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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다큐멘터리 <라산 롤랜드 커크의 검은 클래식>

라산 롤랜드 커크의 검은 클래식

The Case of the Three Sided Dream

 12세이상관람가 87분 미국 2014


디뷰어 : 권한마로


흑인 뮤지션, 그리고 시각장애를 이야기하면 레이찰스, 스티비 원더가 생각난다. 모르고 들어도 좋은 음악에 그들의 시각장애 이야기를 들으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여기, 또 한명의 엄청난 이야기를 가진 우리가 모르던(어쩌면 나만 모르던) 흑인 음악가 한명이 있다.


라산 롤랜드 커크

그는 태어났을 때 간호사의 실수로 시력을 잃었다. 그 덕분인지 그는 소리의 기본을, 소리가 갖고 있는 힘을 잘 이해했다. 내가 느끼기엔 천재 같았다.특히 연주를 할 때 그렇게 느껴졌다.

라산의 특이한 점은 악기를 동시에 두세개씩 연주한다는 점이다. 섹소폰 같은 악기들을 여러개 두르고 나와서 동시에 2~3개를 입에 물고 연주를 한다. 한 개 연주하기도 힘든 악기를 말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코로도 연주한다. 이런 모습에 그 당시에는 주목을 받기 위해 를 한다는 안 좋은 인식도 있었다고 한다. 곡예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를 들으면 예술가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아마 이런 안 좋은 인식 때문인지 다른 위대한 음악가들만큼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는 유쾌했고 할말은 다 하는 사람이었다. 재치도 있었던 것 같다.

하루는 방에 불을 끄고 사람들을 모은 후 음악을 들려줬다.

자기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라산은 재즈라는 단어를 싫어했다고 한다. 재즈의 뿌리는 흑인 음악이기 때문에 블랙 클래식이라고 불리길 원했다고 한다. 블루스, 재즈, 소울 전부 블랙 클래식으로 말이다.

그 당시에 방송에서 인기 없는 재즈 혹은 블랙클래식 음악을 안틀어주자 라산을 리더로 재즈 알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방송 녹화장에 찾아가서 호루라기를 이용해 녹화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녹화가 방해 받자,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방송에서도 라산을, 블랙클래식 뮤지션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음악을 위한 삶을 살던 라산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뇌졸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몸도 움직이고 말도 못했었다.

그렇게 그의 음악 인생은 끝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말을 조금씩 하게 되고 다리도 움직일 수 있었다.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도 그가 다시 음악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라산이 무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한손만 가지고 연주를 시작했다.

기적이었다. 움직일 수도 없던 사람이, 한쪽 손만 움직이는 사람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산에게 장애때문에 음악을 할 수 없다는 핑계는 어울리지 않았다.

장애가 핑계가 될 수 있다면 라산은 음악을 시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악보를 못 읽으니깐 음악을 할 수 없어

한 손만 쓸 수 있으니 더 이상 음악을 할 수 없어

따위의 변명은 핑계에 불구했다.

그렇게 음악 생활을 이어나가던 라산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도 라산다웠다.

죽기 전날 공연을 멋지게 마치고, 다음 날 다른 공연을 위해 호텔을 나서며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음악을 위해 태어나서, 음악을 하다가, 음악과 함께 죽은 라산.

다큐를 통해 이렇게라도 그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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