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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EIDF/D-BOX 다큐멘터리 <나이스 피플>

나이스 피플 (Nice People)

 

안데르스 헬예손, 카린 아프 클린트베리전체 관람가94스웨덴2015

 

디뷰어 김나정





2016 EIDF 야외상영으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나이스 피플>을 봤다. 2015 EIDF 야외 상영을 보고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더 좋을까!’ 하며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서 본 것! 게다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보는 다큐멘터리라니, 가뜩이나 즐거운 금요일 밤이 얼마나 더 낭만 있을.



1.

<나이스 피플>은 스웨덴의 작은 도시 볼렝에로 망명한 소말리아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촬영 당시 볼렝에로 망명한 소말리아인들은 자그마치 3천명이라고 한다. 그 작은 마을에 어느 날 스며든 3천명의 외부인. 그들 서로에 대한 갈등과 오해가 이 다큐멘터리를 있게 한 계기다.


그러고보니 2015 EIDF 야외 상영으로 봤던 다큐멘터리도 <말해 줘, 무싸(클릭)>라는 난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에티오피아를 떠나 이스라엘에 정착한 초등학생 남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 그 영화를 생각하면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표 시간에 쏟아진 한 여자 아이의 충격적인 말.


저는 난민들이 싫어요. 그들은 그들의 나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아프리카 난민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다 빼앗길 거예요.”


어린 아이의 대답마저 이러한데 하물며 스웨덴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부터해서 어른들의 생각은 어떨까. 온갖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고 남을 생각하기 전에 언제나 내가 우선인 어른들은.


그들은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요. 하는 일이라고는 폭력을 쓰는 일 뿐이죠.”

그들은 전부 다 나빠요. 하나도 빼놓지 않고요! 적응도 못하고 융화에도 관심이 없죠.”


어쩌면 융화에 관심이 없었던 건 소말리아인들이 아닌, 그들 서로간의 굳게 닫힌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주 굳게 닫힌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데, 마을의 고질적 문제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 일을 아주 시원하게 풀어 준 사람이 있다. 볼렝에 마을의 해결사, 바로 소말리아 밴디 팀의 설립자 페트릭 안데르손이다.



2.

<나이스 피플>을 끌어가는 주역이자 소말리아 벤디 팀 설립자인 페트릭 안데르손’, 이 자에 대해 설명하기 이전에 우선 밴디(bandy)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밴디는 겉보기엔 아이스하키와 매우 유사한 동계 스포츠다. (특징적인 몇몇 부분이 아이스하키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스포츠를 잘 모르는 일반인, 그러니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아이스하키와 아주 똑같아 보였다) 페트릭은 이 밴디라는 스포츠를 이용하여 마을 사람들과 소말리아 사람들을 끈끈하게 이어주고자 한다.


소말리아 사람들은 무기를 사용하는 일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라고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페트릭은 이 밴디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들이 과거에 그들의 나라에게 무기를 들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들도 노력하면 너희들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 있고 꿈이 있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페트릭은 끝내 이것을 원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밴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소말리아 청년들을 응원하고 이를 통해 하나가 되는 그야말로 마을의 스포츠 축제를 만들어내는 것. 한 편의 시원한 스포츠처럼.



3.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이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페트릭은 밴디 세계선수권대회1년도 채 남기지 않고 이 프로젝트를 실행한다는 것! 아주 무모하지 않은가? 더운 나라에서 자란 소말리아 청년들은 얼음조차 만져본 적이 없을 것이며 얼음 위에 발을 딛고 서 본적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연에서 자란 그들에게는 잘 깔린 보도블록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것도 굉장한 도전이다.


그런데 밴디를 하라고?


전혀 안 어울리는 소말리아와 밴디. 그리고 전혀 섞일 의지가 없어 보이던 스웨덴 볼렝에 사람들과 소말리아 사람들. 페트릭은 물과 기름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던 이 두 가지를 아주 훌륭하게 섞어낸다.



4.

이 프로젝트는 소말리아 밴디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그 성공 여부가 달렸지만 외부적인 문제도 많다. 하나의 팀을 꾸려나가기 위한 후원금을 모아야하기 때문. 그래서 페트릭은 기업가를 찾아가 욕도 먹고 필사적으로 언론에 노출되기 위한 노력도 한다.


그 과정에서 너무 대외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밴디 코치의 미움을 사기도하지만 그래도 페트릭은 허허웃으며 여유 있게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모두가 바쁜 와중에도 여유 있게 염색도 하고, 수영도 하고, 연애도 하는 등 얄미운 모습을 보이지만 이는 해낼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치열한 스포츠 세상에서 매사에 너무 태평해 보이는 그가 관객 입장에서는 조금 얄미워 보일 때도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끝까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 천재 페트릭! 그는 완벽한 해결사다!’



5.

페트릭이 실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비단 마을 사람들과 소말리아 청년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활동만은 아니었다. 소말리아 청년들 가슴 속에 있던 상처까지도 치유하고, 그 위에 새 살을 선물하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말이다.


고향에 두고 온 엄마가 마음에 걸려 매일 밤 목소리로만 서로의 안부를 전하던 모자,

어린 시절 아빠가 총살당하는 모습을 숨 죽여 지켜봐야만 했던 청년,

범죄 집단의 강요로 무기를 들어야만 했던 소년,


그 아픈 시간이 쉴 새 없이 가슴에 박혔을 소말리아 청년들, 그들에게는 밴디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거기에 몰입하는 그 시간만큼은 아픈 상처가 잠시나마 숨 죽여주지 않았을까.



6.

밴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허가를 받는 것부터가 어려운 과제였던 그들은 결국 출전에 성공했고, 그들은 출전 한 전 경기에서 패한다. 전 경기에서 그들이 넣은 진정한 골은 단 1골 뿐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눈 게임의 승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안다.


처음에는 완전히 불가능해보였던 일, 아주 오래되고 견고해보여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막막했던 일을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으로 뻥하고 뚫어버렸다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이 프로젝트에 도전했던 그들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다른 팀에게는 사소했을 그 1골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뿌듯해한다.



7.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고 불신한다. 그래서 더욱 더 마을 곳곳에 페트릭 같은 사람들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기상천외하지만 훌륭한 밴디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세계 곳곳에서 축제처럼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 축제가 벌어지면 나는 그 속에서 누구보다 신나게 춤을 춰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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