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낙원(Trading Paradise, 2016)
다니엘 슈바이처 Daniel Schweizer
디뷰어 : 박혜경
2016 EIDF 상영작 가운데 ‘탐욕의 낙원’은 그리 눈에 띄는 작품이 아닐지 모르겠다. ‘숲속에서’처럼 보고난 후 마음이 벅차오르는 것도 아니고, ‘X10’처럼 상영시간 내내 웃음을 가져다 주는 작품도 아니며, ‘내추럴 디스오더’처럼 인간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하는 작품도 아니다. ‘존버거의 사계’ 처럼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되는 작품도 아니고 ‘스포츠키즈’나 ‘학교가는길’ 시리즈 처럼 희망에 마음 설레게 하는 작품도 아니다. 되려 내가 편히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모든 환경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며 인간의 이기심에 절망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2016 EIDF 상영작들 중 기록을 하나 남겼다. 상영작 예고편들 중 가장 긴 예고편이라는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상영작 예고편들 중 50초 내외로 가장 짧은 ‘멧돼지 사냥’은 노효섭님께서 훌륭한 리뷰를 남겨주셨으니, 나는 가장 긴 예고편을 기록한 ‘탐욕의 낙원’에 대해 몇자 적어보고자 한다.
스위스 출신 다니엘 슈바이처 감독의 작품 ‘탐욕의 낙원(Trading paradise)’은 초국적기업에 의해 이루어지는 천연자원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초국적 기업의 CEO부터 자원채굴이 진행되는 지역의 마을주민에 이르기까지 다큐멘터리에서 약속한대로 “원자료 채취부터 거래의 이면,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 까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의 끝에 다다른 결론은 자신의 모국 스위스가 바로 ‘탐욕의 낙원(Trading paradise)’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무역하기 좋은나라는 물건이 교환되기 쉬운 해안가에 위치하는게 당연할텐데 해안가는 커녕 알프스 산 한 가운데에 위치하는 나라인 스위스가 어떻게 Trading Paradise라는 것인지 다큐멘터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렌 코어(Glencore)’, 와 ‘발레(Vale)’라는 초국적 기업의 활동을 통해 보여준다.
활동 1.
페루의 안타파카이 광산은 글렌코어에 의해 운영되는 곳으로 이 광산에서 나온 광물의 폐기물은 주변지역인 카막마요 침사지에 버려진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카막마요 침사지 바로 밑에 전통적으로 일궈진 마을이 존재한다. 선주민들이 지켜온 땅에 폐기물에서 나온 물질들이 흘러들면서 가축들은 기형을 출산하는가 하면 이유없이 유산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게다가 침사지 주변 알토 우앙카네 주민 전원의 혈액에서 비소, 탈륨, 납 등이 검출되었다.
활동 2.
잠비아의 모파니 광산 역시 글렌코어에 의해 운영되는 곳으로 아프리카 최대의 구리광산이다. 2000년에 파산 직전의 광산을 인수한 것으로 글렌코어 자체의 대규모 시설 투자가 이루어진것 뿐만 아니라 잠비아 정부도 국가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음을 인정할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여기 또한 문제가 있다. 구리 정련과정에서 아황산가스가 배출되면서 광산 주변의 농작물 피해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아황산 가스에 누출된 지붕의 부식은 물론, 주민들의 중독과 사망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활동 3.
브라질의 카라자스 광산은 발레에 의해 운영되는 곳으로 국립공원 한 가운데 존재하는 니켈 광산이다. 국립공원을 흘러가는 카테테강은 불행하게도 보호구역을 지나 니켈광산 옆으로 흐르는데 이 수원을 시크린 부족이 사용하게 된다. 강은 눈에 띄게 더러워졌고, 부족사람들은 건강에 대해 염려하고있다.
이러한 활동들에 대해 초국적기업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자신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당 국가의 경제여건을 개선하고 고용을 창출한것은 물론이며 주변 관련 산업도 발전시켰다는것, 게다가 이런 자신들의 활동 없이는 세계가 필요한 광물을 경제적 가격에 소비할 수 없을 것이라는것이다. 게다가 인권의 측면에 있어서도 진출국가의 노동자는 물론 지역주민을 모두 포함하여 인권침해를 막고 있고 환경보호에 있어서 세계기준보다 더 높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글렌코어社의 홍보영상, 출처: 글렌코어 회사 유튜브계정>
그들의 변호 처럼 실제로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해당 국가 정부는 거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기반시설을 대량으로 투자해 줄 자금이 넉넉치 않은 국가의 경우 이러한 초국적 기업의 투자는 재정적으로 큰 중요성을 갖게 된다. 게다가 위의 사례와 같이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해당 정부는 초국적 기업의 국가경제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직접적인 규제를 내리기 어려워 지기때문에 초국적기업은 서류상으로도 무결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까, 모두가 win-win하는 의미에서 초국적 기업의 활동은 그대로 두고 주민들의 삶터를 옮겨주는 방안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걸까? 피해받는 주민들은 소수이고, 이득얻는 사람들의 경제적 규모는 크니 그냥 모르는 척 덮어두어야 하는것일까? 다큐멘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초국적기업의 이기심 뿐만 아니라 이런 기업활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구조와 법제를 재정비 해야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문제는 페루의 국내문제이다.”
왜 이 문제가 페루 국내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급진자유 민주당 소속 도리스 피알라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글렌코어 측 사람들과의 면담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세금 비율을 높게 내라고 요구한것이 거부되자 스위스 정부에서 환경문제를 들고 귀 사를 비판하는 것이다. 당신들이 하는일을 세상에 공개해라. NGO의 비판이 높아지만 너희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글렌코어社를 위한 변명을 왜 스위스 국회의원이 해주어야 하는지 갸웃했다. 그때, 원래 브라질 회사였던 ‘발레’가 스위스로 본사를 옮긴 이유, 스위스가 세계 무역이 중심이 된 이유가 일치하게 되면서 무역회사들과 스위스 정부와의 관계가 이해되었다. 괜히 세금과 규제면에서 초국적 기업이 운영되기 쉽도록 환경을 마련해준 것이 아닐테다.
이토록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 그냥 이제껏 해왔던 대로 눈 감고, 귀 닫고, 입 막고 살아가면 안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장 지글러는 이 다큐멘터리에 얼굴을 비치며 임마누엘 칸트의 말로 문제 해결의 당위성을 이야기 한다.
“남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성은 내 안의 인간성을 파괴한다.”
어쩌면 이 다큐멘터리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스위스 국회의원인 막시밀리안 의원의 말마따나 ‘좌파 NGO의 이념에 치우친’ 관점만을 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부당한 희생으로 내가 윤택함을 누리고 있는것을 눈으로 보게 된 지금, 적어도 피해입게되는 사람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이런 일이 있노라고 공유하고 이야기 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최소한이 아닐까 싶다.
'D-BOX > 디뷰어의 시네마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이스부키스탄(Facebookistan) (0) | 2016.09.17 |
---|---|
100억의 식탁 (0) | 2016.09.15 |
아웃 오브 패션 – 내일 아침 입을 옷을 고민하기 이전에 (0) | 2016.09.07 |
인생은 백 살부터 (0) | 2016.08.31 |
EIDF/D-BOX 다큐멘터리 <나이스 피플> (0) | 2016.08.31 |