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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OX/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인생은 백 살부터

리뷰어 김소망





* 아래는 102살의 나와 32살 내가 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이 리뷰는 영화 <인생은 백 살부터>를 먼저 관람한 후에 읽는 걸 추천한다.

 




32 : 콩그레츄레이션! 결국 해냈네요!

102 : ?

32 : 그때까지 제가 안 굶어죽고 살 수 있는 돈을 벌었다는 거잖아요!

102 : , 이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넌 이 정도로 생활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 이상의 돈에는 관심이 없었지. 노력도 안 했고. 어쨌든 난 아직까지 돈 없다고 굶어본 적이 없어.

32 : 좋아요. 그거 아주 바람직한 미래네요.

102 : 그래? 네가 기뻐해주니 좋네. 난 널 생각하면 머리 아픈데. 그래서 이 인터뷰도 할지 말지 계속 고민했어.

32 : 왜요? 날 보면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을까봐 괴로웠나요?

102 : 내가? 내가 왜?(그녀는 정말 크게 놀란 눈치였다)

32 : , 죄송해요. 그냥 어디 하나 크게 아픈 데 없고 머리숱도 아직까진 최악이라 할 수 없고 원하면 아무 때나 남편이랑 춤출 수 있으니까 절 부러워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102 : 하하. 너 진짜 웃기구나. 그래, 남편이랑 춤출 수 있다는 건 부럽네. 내 남편은 정말 근사하게 춤 출 줄 아는 남자였지.

32 : 지금은 같이 춤추는 사람이 없나요?

102 : 없지. 남편이랑 내 친구들은 대부분 죽었어. 내 수영친구도 지난달에 죽었지.

32 : 수영? 지금도 수영을 하세요?

102 : 그럼! 수영이 얼마나 재밌는 운동인데 그걸 그만둬? 그리고 나 이래봬도 수영 실버초급반 강사라구! 물 무서워하는 노인네들은 꼭 나한테만 배우려고해. 20대 강사들은 나만큼 인내심이 없다나, 뭐라나.

32 : 102살 할머니한테 수영 강사를 맡긴다구요? 그거 월급은 나와요?

102 : 넌 100살 넘긴 노인한테 궁금한 게 돈밖에 없니?

32 : 아니요, 복지혜택도 궁금하긴 해요.

102 : 넌 참 낭만이 없구나. 이 나이엔 돈도 중요하지만, , 돈이 제일 중요하려나? 아무튼, 건강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은 욕망이야.

32 : 102살이랑 욕망이라는 단어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거 아니예요?

102 : 얘가 무슨 소리야. 살아있으면 죽기 전까진 내가 하는 모든 게 다 욕망의 결과지. 넌 나 만나기 전에 뭐 하다가 나왔어?

32 : 저요? 핸드폰 게임?

102 : 얘야.(‘얘'라니요?) 혼자 하는 거 말고 사람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봐. 그래야 덜 늙어.

32 : 게임도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건데.. 이 안에 사람들이 있어요.

102 : 내가 네 나이 때 봤던 영화에는 102살 블로거 할머니가 나왔어. 매일 블로그에 글 한 편씩 올리는 파워 블로거였는데 참 괜찮은 노인이였지. 젊은 사람들이랑(그래도 70, 80대 노인이였지만) 토론할 줄도 알고 3D 영화 보면서 재밌어할 줄도 알고. 유머러스하고 귀여웠어. 옷도 내 스타일이였고.

32 : 저는 할머니가 지금 입고 나온 옷도 귀여운 것 같은데. 검정 땡땡이 자켓 안에 빨간 티셔츠 받쳐 입기 쉽지 않아요.

102 : 이 나이되면 밝은 색이 좋아지는 법이야. 네가 지금 좋아하는 무채색 옷들도 60살이 되면... , 아니다. 넌 너대로 살아야지.

32 : 할머니, 전 한 번도 무채색을 싫어한 적이 없어요. 죽을 때까지 그럴거라구요. 이건 진짜 확신할 수 있어요!

102 : 확신이라고? 너 정말 젊은 애들이 쓰는 단어만 골라 쓰는구나! 어리다, 어려..

32 : 제가 어리다니요.. 이제 로드샵 화장품 가게 가면 어떤 라인이 내 나이에 맞는 건지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구요.. 백화점 브랜드로 넘어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닌..., 내가 왜 이런 얘길 하고 있지. 음음. 할머니, 저 수영 배운 지 별로 안 된 거 아시죠? 30대 되고 도전한답시고 열심히 다녔는데 아직도 평영이 제대로 안돼요. 제가 할머니 동네 수영장으로 놀러갈 테니까 좀 가르쳐주실래요?

102 : 그래, 평영 그까짓 거 뭐 손 젓고 발 돌리면 끝나는 건데. 대신 밥을 사든 어디 좋은 델 데려가든 수강료를 내렴. 뭐를 배울 땐 댓가지불이 있어야 빨리 느는 법이니까.

32 : 역시.. 지금, 살아가는 덴 돈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씀을 돌려서 하시는 거죠?

102 : 아니라니까! 너 이제까지 나랑 헛얘기했구나! 첫째는 건강, 둘째는 인간의 욕망, 그리고..

32 : , 알겠어요! 102살엔 왠지 화도 안 내고 말도 짧아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네요. 덕분에 오늘 재밌었어요. 저 앞으로 비타민 꼬박꼬박 챙겨 먹을게요! 오늘 밤엔 남편이랑 춤도 추고! 할머니는 핸드폰 게임을 배워보시는 게 어때요?

102 : 아, 안 그래도 다음 달부터 코딩 배워서 게임 어플을 만들어 볼 생각인데,

32 : 아, 그만, 그만. 할머니, 그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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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백 살부터> 보러 가기

<인생은 백 살부터> 감독 : 오사 블랑크/58분/스웨덴/2015 

다그뉘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학교에 다니길 꿈꿨지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엄마와 남편 등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학대받았다. 그녀가 백 살이 되었을 때, 그녀가 다녀온 장례식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컴퓨터를 사고 사용법을 배우고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곧 끝이 날 것 같았던 그녀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