰한다. 다큐가 진행될수록 어느새 같은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응원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교과서에 나오는 틀에 박힌 말이 아닌, 살아있는 말임을 증명하는 어르신들. 이들의 힙합도전은 단지 춤을 추기 위한 경연에 머물지 않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전환점이 된다. 때로 의도하지 않았던 상황에 부딪히고, 노쇠한 몸의 아픔을 느끼고, 좌초되기도 하지만, 결코 도전을 멈추지 않는 어르신들의 집념을 보는 재미와 교훈까지 두루 느낄 수 있는 다큐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시니어 코드가 부각되고, 시니어들의 삶, 꿈, 열정을 주목하는 시대의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힙합으로 삶을 역전시키는 멋진 노인들의 열정과 매력을 <힙합어르신, 라스베이거스에 가다>에서 확인해보자.
'D-BOX > 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비드 지우기(Erasing David) (0) | 2016.06.04 |
---|---|
왕관을 써라(La corona, 2007)-왕관의 값 (0) | 2016.06.03 |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 <Thank You for Playing> (0) | 2016.06.01 |
<바다가 변한다> (0) | 2016.06.01 |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A Place Without People> (0) | 2016.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